민생지원금 주자니 예산 없고, 안 주자니 옆 동네 눈치[정치 쏙닥쏙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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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지원금'을 두고 경남지역 단체장들의 고민이 깊다.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현금성 살포'라며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경남에서는 민생지원금 지급 제도적 근거를 직접 만들었다.
강기윤 창원시장은 14일 간부회의에서 "민생지원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며 "100만 시민 누구에게나 다 가야 하는데 예산이 있느냐"고 실·국장들에게 논의를 제안했다.
민생지원금은 예산 부담이 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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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때 여야 없이 확산
소상공인 소비 마중물 효과
다른 사업 재원 줄여야 마련
단체장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민생지원금'을 두고 경남지역 단체장들의 고민이 깊다.
솔직히 주자니 예산이 없고, 안 주자니 옆 동네와 비교돼 정치적 부담이 생긴다. 경기침체에 고물가·고유가·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골목상권과 서민경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선심성 정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말 많았던 소비쿠폰
올해 경남도와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6곳(산청군·고성군·의령군·하동군·김해시·통영시)이 민생지원금을 줬거나 지급할 예정이다.
민생지원금은 이제 낯선 정책이 아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자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 대상 현금성 지원이 이뤄졌다.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1인 40만 원, 2인 60만 원, 3인 80만 원)을 줬다.
이재명 정부도 지난해 7월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국민 1인당 기본 15만 원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에도 2차 소비쿠폰을 지급했고, 당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1인당 1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두 차례에 걸친 지원 규모만 약 13조 9000억 원. 이 가운데 12조 2000억 원은 국비로 충당했다.
정부는 올해 4월에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지역별로 차등 지원했다. 4조 8000억 원이 투입됐다.

경남도, 6개 시·군 지급
그런데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한때 민생지원금을 두고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던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민생지원금 지급을 언급했다.
경남에서 먼저 민생지원금 카드를 꺼낸 곳은 산청군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승화 전 군수는 지난 3월 군민에게 1인당 20만 원을 지급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가세했다. 5월 도민 1인당 10만 원 '도민생활지원금'을 지급했다. 당시 경남도의회 움직임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54명이 공동발의한 '경상남도 민생지원금 지급 조례'가 지난 2월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재빠르게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현금성 살포'라며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경남에서는 민생지원금 지급 제도적 근거를 직접 만들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때문에 '선거용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고성군에서도 5월 국민의힘 이상근 군수가 1인당 30만 원을 지급했다.
민생지원금은 지방선거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국민의힘 오태완 의령군수는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건 1인당 50만 원 민생안정지원금을 곧 지급한다. 올해 지급하는 지원금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국민의힘 소속 김현수 하동군수도 1인당 3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정영두 김해시장은 핵심 공약으로 내건 1인당 10만 원 민생지원금을 추석 전에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강석주 통영시장도 민생 1호 공약으로 민생지원금을 내걸었고, 시와 시의회는 최종적으로 1인당 35만 원 지급에 합의했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서 민생지원금을 주면서 다른 단체장의 고민도 시작됐다.
강기윤 창원시장은 14일 간부회의에서 "민생지원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며 "100만 시민 누구에게나 다 가야 하는데 예산이 있느냐"고 실·국장들에게 논의를 제안했다. 강 시장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예산담당 부서는 가용 예산이 없다고 말했고,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민생지원금은 예산 부담이 큰 정책이다.
만약 창원시가 전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면 인구 100만 명 안팎을 고려할 때 약 1000억 원이 필요하다. 1000억 원은 창원시 한 해 예산 규모 4조 원의 2.5%에 해당한다. 올해 분야별 재원 가운데 산업·중소기업·에너지 752억 원, 공공질서·안전 660억 원 등보다 많은 규모다. 민생지원금을 마련하려면 기존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다른 분야 재원을 줄여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적게 주면 재정 부담보다 효과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시는 현재 조례와 지급 방식, 재원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부채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회 의원들은 19일 연 기자회견에서 강 시장 민생지원금 지급 검토를 환영하며 전 시민 보편지급을 촉구했다. 이우완(더불어민주당·내서읍) 원내대표는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까지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정치적 논쟁을 넘어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창원시 검토와 논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천시청 브리핑룸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섰다. 사천·남해·하동지역위원회와 소속 사천시의원들이 사천시에 자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촉구했다.
황재은 지역위원장은 "인근 하동군이 30만 원, 통영시 35만 원, 의령군 50만 원 등 여러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민생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천시도 민생지원금 지급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을 활용한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 사용처가 지역 소상공인 매장으로 제한돼 소비를 지역 안에 묶어두는 효과가 있어서다.
실제로 현금성 정책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증가했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제적 효과 평가'에서 6개 신용카드사 개인사업자 월별 카드매출 자료를 분석해보니 소비쿠폰 사용처 월평균 매출이 비 사용처보다 2.91% 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하지 못했다. 소비쿠폰 사용액 76.7%는 지급 후 4주 이내 사용됐다. 민생지원금이 경기침체기에 소비를 끌어올리는 단기적인 처방으로 의미가 있지만, 구조적인 내수 부진이나 자영업자의 경쟁력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유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정책 시점과 차등 지원 방식, 사용처 등을 정밀하게 설계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퉈 '민생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민생지원금을 둘러싼 단체장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