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84% ‘피지컬 AI’ 도입 속도…“생산성 향상 vs 일자리 축소” 명암

국내 대형 제조업체 10곳 중 8곳 이상이 로봇과 자동화 설비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피지컬 AI’를 이미 도입했거나 향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기대감이 높은 반면, 현장 일자리 축소와 노사 갈등 우려라는 과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종사자 500인 이상 제조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피지컬 AI 도입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4.0%가 피지컬 AI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제조 공정에서 상용 또는 시범 사업 형태로 도입한 기업은 47.0%였다. 전 공정이나 전 부서에 도입한 곳은 4.0%, 일부 공정이나 일부 부서에 도입한 곳은 43.0%로 집계됐다. 아직 도입하지 않았으나 향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도 37.0%에 달했다. 반면 현재 도입하지 않았고 향후 계획도 없다고 답한 기업은 16.0%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도입 의지가 더 뚜렷했다. 10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88.5%가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500인 이상 1000인 미만 기업의 응답률(68.2%)을 20.3%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로봇의 형태는 단순 운송 중심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현재 피지컬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을 활용한다는 응답이 63.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반면 향후 도입할 계획인 기업들은 휴머노이드형을 꼽은 비율이 64.9%로 가장 높았다.
현재 피지컬 AI를 도입한 기업들의 주된 활용 분야는 조립·제작 공정이 66.0%로 가장 많았다. 물류·운송 및 창고 관리가 57.4%로 뒤를 이었다. 제품 설계·개발(17.0%), 품질 진단(14.9%), 안전 관리(10.6%) 등 제조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피지컬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8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로 ‘생산성 및 실적 향상’(4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구인난 등 인력 운용 어려움 해소’(26.2%), ‘산업재해 예방 및 사고 위험 감소’(22.6%) 순이었다. 이들 기업이 예상한 평균 생산성 향상 폭은 31.9%에 달했다.
생산성 향상 기대와 동시에 일자리 감소 우려도 컸다. 피지컬 AI 도입과 확대에 따라 전체 일자리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본 기업은 61.9%에 달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자동화에 따른 기존 인력 대체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 셈이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4.5%였고,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도입과정의 애로사항으로는 기술적 불안정성과 시스템 불안에 따른 리스크(34.5%)가 1순위로 지목됐다.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31.0%)과 노조 및 근로자의 도입 반대(27.4%)가 뒤를 이었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피지컬 AI 확산으로 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동시에 투자 대비 수익 불확실성과 노사 갈등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기업 지원 대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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