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피지컬 AI 주도권 잡으려면 우리만의 ‘제조 플랫폼’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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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인공지능)를 대한민국의 새 성장엔진으로 키우려면 우리만의 '제조 OS(오퍼레이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미국 중국에 이은 '쎈 3등'이 될 수 있습니다."
20일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정(57) 기계공학부 교수는 피지컬 AI가 사용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에서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AI 두뇌와 중국의 부품을 묶으면 한국이 글로벌 3등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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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숙련 인력 은퇴 전 노하우와 공장 시스템 피지컬 AI로 묶어야 승산
미국의 피지컬 AI 두뇌와 중국의 로봇 부품 활용해 ‘쎈 3등’ 될 수 있어
데이터 표준 세우고 미들웨어 통해 다양한 기계 가동하는 시스템 만들어야
정부 육성책 스피드가 관건, 지방 정부까지 내려오는 시간 너무 오래 걸려
‘도메인 놀리지’가 중요… AI 인재들이 열정 가질 수 있도록 환경 만들어야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정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부 교수
“피지컬 AI(인공지능)를 대한민국의 새 성장엔진으로 키우려면 우리만의 ‘제조 OS(오퍼레이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미국 중국에 이은 ‘쎈 3등’이 될 수 있습니다.”
20일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정(57) 기계공학부 교수는 피지컬 AI가 사용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에서 중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AI 두뇌와 중국의 부품을 묶으면 한국이 글로벌 3등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선 “숙련된 우리 산업 현장 인력들이 대거 은퇴하기 전 그들의 제조 노하우와 공장 시스템을 피지컬 AI로 묶어야 한다”며 제조 데이터의 표준을 만들고 미들웨어를 통해 다양한 기계를 가동시키는 ‘한국형 제조 OS’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피지컬 AI를 물리 시스템과 연결해 작동시키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 챗GPT 등 생성형 AI와 다른 점이라며 안전이 가장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지컬 AI는 생성형 AI보다 기술적 수준이 높다며 휴머노이드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아직 70% 정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로봇의 ‘신체적 지능’을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에 엄청난 데이터를 요구하는 ‘엔드 투 엔드’ 방식엔 문제가 있다며, 구동 필요한 데이터량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책과 관련해선 스피드가 관건이라며, 중앙 정부에서 지방 정부까지 내려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정 분야, 산업, 또는 업무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뜻하는 ‘도메인 놀리지’(Domain Knowledge, 도메인 지식)가 중요한 시대라며 AI 인재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수원 경기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 MI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2004년부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후학들을 키우고 있다. 인간과 로봇이 안전하게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리적 인간-로봇 상호작용(Physical HRI)’, ‘바이오로보틱스(Biorobotics)’, ‘햅틱스(Haptics)’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다.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의 정책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멘토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피지컬 AI’가 대한민국의 새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피지컬 AI는 무엇이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또 챗GPT 같은 생성형 AI나 에이젠틱 AI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챗GPT는 컴퓨터 화면 안에서 돌아가는 일들과 관련된 AI입니다. AI 에이전트도 컴퓨터 안에서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고. 반면 AI가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돼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는 컴퓨터 바깥으로 나가서 일하는 AI라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로봇은 미리 프로그래밍을 해놓은 대로 움직이죠. 어디까지 가서 뭐가 닿으면 그때부터 무슨 일을 해라라든지 이런 프로그램으로 구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피지컬 AI는 센서와 액츄에이터 등을 이용해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모니터에 글을 뿌려주는 게 챗GPT라면 로봇에게 지시하고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능을 제공하는 게 피지컬 AI입니다. 챗봇이나 생성형 AI는 틀리면 캔슬(취소)하면 되는데 피지컬 AI는 물리 시스템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단 작동이 되면 되돌릴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안전이 문제가 됩니다. 또 하나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요. 생성형 AI는 데이터가 충분히 있고 이를 공부해 지능을 얻었습니다. 챗GPT는 10만년 정도 분량의 글을 읽어 지능을 얻었다고 얘기를 해요. 하지만 (피지컬 AI가 활용되는) 로봇은 데이터라는 게 정의도 잘 안돼 있지만 데이터가 1, 2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러니 챗GPT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데 피지컬 AI는 우리가 원하는 동작을 만들고 할 수 있을까라는 게 문제가 됩니다. 또 생성형 AI는 1초에 10번(10Hz·10 헤르츠) 지시를 합니다. 그런데 안전하게 로봇이 동작하려면 1000번 정도를 해야 돼요. 예를 들어 로봇 손이 텀블러를 잡았을 때 손하고 피지컬 AI하고 1초에 1000번 정도 정보가 오가야 단단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10번과 1000번 사이를 메꿔주는 기술들이 필요한 거죠. 아직도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겁니다.”
