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해줬으니 회식비 30만원 달라” 뇌물 요구 혐의 경찰관, 징역형 집유

인천/이현준 기자 2026. 8. 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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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청사. /인천지법

자신이 담당한 사건 피의자에게 선처해준 대가로 회식비와 양주 등을 요구한 경찰 간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재판장 손승범)는 뇌물요구 혐의로 기소된 인천 지역 한 경찰서 소속 경감 A(60)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이 맡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 피의자 B씨에게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권유하고, 회식비 30만원과 5만 2000원 상당의 양주 1병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지난해 4월 25일 오전 0시 20분쯤 인천 미추홀구에서 연수구까지 약 5㎞를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4%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B씨는 A씨의 권고 이후 실제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죄를 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만 B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일 피의자신문을 위해 출석한 B씨에게 “조만간 회식을 할 건데, 회식비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 회식 날인 6일에 경찰서로 현금 30만원을 가지고 와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에 대해 합의를 돕는 등 선처해 줬으니 사례해 달라는 취지였다. A씨는 회식 날 오후엔 “경찰서 올 때 마트에서 양주 한 병 부탁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은 있으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가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로 회식비 등 금품을 요구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던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뇌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담당 사건의 피의자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든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건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며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비해 훼손되는 신뢰의 정도도 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요구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죄책이 무겁다”며 “36년간 복무하면서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요구한 뇌물의 액수가 많은 편은 아니고 수수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말 정년퇴직 예정인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올 초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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