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K테크] ②CCTV 분석한 AI가 위험 찾으면 휴머노이드가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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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수소경제, 우주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임무중심연구소 중 한 곳인 AI·로봇연구소가 그리는 '사회 안전 AI 플랫폼·로봇'이 활약할 한 장면이다. 현재 사람이 육안으로 살펴야 하는 수많은 CCTV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AI 플랫폼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결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KIST 본원에서 만난 김익재 AI·로봇연구소장과 황동현 휴머노이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미국·중국과 같은 개발 전략으로는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앞서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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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수소경제, 우주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첨단 과학기술은 산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의 토대로 여겨졌지만 이제 국가의 미래와 안보까지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소다. 동아사이언스는 종합 출연연으로 올해 설립 60년을 맞아 국가 과학기술 난제 연구에 도전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무중심연구소 연구 현장을 찾아 기술패권 경쟁 속 한국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한다.
인천공항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장시간 방치된 여행가방을 포착한다. 인공지능(AI)은 가방을 두고 간 사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위험도를 판단한다. 실제 폭발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폭발물 처리반 인력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장으로 출동해 가방을 확인하고 처리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임무중심연구소 중 한 곳인 AI·로봇연구소가 그리는 '사회 안전 AI 플랫폼·로봇'이 활약할 한 장면이다. 현재 사람이 육안으로 살펴야 하는 수많은 CCTV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AI 플랫폼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결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심화되며 한국도 기술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504억원을 투입해 AI와 구동장치가 통합된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KIST 본원에서 만난 김익재 AI·로봇연구소장과 황동현 휴머노이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미국·중국과 같은 개발 전략으로는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앞서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한된 인력과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로봇 AI가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감각까지 학습하는 차별화된 AI 모델과 이를 구현할 전용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 연구소가 택한 전략이다.
김 소장은 “첨단 AI와 로봇 기술을 통해 사회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전 플랫폼 기술을 만드는 것이 연구소의 임무”라며 “궁극적으로 국민이 더 안전하게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가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개별 연구에서 하나의 '임무'로
KIST는 2024년 연구 조직을 '임무중심연구소' 체계로 개편했다. 개편 전에는 AI와 로봇 분야 연구자들이 공통 연구에도 참여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쟁형 외부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현재는 '사회 안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모두가 연구에 몰두한다.
김 소장은 "이전에는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전문성을 키우며 과제 단위 성과를 도출했다면 지금은 큰 방향성을 가지고 공통의 목표를 함께 설계하고 개발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 美·中 따라가기보다 '촉각+힘 감각'으로 차별화
세계 휴머노이드 경쟁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강점이 있다. 중국은 저가 하드웨어를 대량생산하는 데 앞선다. 김 소장은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략 신흥산업으로 지정한 뒤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기업들이 빠르게 양산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모터·센서 등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도 장점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AI 소프트웨어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에 무게를 둔다. 특정 작업만 수행하는 AI가 아니라 다양한 작업의 기반이 되는 범용 모델을 개발해 로봇에 적용하는 전략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양산 수준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하드웨어 영역에 강점이 있고 미국은 로봇이 실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지능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결국 양국 모두 휴머노이드를 다양한 서비스로 이어내겠다는 목표는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미국·중국과 차별화된 모델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로봇에 사람의 '손끝 감각'을 더하는 것이다.
현재 로봇 AI 분야에서는 카메라로 주변을 보고 언어 명령을 이해한 뒤 행동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 주목받는다. AI·로봇연구소는 VLA에 '햅틱' 정보를 더한 '시각-햅틱-언어-행동(VHLA)' 모델을 개발 중이다.
햅틱은 사람이 물체를 만지고 나서 비로소 느끼는 감각을 의미한다. 사람은 물체를 들 때 눈으로 위치만 확인하지 않는다. 손끝으로 미끄러운지 인식하고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하는지 판단한다. 시각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촉각' 요소다.