- 피지컬 AI가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병목은 뭘까요?
“사람의 신경세포가 한 860억개인데 690억개 정도가 소뇌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70% 정도의 신경세포는 균형과 안전, 감각 쪽에 있고 나머지 30% 정도가 이제 우리가 얘기하는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신체적 지능)입니다. 우리가 흔히 ‘지능’이라고 하면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푸는 대뇌의 능력을 떠올리지만, 최근 AI와 로봇 공학의 발전으로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AI에게 미적분을 풀거나 바둑을 이기게 하는 것(대뇌의 영역)은 쉬운 반면, 로봇에게 컵을 깨뜨리지 않고 집어 올리거나 계단을 자연스럽게 걷게 하는 것(소뇌의 영역)은 극도로 어렵다는 게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690억개의 소뇌 뉴런을 바탕으로 도구를 손으로 정교하게 쥐고, 두 발로 안정되게 달리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강력한 피지컬 인텔리전스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지컬 AI를 보면 70%의 지능이 많이 부족한 거죠. 이게 제일 문제인 거 같아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지금까지 사람들이 열심히 했던 건 30% 정도의 지능을 한 거고, 피지컬 AI에서는 70%의 운동 지능을 만들어야 하며 시간적으로도 1초에 1000번 이상을 지시를 할 수 있도록 빨라야 합니다. 피지컬 AI가 요구하는 스피드를 기술이 못 따라가고 있는 거죠. 챗GPT 같은 AI가 직접 로봇의 관절 하나하나를 1초에 10번씩 지시해서는 원하는 정교한 동작을 만들 수 없습니다. 대뇌 역할을 하는 대형 AI가 큰 방향을 지시하고, 소뇌 역할을 하는 초고속 물리 제어 AI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받쳐주어야만 비로소 피지컬 AI가 완성됩니다.”
- 테슬라(Tesla)의 옵티머스(Optimus), 피규어 AI(Figure AI) 등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Humanoid, 인간형 로봇)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술 완성도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들을 유튜브에 공개할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특히 최근 손 기술이 엄청 발전한 것 같아요. 예전엔 걷고 뛰는 것들을 보여줬는데 이는 보기는 좋지만 실제 공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비유하자면 등산을 할 때 한쪽 길을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길이 우리가 목적하는 진짜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 경제적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테슬라가 (로봇을) 공장에 설치한다고 했는데 데이터를 보면 공장에서 사람을 대체할 정도로 의미있게 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미국은 소프트웨어(SW)와 두뇌 플랫폼을, 중국은 압도적인 하드웨어(HW)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요?
