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임금지급, 원청이 챙겨라"…그럼 노란봉투법은요?

백승현 2026. 8. 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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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1월 1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4가 시행된다. 도급인은 (1) 도급금액을 지급할 때 그중 수급인이 자기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매월 구분하여 지급하고, (2) 수급인이 전월에 그 임금을 실제로 자신의 근로자에게 지급했는지 확인하며, (3)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원형은 2019년 11월 신설되어 2020년 5월 시행된 건설근로자법 제7조의3(임금비용의 구분지급 및 확인)이다. 원청은 이제 도급금액 안에서 임금비용을 특정해야 하고, 그것을 구분해 매월 지급해야 하며, 하청이 실제로 임금을 지급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지급하지 않았으면 국가에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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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2027년 1월 1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4가 시행된다. 도급인은 (1) 도급금액을 지급할 때 그중 수급인이 자기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매월 구분하여 지급하고, (2) 수급인이 전월에 그 임금을 실제로 자신의 근로자에게 지급했는지 확인하며, (3)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것이 해당 조항의 골자다.

다만 지금 확정된 것은 뼈대 뿐이다. 어떤 업종에서, 얼마 이상의 금액과 어느 정도 기간의 도급에 이 의무가 붙는지는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지만 아직 시행령은 나오지 않았다. 임금비용을 어떻게 구분해 지급하고, 지급 여부를 어떤 방법으로 확인하며, 어떤 절차로 통보하는지도 시행규칙이 정하게 되므로, 제도의 실제 윤곽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 조항에는 시행령보다 먼저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조항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올해 3월 12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3월 10일로부터 이틀 뒤다. 한쪽 법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사용자로 본다고 하고, 다른 쪽 법은 원청에게 하청 근로자의 임금을 구분해 주고 그 지급 여부까지 확인하라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이 제도의 연원을 따라가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새로 발명된 것이 아니다. 원형은 2019년 11월 신설되어 2020년 5월 시행된 건설근로자법 제7조의3(임금비용의 구분지급 및 확인)이다. 적용 범위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기업·준정부기관·지방공사·지방공단이 발주하는 건설공사로서 도급금액 3천만원 이상(2025년 4월 5천만원에서 인하), 공사기간 30일 초과인 공사에 한정된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4는 이 제도를 모든 도급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적용 대상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사·지방공단·출자출연기관에 더해 제1항 제6호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도급인”이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공공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소개하지만, 제6호가 있는 이상 민간 도급도 포섭된다. 공공기관을 길게 열거한 제1호부터 제5호까지는 오히려 예시에 가깝고, 적용 범위를 실질적으로 가르는 것은 대통령령이 정할 업종·금액·기간뿐이다. 건설공사에 한정되지도 않아 제조든 물류든 서비스든 가리지 않으며, 한 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면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도 각각 도급인·수급인으로 본다(제2항).

입법자가 이러한 제도의 확대를 택한 것은 임금체불의 원인이 수급인의 영세성이 아니라 다단계 도급구조 그 자체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2025년 9월 임금체불 근절대책에서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한 업종을 겨냥해 임금비용의 구분지급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 당정이 이 법을 ‘중간착취방지법’으로 부르며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추진해 온 것이 같은 흐름이다. 임금을 도급대금이라는 덩어리에서 떼어내 떼일 수 없는 돈으로 만들고, 그 분리와 감시를 원청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요컨대 원청을 하청의 임금지급에 관한 관리자로 세우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조용히 입법된 탓인지 구체적 타당성을 충분히 따지지 못한 흔적이 보인다. 국회 검토 단계에서 이미 두 가지가 지적됐다. 하나는 도급계약의 다양성이다. 계약 시점에 보수가 확정되는 정액도급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산도급처럼 상·하한액만 정해두거나 작업이 끝난 뒤 보수를 확정하는 형태도 있다. 임금비용을 미리 특정해 매월 지급하는 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도급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영업비밀이다. 수급인에게 인건비 구성은 원가의 핵심이자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이므로, 이를 도급인에게 내놓으라는 요구에 응하기 어려운 국면이 생긴다.

더 눈여겨볼 것은 고용노동부의 입장이었다. 주무부처는 근로관계가 아닌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대금 지급 방법을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이 이미 도급대금의 적정 지급을 다루고 있으므로 그쪽 법령에서 정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 확인·통보의무에 대해서도 도급인에게 새로운 규제를 지우는 것일 뿐 아니라 노무관리 부담이 크게 늘어 실제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신중론을 폈다. 주무부처가 이 법에 넣을 사안이 아니라고 말한 조항이 그대로 근로기준법에 들어갔고, 지적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았다.

그런데 이 제도의 파장은 근로기준법 안에서 그치지 않는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에 관여하게 되면, 그 관여는 다른 법에서 다시 평가받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하여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사용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도급비는 공정이나 물량 단위의 총액으로 오갈 뿐, 그 돈을 하청이 내부에서 어떻게 나누는지는 하청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정한다’는 점이다. 총액의 증감이 하청 임금 수준에 영향을 준다 해도 그것은 거래관계에 따르는 통상적 파급일 뿐, 노조법이 요구하는 지배·결정과는 층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제44조의4는 이 설명을 다소 무색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원청은 이제 도급금액 안에서 임금비용을 특정해야 하고, 그것을 구분해 매월 지급해야 하며, 하청이 실제로 임금을 지급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지급하지 않았으면 국가에 알려야 한다. 그렇다면 ‘총액만 건넨다’는 항변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청이 산안법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수록 오히려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순을 떠올리게 한다.

한쪽에서는 지배력이 인정되면 교섭에 응하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하청의 임금 지급 여부까지 확인하라 한다. 두 법 모두 저마다 선한 목적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둘이 한 기업의 한 현장에서 동시에 작동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검토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넉 달 남짓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나오지 않아 적용 범위도 구체적인 이행방법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기업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를 미리 해 둘 만하다.

첫째, 도급계약의 구조를 손봐야 한다. 임금비용 항목을 별도로 표시하고 산정근거를 남기되, 성과연동형처럼 대금이 사후에 확정되는 유형은 임금비용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확정할지 계약 단계에서 정해 둘 필요가 있다.

둘째, 하청의 임금 지급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되 되도록 간략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임금 정보를 과잉 수집하면 그 자체가 실질적 지배력의 징표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 총액과 지급 사실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최소 범위로 항목을 한정하고, 임금 수준이나 배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이 확인이 법령상 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을 계약서와 내부 규정에 함께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다투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셋째, 다단계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제44조의4 제2항에 따르면 직상 수급인도 도급인이 된다. 2차·3차 협력사까지 이어지는 체인에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확인하고 언제 지급하는지를 미리 그려두지 않으면 자칫 지급·결제 전반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넷째, 수집한 임금 정보의 보관·이용·파기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협력사의 임금 지급에 관한 정보는 타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며 타사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포함할 소지가 크다. 확인 의무를 이행하다 다른 법을 위반하게 되는 일은 없는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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