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외환보유액’ 무너졌나"…순대외금융자산 91% 급감, 12년만 최저

유진아 2026. 8. 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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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이 한 분기 만에 90% 넘게 급감하며 2014년 순자산국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40억달러로 전분기 말보다 6895억달러 감소했다.

반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대외금융자산도 전분기보다 2017억달러 늘어난 3조843억달러로 집계됐다.

최 팀장은 "이번 감소는 대외자산이 소진되거나 대외차입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이 증가한 결과"라며 "순대외금융자산 자체만으로 대외지급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고 자산의 형태를 함께 보면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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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폭 감소…2014년 순자산국 전환 후 최저
코스피 급등에 외국인 보유주식 평가액 급증
한은 "빚 늘어난 것 아냐"…외환시장 영향 주시
[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이 한 분기 만에 90% 넘게 급감하며 2014년 순자산국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주가가 해외 증시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이 폭증한 영향이다. 이에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 67.8% 급등… 평가액이 순자산 삼켰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40억달러로 전분기 말보다 6895억달러 감소했다.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4년 이후 역대 최대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이다. 해외에서 받을 수 있는 금융자산이 외국에 지급할 금융부채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낸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3분기 1조372억달러에서 4분기 8857억달러, 올해 1분기 7536억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는 64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3분기 연속 감소했으며 2분기에만 전분기 대비 91.5% 급감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처음 플러스로 전환된 2014년 3분기 이후 가장 적다.

순대외금융자산이 급감한 것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분인 대외금융부채가 국내 주가 상승으로 이례적으로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2분기 말 대외금융부채는 3조202억달러로 전분기보다 8912억달러 증가했다. 증가 폭은 역대 최대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자금이 실제로 새로 들어온 거래 요인은 235억달러 감소했지만 주가와 환율 등 비거래 요인이 9147억달러 증가하면서 전체 부채를 끌어올렸다. 이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은 2조3322억달러로 전분기보다 8593억달러 늘었다. 특히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지분증권의 평가액은 1조325억달러에서 1조8806억달러로 8481억달러 급증했다.

외국인이 2분기 국내 주식을 639억달러 순매도했지만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액이 9120억달러 늘면서 순매도 효과를 압도했다. 2분기 코스피는 5052.5에서 8476.5로 67.8%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 상승률은 각각 12.9%, 21.4%에 그쳤다.

최재혁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장은 "국내 주가와 여타국 주가가 함께 상승했다면 부채와 자산이 모두 증가해 차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2분기에는 국내 주가 상승 폭이 미국 등 여타국을 크게 상회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대외금융자산도 전분기보다 2017억달러 늘어난 3조843억달러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역대 최대였으며 잔액도 처음으로 3조달러를 넘어섰다.

해외 주식 매수가 이어지고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서 증권투자 잔액은 1427억달러 증가한 1조380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해외 지분증권은 순투자와 평가액 증가에 힘입어 1462억달러 늘었다. 수출 호조로 무역신용과 해외 예치금 등이 증가하면서 기타투자 잔액도 318억달러 늘었다.

그러나 대외금융부채 증가 폭이 자산 증가 폭의 4배를 넘어서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은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거래 요인만 보면 순대외금융자산은 984억달러 늘어나는 구조였지만, 국내외 주가와 환율 등에 따른 평가 요인이 7879억달러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상현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금융자산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해 처음으로 3조달러를 돌파했다"며 "우리나라 대외금융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제2 외환보유액' 640억달러로… 외환시장 영향 주시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실상 바닥 수준까지 줄면서 그동안 대외 충격을 흡수하는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 평가받아 온 안전판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주가 등락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 규모가 크게 바뀌면서 대외건전성 지표의 변동성도 이전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 주식과 금융시장 흐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변동성이 외환 수급에 영향을 미쳐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감소가 대외자산 소진이나 차입 증가에 따른 것은 아닌 만큼 대외지급능력이 그만큼 약해진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외금융부채에는 채권과 차입금뿐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도 포함된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국내 기업이 상승분만큼 외국인 주주에게 추가로 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보유 주식의 평가액 증가는 통계상 대외금융부채로 잡히지만 실제 상환해야 할 빚이 늘어난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신상호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순대외금융자산이 얼마나 줄었는가보다 왜 줄었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최근 감소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문제가 됐던 대외차입 증가보다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따른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계약에 따라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대외채무와 대외채권의 차이인 순대외채권은 2분기 말 3678억달러로 전분기보다 23억달러 증가했다. 3분기 만의 증가 전환이다. 대외채권은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신용과 해외 예치금 증가로 407억달러 늘어난 1조1806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외채무는 8128억달러로 384억달러 증가했다.

단기외채 관련 지표는 다소 악화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3.3%에서 46.5%로 3.1%포인트(p) 상승해 201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3.7%에서 24.4%로 0.7%p 올랐다.

한은은 단기외채 증가 역시 차입 확대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환전하지 않은 자금이 증권사의 원화 예수금과 미지급금 형태로 남은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해당 요인을 제외하면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전분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최 팀장은 "이번 감소는 대외자산이 소진되거나 대외차입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이 증가한 결과"라며 "순대외금융자산 자체만으로 대외지급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고 자산의 형태를 함께 보면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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