“지금의 상황에선 중국이 굉장히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다시피 지능 쪽은 미국이 잡고 있고, 그 외에 실제 움직이는 로봇들은 중국이 잘 만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나오는 휴머노이드의 거의 반 이상을 중국이 만들어 내고 있으며, 아마 시장을 장악할 거예요. 게다가 더 무서운 건 중국이 피지컬 AI 규격들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상태로 가면 중국이 굉장히 유리한 입장이지 않을까 봅니다. 미국을 보면 엔비디아 한 기업이 잘하는 겁니다. (AI가) 학습을 할 때는 엔비디아가 중요한데 휴머노이드에 적용할때는 그렇게 하이테크가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중국에 유리한 겁니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기술들을 우회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엔비디아 또한 중국에 기술을 팔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정학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특화 영역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제조 현장을 잘 갖고 있습니다. 제조 데이터라든지 로봇의 동작 데이터 이런 것들을 잘 쌓아 올려 우리만의 데이터와 그 데이터로 움직이는 지능(피지컬 AI)을 만들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만의 제조 스킬에 대한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그 다음 (경쟁력을 좌우하지는 않는) 중요하지 않은 부품들은 중국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의 장점 그러니까 미국의 지능과 중국의 부품 밸류체인을 잘 묶으면 우리가 인재도 많기 때문에 3강은 아니겠지만 무시못하는 ‘쎈 3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봅니다. 또 중국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수출 산업화도 가능하겠죠. 100% 국산화된 우리만의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인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100% 국산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는 않잖아요.”
- 미국·중국과 비교해 현재 대한민국이 뒤처져 있거나 시급히 보완해야 할 기술적·인프라적 약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본이나 인재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형태를 잘 봐야 됩니다.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학습 능력이 탁월하고 책임감 있는 인재들을 갈아 넣어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다 은퇴를 앞두고 있고, 선진국 단계에서 태어난 세대들은 과거 세대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숙련된) 인력들이 은퇴하기 전 노하우를 잘 보존해 AI를 활용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선 현장을 가보면 막내가 50대, 60대입니다. 이분들의 노하우와 공장 시스템을 피지컬 AI로 묶어야 합니다.”
- 공장에서 돌아가는 데이터가 제각각이면서 피지컬 AI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요?
“지금 우리 현장에선 ‘제조 OS(오퍼레이팅 시스템)’, 즉 중간 레이어를 끼워서 다양한 기계를 하나로 가동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산업공학과나 기계공학과에서도 그런 어프로치가 있는데 이를 미들웨어라고 합니다. 중간 기술들을 개발해 다양한 로봇과 다양한 형태의 3D(3차원) 프린팅 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술들을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데이터는 회사별로 다 다르고, 촉각 데이터도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의 표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 한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AI 반도체(HBM)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프라가 한국형 피지컬 AI(K-Physical AI) 발전에 무기가 될 수 있을까요?
“로봇에는 HBM이 들어가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피지컬 AI를 발전시키는 데) 좋은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HBM에서 훈련된 데이터로 운동 지능을 개발한다든지 해야 되겠죠. 제조업 로봇 밀도는 피지컬 AI를 수용한 로봇이라기 보다는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 사전에 프로그래밍해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모델이 바뀌면 공장 전체를 다운하고 프로그래밍을 짜서 로봇들에 쫙 내립니다. 이를 피지컬 AI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AI가 알아서 프로그램을 짜고 또 테스트도 하는 것까지 다 될 수 있는 게 피지컬 AI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센서나 액츄에이터 같은 것도 잘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여기에 강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 현대차,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로봇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학계의 원천 기술이 국내 산업계로 매끄럽게 이전되고 상용화되기 위해 필요한 협력 모델은 무엇인가요?
