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사라졌다"…룸살롱 접대받고 '양정원 사건' 증발시킨 경찰들 재판행 [종합]

서지윤 2026. 8. 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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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씨 측으로부터 유흥업소 접대를 받고 사건을 무마해 준 현직 경찰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피의자로 등록된 양씨를 참고인으로 둔갑시켜 수사망에서 빼내고, 피해자의 이의신청권까지 박탈하는 등 형사사법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검찰은 A씨에게 사건을 알선하고 함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경찰청 소속 경정 B씨를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 혐의로, A씨 등에게 뇌물과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다단계 사업자 C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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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원 남편 주가조작 사범 청탁받고 사건 은폐
참고인 둔갑에 피해자 이의신청권마저 박탈당해
가짜 시나리오 작성 등 증거인멸 시도까지 적발
검찰 "사법 기능 마비시킨 중대 범죄 엄단할 것"
필라테스 강사 겸 인플루언서 양정원씨가 지난 4월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씨 측으로부터 유흥업소 접대를 받고 사건을 무마해 준 현직 경찰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피의자로 등록된 양씨를 참고인으로 둔갑시켜 수사망에서 빼내고, 피해자의 이의신청권까지 박탈하는 등 형사사법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서울 강남경찰서의 전 수사팀장인 경감 A씨를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코스닥 상장사 시세조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양씨의 남편인 주가조작 사범 등과 유착해 약 1000만원 상당 현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A씨에게 사건을 알선하고 함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경찰청 소속 경정 B씨를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 혐의로, A씨 등에게 뇌물과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다단계 사업자 C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A씨와 B씨는 직위해제 상태지만, 경찰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필라테스 가맹 사업 사기 의혹을 받는 양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양씨의 남편이자 주가조작 주범인 D씨와 친분이 있던 경찰청 경정 B씨의 청탁을 받았다. 최종 결재권자인 A씨는 담당 후배 수사관에게 지시해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돼 있던 양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임의 변경하도록 했고, 양씨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해자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참고인은 수사 대상인 피의자 신분이 아니어서 불송치 결정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수사 절차상 피의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변경하려면 명확한 근거 서류와 내부 결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검찰은 A씨가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사건 무마 대가로 D씨로부터 명품 스카프 등 금품을 제공받았다. 또한 한 번에 200만원 상당에 달하는 유흥업소 접대도 수차례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접대 이틀 후 양씨에 대한 다른 사기 사건 수사가 문제 되자, 담당자인 강남경찰서 후배 경찰관에게 "내가 이미 불송치한 사건이니 빨리 종결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건을 불송치 결정으로 잘 처리해 줬다"고 B씨에게 알렸으며, B씨는 "A씨가 고참 팀장이라 영향력이 있다. 잘 마무리됐다"면서 D씨 측에 경과를 전달하고 사적 만남을 이어갔다. 또한 A씨는 청탁받은 두 번째 사건의 신속한 불송치 처리를 위해 동료 경찰관을 통해 피해자의 '고소 취소'를 유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담당 수사관들에게 "내가 이미 본 사건이니 무혐의로 빨리 끝내라"고 재차 압박을 가했으며, 결국 해당 사건 수사는 중단됐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들 외에도 주가조작 선수, 지명수배자, 다단계 업자 등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수사 무마와 정보 제공 청탁을 받고 금품을 지속적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단계 업자 C씨로부터 받은 상품권의 출처에 대해 검찰 추적이 시작되자, 지인들을 동원해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정당하게 구입했다"는 가짜 시나리오를 짜고 거짓 진술을 연습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현직 경찰관이 범죄자와 유착되어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사건을 은폐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형사사법 기능의 본질을 마비시키는 중대 범죄"라며 "향후에도 형사사법 체계를 훼손하는 부패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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