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32만원으로 전국 알린 ‘봉화사과’…27세 공무원의 실험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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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만9천원이었다.
경북 봉화군의 20대 공무원이 자신의 돈을 들여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띄운 '봉화사과' 광고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지방자치단체 농특산물 홍보 방식에도 신선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과가 확인된다면 젊은 공무원의 파격적인 아이디어에 행정의 지원과 시스템을 결합해 봉화사과뿐 아니라 송이, 한약우 등 지역 농특산물 전체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한 공무원의 32만9천원짜리 실험을 '재미있는 사건'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봉화군 농특산물 홍보 방식을 한 단계 바꾸는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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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민원에 SNS 잠시 중단…개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봉화군 홍보 자산으로 이어질까

32만9천원이었다. 군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경북 봉화군의 20대 공무원이 자신의 돈을 들여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띄운 '봉화사과' 광고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지방자치단체 농특산물 홍보 방식에도 신선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은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유통특작과 김수성(27) 주무관이다.
◆뉴욕 한복판에 뜬 봉화사과
김 주무관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 '두유노 봉화사과?'라는 문구를 내보냈다. 광고비 32만9천원은 모두 사비로 부담했다.
목적지는 뉴욕이었지만 정작 겨냥한 곳은 국내였다.
미국 소비자에게 봉화사과를 직접 판매하기 위한 광고가 아니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봉화사과 광고가 떴다'는 사실 자체를 화제로 만들어 국내 SNS와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겠다는 역발상이었다.
김 주무관은 SNS 홍보를 위한 광고라는 이유만으로 군 예산을 집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개인 비용으로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임스스퀘어 광고 비용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전략은 적중했다. 뉴욕 한복판에 등장한 한글 광고 사진과 영상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고 전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수십만원의 비용으로 '봉화'와 '봉화사과'라는 이름을 전국에 노출시키면서 기존 지자체 농특산물 홍보와는 다른 바이럴 마케팅 사례로 주목받았다.
김 주무관은 약 1년6개월 전부터 봉화군 농특산물 홍보 관련 업무를 맡아 자매도시 농산물 직거래와 대도시 홍보 행사, 야구장 홍보, 팝업스토어 기획·운영, 로컬푸드 직매장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가상 캐릭터 '봉숭이 주무관'을 활용한 SNS 홍보도 이런 업무의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당초 '내부 사정'이라는 설명만 나오면서 외압설까지 제기됐지만 김 주무관은 이를 분명히 부인했다.
그는 긍정적인 반응과 격려가 많았던 반면 "공무원이 왜 저런 일을 하느냐"는 취지의 악성 댓글과 민원이 이어지면서 심적 부담이 커졌고 건강상의 문제까지 겹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NS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김 주무관은 본업은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봉숭이 주무관' SNS는 기존 업무 외에 추가로 해온 활동이라고 밝혔다.
군수와 동료 직원들 역시 이번 타임스스퀘어 광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격려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주무관 역시 봉화군 홍보팀과 수시로 소통하며 농특산물 홍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실험을 넘어 봉화 홍보의 새로운 출발점
이번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SNS 중단 자체보다 그 앞에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낸 아이디어가 거액의 광고대행비나 대규모 홍보사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농특산물 홍보를 담당하는 젊은 공무원의 발상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동시에 새로운 홍보 방식이 한 직원의 개인적인 열정과 추가적인 노력에만 기대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과제도 남겼다.
'32만9천원의 실험'을 한때의 화제로 소비하기보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새로운 홍보 방식을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스퀘어 광고 전후 봉화사과 검색량과 온라인 판매량, 농특산물 쇼핑몰 방문자, 실제 주문·문의량 등을 분석한다면 이번 홍보가 SNS의 '좋아요'와 조회수를 넘어 소비로 얼마나 연결됐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성과가 확인된다면 젊은 공무원의 파격적인 아이디어에 행정의 지원과 시스템을 결합해 봉화사과뿐 아니라 송이, 한약우 등 지역 농특산물 전체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번 사례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역의 규모가 작다고 홍보의 파급력까지 작을 필요는 없다. 막대한 예산보다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 아이디어 하나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봉화의 이름을 뉴욕 한복판에 올리는 데 들어간 돈은 32만9천원이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한 공무원의 32만9천원짜리 실험을 '재미있는 사건'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봉화군 농특산물 홍보 방식을 한 단계 바꾸는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가.
그 답은 이제 개인의 열정을 넘어 봉화군의 몫으로 남았다.
박완훈 기자 pwh0413@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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