“사실 지금까지 현대차 삼성 LG 등이 로봇 기술에 투자를 많이는 못 했어요. 시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제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오래 연구하고 원천기술을 가진 분들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와 대기업들이 협업하는 모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 국내 최초의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탄생시킨) 오준호 교수님 같은 사례도 있죠. 톱다운 방식은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성장펀드 조성 등 피지컬 AI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규제 혁신 측면에서 현장의 과학자들이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스피드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방향은 맞는데 그것들이 법으로 이뤄지기에 스피드가 너무 늦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바깥으로 나가야 되는데 온갖 안전 규제가 다 걸려 있습니다. (규제를 완화한) 샌드박스라는 것도 있긴 하는데 너무 느린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중앙 정부에서는 뭔가를 하는데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건 지방 정부에서 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중앙 정부에서 지방 정부까지 내려오는 게 굉장히 많이 시간이 걸립니다. 또 하나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지금 AI 분야를 리딩하시는 분들의 근본적인 생각은 ‘엔드 투 엔드’(End-to-End, 종단간)입니다. 엔드 투 엔드 학습은 입력(시작점)부터 출력(끝점)까지의 모든 과정을 인간의 개입(코딩) 없이 하나의 거대한 AI 신경망이 통째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많은 데이터가 있으면 무조건 된다는 거죠. 하지만 로보틱스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데이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데이터냐를 묻게 됩니다. 엔드 투 엔드로 데이터를 쌓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이 들 텐데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테슬라가 엔드 투 엔드 방식입니다. 카메라만 갖고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100%는 안 되고 80% 정도 자율주행이 됩니다. 반면 웨이모 같은 경우는 다양한 센서를 써서, 피지컬 AI를 적용하는 데 훨씬 실적이 좋거든요. 그 얘기는 엔드 투 엔드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AI를 리딩 하시는 분들에겐 ‘AI 엔드 투 엔드’와 무조건 많은 데이터라는 식으로 메모리돼 있는 것 같아요. 공학적 지식을 활용하면 필요한 데이터 양을 줄일 수 있는데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 엔비디아가 한국의 피지컬 AI 파트너로 카이스트와 교수님 연구팀을 낙점했습니다.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인체 동작 파운데이션 모델’(Human Motion Foundation Model)의 개념이 궁금합니다.
“젠슨 황 CEO와 6, 7개월 전부터 조용히 추진해왔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황을 만나서 갑자기 표면에 드러났습니다. 현재 엔비디아 측에서 우리 과제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선발하는 단계로, 다음 달에 운영위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지금 정부에서 제조 AI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의료, 복지, 국방, 안전 이런 데도 피지컬 AI가 필요합니다. 저희 입장에선 조금 포커스를 바꿔 사람들의 데이터를 많이 쌓아 올리면 로봇의 데이터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근로자들의 암묵지를 레코딩할 수도 있을 거고, 로봇의 동작을 사람들의 동작으로부터 추출할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는 공경철 교수, 박형순 교수, 저, 경기욱 교수 등이 이끄는 로봇에 대해 잘하는 세계적인 랩들이 서너 개 있습니다. 저희들의 목표는 사람의 데이터를 쌓아 올려 로봇을 움직이는 데이터로 가게 하는 겁니다. ‘인체 동작 파운데이션 모델’은 거기서 나온 겁니다. 사람이 동작을 할 때 복잡하게 하는 게 아니라 몇 가지를 묶어서 하거든요. 이를 ‘시너지’라고 하는데 사람의 데이터를 쌓아올리면 로봇도 인간처럼 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교수님께서는 로봇이 인간 수준의 감각을 갖추도록 하는 ‘로봇 피부 및 촉각 센서’의 권위자이십니다. 피지컬 AI의 진화에서 ‘시각’(카메라)을 넘어 ‘촉각’(신체 감각)의 결합이 왜 필수적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는다고 해봅시다. 여기엔 두 가지 지능이 들어가는데 첫째는 내 주머니를 보지도 않고 손을 집어넣는 겁니다. 이는 내 팔다리의 위치를 내가 알고 있다는 얘기예요. 둘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지도 않고 열쇠나 동전을 찾아내는 겁니다. 촉각을 쓰는 거죠. 지금 로봇의 데이터는 카메라로 찍어 모으는 게 주류입니다. 어딘가 부딪치기 직전까지만 카메라를 알고 부딪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 모르는 거죠. 가령 물을 꽉 담은 텀블러와 물이 없는 텀블러는 카메라로 보면 똑같은데 사람은 텀블러를 들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로봇이 알아차리려면 엄청난 데이터와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로봇에도 촉각이 필수적입니다. 또 하나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가 70% 가량 진행이 안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촉각이 중요합니다. 촉각이 구현하기가 어려운 건 눈이나 귀에 몰린 시각이나 청각과 달리 온몸에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센서를 많이 동원하고 데이터를 줄여 일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촉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아직 데이터 표준도 안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로봇에게 촉각을 입히기가 어려운 겁니다.”