연구진은 촉각뿐 아니라 관절 등에 가해지는 힘까지 함께 학습해야 다양한 물체를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고 본다. 황 책임연구원은 "영상만으로는 로봇이 물체를 얼마나 세게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촉각과 함께 물체를 잡을 때 가해지는 힘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촉각에 힘 감각까지 더해진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황 책임연구원과 연구진들이 AI에 더해 하드웨어인 '로봇 핸드(손)'까지 개발하는 이유다. 황 책임연구원은 "아직 전세계에 없는 우리만의 모델을 구현하려면 결국 우리만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햅틱 데이터를 학습하면 모델이 훨씬 강력해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모델 구조와 데이터를 수집할 하드웨어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KIST가 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더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도록 물꼬를 틔우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휴머노이드 경쟁력? 데이터·컴퓨팅·로봇 '삼위일체' 필요"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데이터다. 다양하고 정교한 동작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려면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대량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수천대의 로봇과 사람을 일대일 배치한 뒤 사람이 직접 동작을 시연하거나 원격으로 조작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미국은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비용을 줄이고자 물리 현상을 구현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연구소는 두 방식을 함께 활용한다. 김 소장은 "가상 데이터만으로는 학습에 한계가 있고 실제 원격 조작 데이터는 양이 부족하다"며 "비디오와 가상 데이터, 실제 구동 데이터 세 가지를 조합해 학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AI 학습 데이터를 피라미드에 비유했다. 가장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는 웹 영상이 하단에 있다. 그 위에 시뮬레이션 데이터, 가장 꼭대기에는 실제 로봇을 움직여 확보한 데이터가 자리한다.
실제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하려면 피라미드 정점에 해당하는 실제 구동 데이터가 중요하다.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활용하면 촉각과 힘 감각처럼 기존 로봇으로는 얻기 어려운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황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만든 하드웨어만 유독 잘 모을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만든다면 현재 선도 국가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소장과 황 책임연구원은 다수의 휴머노이드를 활용해 실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학습센터'와 같은 기반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연구소 내부에서도 소규모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인프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컴퓨팅 자원도 필수다. 거대한 AI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하려면 막대한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 만큼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빅테크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연구소는 이미 학습된 VLM을 활용하거나 모델을 나눠 적은 데이터로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 소장은 "결국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컴퓨팅 인프라와 학습 데이터, 실제 데이터를 수집할 로봇 하드웨어 세 가지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장부터 시작해 2030년 요양원, 2035년 가정으로
휴머노이드가 가장 먼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환경이 비교적 정형화된 공장과 물류센터다. 기존 산업용 로봇처럼 미리 입력된 동작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종류와 위치가 달라져도 어느 정도 스스로 판단해 작업하는 로봇을 구현하려는 목표다.
다음 목표는 요양원이나 장애인 거주시설 같은 집단시설이다. 빨래나 음식 운반 등 가정과 비슷한 작업이 요구되지만 개별 가정보다는 수행해야 할 업무와 환경을 일정 수준 정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ST는 2030년까지 요양원 등 집단시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2035년에는 일반 가정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소장은 "가정이야말로 환경이 모두 다르고 사람마다 요구하는 것도 달라 응용 난도가 굉장히 높다"며 공장, 집단시설, 가정 순으로 휴머노이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하드웨어 격차 1~2년도 안 돼…속도만큼 안전도 중요"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추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황 책임연구원은 순수한 하드웨어 기술만 놓고 보면 격차가 압도적으로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격과 대량생산 능력을 제외하고 국내 하드웨어 기술 수준을 보면 중국·미국에서 만드는 하드웨어 수준과 1~2년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며 "몸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 가운데 반드시 해외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부분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AI 분야에서는 추격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양질의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기술, 기업과 연구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 책임연구원은 “기업과 협력이 강화된다면 2030년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기술 경쟁이 빨라진다는 이유로 연구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지컬 AI가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를 구동하는 데 로봇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만큼 연구를 일관되게 집중해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안전과 신뢰다.
김 소장은 "로봇을 잘 만들고 빨리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 안전"이라며 "무조건적인 속도전이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받는 기술로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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