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요양보호사 부족한 한국이 주목할 일본의 대응…현장 종사자 앞세워 돌봄노동 인식 개선

황교진 기자 2026. 8. 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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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노동성 지원 ‘돌봄 일자리 매력 알리기 서밋’ 21일 개최
현직 개호직원 500여 명 앰배서더로 양성…학교·취업박람회 이어 기업교육으로 확대
외국인력·기술 활용과 병행하지만 임금·근무환경 개선이 실효성 좌우
노인돌봄시설에서 직원들이 입소 노인의 이동과 식사,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모습 / 챗지피티 생성

 

한국과 일본 모두 초고령사회로서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담당할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실제 돌봄 현장으로 유입하고, 들어온 사람이 계속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두 나라의 공통 과제가 됐다.

한국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2024년 약 304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에서 실제로 일한 요양보호사는 약 63만 6,000명으로 자격증 소지자의 5분의 1 수준이다.

장기요양기관 소속 요양보호사는 2022년 58만 1,000명, 2023년 61만 7,000명, 2024년 63만 6,0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2024년 요양보호사가 전년보다 약 3.1% 증가하는 동안 장기요양 인정자는 약 116만 5,000명으로 6.1% 늘어 돌봄 수요가 인력보다 빠르게 확대됐다.

정부는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2025년부터 노인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입소자 2.3명당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강화했다. 인력 배치기준이 높아지고 장기요양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일할 요양보호사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의 돌봄인력 문제는 자격증을 더 많이 발급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자격을 취득한 사람의 현장 진입을 유도하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개호직원 212만 명대 정체…2026년 240만 명 필요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상황도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개호보험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는 개호직원은 2022년 약 215만 4,000명이었다. 2023년에는 약 212만 5,74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감소했다. 2024년은 212만 6,227명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다.

후생노동성이 제9기 개호보험사업계획에 따라 일본 전역의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추산한 수치를 집계한 결과, 필요한 개호직원은 2026년도 약 240만 명, 2040년도 약 272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약 215만 명보다 각각 약 25만 명과 57만 명 많은 규모다. 그러나 2024년 실제 개호직원은 2022년보다 줄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일본은 이에 개호직원의 처우 개선, 다양한 인재의 확보·육성, 이직 방지·정착 촉진·생산성 향상, 직업의 매력 제고, 외국인력 수용 환경 정비를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개호인력은 '경제동반자협정(EPA) 개호복지사 후보자', 체류자격 '개호', '기능실습', 개호 분야의 '특정기능 1호' 등 네 가지 경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어 학습과 개호복지사 국가자격 취득, 현장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외국인 개호인력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체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규모가 제한적이고, 일본어 교육과 자격 취득, 장기 정착을 둘러싼 과제도 남아 있다. 기능실습제도는 기술 이전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노동권 침해와 전직 제한 등의 문제가 제기돼 폐지되고, 2027년 4월부터 새로운 '육성취업제도'로 전환된다. 

일본은 외국인력 도입과 함께 내국인의 신규 진입, 기존 종사자의 정착,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부담 완화와 돌봄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보조사업으로 21일 도쿄에서 열리는 '돌봄 일자리 매력 알리기 서밋' 공식 안내문. 현직 개호직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인식 개선 사례를 공유한다. / PwC컨설팅 행사 안내문 캡처

 

21일 '돌봄 일자리 매력 알리기 서밋' 개최 

후생노동성의 2026년도 '돌봄 일자리 매력 알리기 등 사업'의 하나인 '돌봄 일자리 매력 알리기 서밋'이 21일 도쿄에서 열린다. 후생노동성 보조사업을 수행하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컨설팅'이 주최하며,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단체의 돌봄인력 확보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다.