- 생각만으로 외골격 로봇을 제어하는 ‘뇌-로봇 인터페이스’(Brain-to-Robot) 연구도 선도하고 계십니다.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과 노동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제가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한 ‘영장류 피질 신경세포 집단을 이용한 손 운동 궤적의 실시간 예측’(Real-time prediction of hand trajectory by ensembles of cortical neurons in primates)이라는 논문이 있어요. 미국 MIT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2000년 11월에 낸 논문입니다. 원숭이의 뇌에다가 침을 박아 신호를 뽑아내는 이야기인데 이게 발전해 사람의 뇌에 침을 박아 할 수 있는 기술을 시도할 수 있게 됐죠. 사람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게 피지컬 AI의 목표라면 이 기술은 장애인 등을 로봇에 연결해 노동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입니다. 두 기술이 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피지컬 AI는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뇌과학 등이 융합된 고난도 분야입니다. 글로벌 인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뛰어난 융합 인재들을 키워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대전 카이스트에 AI 대학이 생겼습니다. 기계, 전기, 전산과 교수들이 가 트랜스포메이션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교육이나 인재가 부족한 것 같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은 이 인재들에 열정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 어딜 추격해 따라잡자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카이스트와 서울대 학생들을 카이스트 캠퍼스에 모아 ‘해커톤’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구성품들을 주고 100시간동안 로봇을 만들어 봐라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논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스펙이 쌓이는 것도 아닌데 100시간 동안 꼬박 새면서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경쟁 관계인데도 문제 해결 방법을 서로 알려주는 걸 보면서 놀랐습니다. 이런 젊은 세대들한테 열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즉 피지컬 AI를 통해 로봇을 만들고 싶으면 로봇을 만들 수 있고 수백 개의 로봇을 움직이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면 우리나라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 명의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도메인 놀리지’(Domain Knowledge, 도메인 지식)라고 하죠. 특정 분야, 산업, 또는 업무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자기 도메인 놀리지를 최대한 잘 교육시키고 AI를 이용해 분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핸드 익스피어리언스’(hand experience)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들이죠. 저희 카이스트 기계학과도 실험을 많이 늘리고 있는데 학생들이 손으로 만들어보는 게 AI를 적용할 때 좋은 경험을 주거든요. 이렇게 하면 AI 시대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피지컬 AI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때 우리 사회나 기업들이 지금부터 어떤 기술적·윤리적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지 제언 부탁드립니다.
“피지컬 AI를 활용한 무인 공장이 나오면 소득 배분이 문제가 될 겁니다. 기본소득이나 로봇세 등이 거론되는 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겁니다. 또한 앞으로 반려 기계가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될 텐데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본 소니가 ‘아이보’라는 로봇 강아지를 내놓았는데 이를 가진 분들이 몇 십년동안 정이 들면서 부품도 갈고 그렇게 생활했죠. 결국 단종이 됐는데 로봇 장례도 치르고 아이보를 기리는 신사까지 생겼습니다. 로봇을 자기 가족같이 느끼는 거예요. 곧 이런 일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구나 로봇이 정말 사람과 비슷해질텐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대두될 겁니다. 당장 제일 겁나는 건 (못쓰게 된) 로봇들을 어떻게 버리느냐는 겁니다. 수백만 수천만대의 로봇의 엄청난 쇳덩어리와 로봇이 가진 (개인) 데이터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입니다.”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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