행사에서는 현직 개호직원이 전하는 돌봄 일자리의 매력과 지자체의 홍보 사례, 인식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다른 지자체 담당자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도쿄 행사의 정원은 현장 참석자 70명과 온라인 참석자 300명이다. 올해는 도쿄에 이어 10월 30일 오사카에서도 서밋을 열 예정이다. 지자체별 돌봄 일자리 홍보 사례와 콘텐츠를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직 돌봄노동자 500여 명을 홍보 주체로 양성

사업의 중심에는 현직 돌봄노동자가 있다. 2019년 후생노동성 사업으로 출범해 창의적 콘텐츠를 통해 개호직의 이미지와 사회적 평가 향상을 추진해 온 '가이고 프라이드(KAiGO PRiDE)'는 개호직원이 자신의 경험과 직업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앰배서더를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전역에서 양성된 앰배서더는 500명을 넘어섰다.

앰배서더들은 취업박람회와 공동채용설명회에 참여해 구직자에게 실제 업무와 현장 경험을 전달한다. 초중고등학교와 전문학교를 찾아가 돌봄 직업을 소개하는 방문 수업에도 참여한다. 현장 종사자가 자신의 언어로 일의 의미와 어려움, 전문성을 알리는 구조다. 종사자를 홍보의 대상이 아니라 직업의 가치를 사회에 전달하는 주체로 세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6년에는 앰배서더 가운데 일부를 '가이고 프라이드 인스트럭터'로 양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기업 연수 등에서 개호 현장의 경험과 돌봄노동의 가치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 주요 대상은 부모 돌봄과 직장생활의 양립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40∼50대 직장인이다. 돌봄을 개인과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 직장에 관련된 과제로 이해하도록 돕고, 노인의 생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개호직원의 역할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돌봄노동자가 직접 콘텐츠 제작

현직 종사자의 콘텐츠 제작과 소통 역량을 높이는 '가이고 리더스 스쿨'도 운영한다. 돌봄·복지 종사자들이 동영상 제작과 글쓰기, 모임 기획을 배우는 온라인 교육과정이다.

2025년 1기에는 실전 과정 139명과 영상 시청 과정 306명 등 총 445명이 참여해 93편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2026년 2기 과정에서도 동영상과 글쓰기, 모임 기획 등 세 분야의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의 전자상거래·디지털서비스 기업 라쿠텐그룹은 후생노동성 보조사업의 웹 홍보 수행기관으로 '알다·이해하다, 돌봄 일자리' 포털을 운영한다. 이 포털은 현직 종사자 인터뷰와 돌봄 관련 동영상·만화 등을 한곳에 모아 돌봄 일자리의 실제 모습과 매력을 알리고, 일부 콘텐츠는 지자체와 관련 단체가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사업장 65.8% "인력 부족"…직업 인식과 노동조건 함께 바꿔야

일본 개호노동안정센터가 2026년 7월 발표한 2025년도 개호노동 실태조사에서 방문개호원과 개호직원을 합한 이직률은 12.4%로 전년도와 같았다. 채용률은 14.6%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조사에 응답한 사업장 가운데 전체 종사자가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은 65.8%로 전년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사업장들은 채용에 효과적인 방안으로 '임금 수준 향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직원 정착에는 휴가를 사용하거나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변경하기 쉬운 직장 환경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돌봄인력 부족을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돌봄노동의 가치와 전문성을 알리는 활동은 새로운 인력의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 취업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려면 임금과 고용 안정성, 인력 배치와 업무 부담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일본의 시도에서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력 도입과 기술 활용에 더해 현장 종사자가 직접 돌봄 직업의 가치를 알리도록 했다는 점이다. 돌봄을 단순한 일손이 아니라 판단과 기술, 관계 형성 능력이 필요한 전문적인 노동으로 알리려는 접근이다.

직업의 매력은 홍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식 개선이 실제 취업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려면 그에 걸맞은 노동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돌봄인력 정책의 성패는 자격증이나 외국인력의 숫자가 아니라, 돌봄을 선택한 사람이 존중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는지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자격증 소지자와 현장 종사자 사이의 격차가 큰 한국에서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요양보호사를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인력이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을 갖춘 돌봄노동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와 함께 임금과 고용 안정성, 인력 배치와 업무 부담을 개선할 때 인식의 변화도 실제 현장 유입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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