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모든 사람들이 싱글벙글"…해방 직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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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서 : 상'은 1945년 8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김성칠이 쓴 일기를 묶어 해방 직후 충북 제천군 봉양면의 일상과 혼란을 기록한다.
김성칠의 일기는 봉양면 주민들의 기쁨과 불안, 개인의 생활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함께 담아 해방 직후의 시간을 전한다.
김성칠의 기존 저작 '역사 앞에서'가 한국전쟁기를 기록했다면, 새로 공개된 일기는 해방 직후를 향한다.
1945년 11월 29일자 중간에서 시작하던 일기보다 앞선 시기를 담아, 해방 직후 수개월의 흐름을 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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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역사 앞에서 : 상'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역사 앞에서 : 상'은 1945년 8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김성칠이 쓴 일기를 묶어 해방 직후 충북 제천군 봉양면의 일상과 혼란을 기록한다. 김성칠은 해방의 환희, 물가 폭등, 정치의 무능을 하루하루의 관찰 속에 적었다.
김성칠은 191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성법학전문학교를 졸업했고, 강제징용을 겪은 뒤 경성대학 사학과를 마쳤다. 1947년 서울대학교 사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한 그는 1951년 영천의 고향집에서 사망했다.
해방은 한순간의 환호로 끝나지 않았다. 김성칠의 일기는 거리의 인사와 집 안의 기쁨에서 출발해 생계의 압박과 사회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담았다. 개인의 감정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같은 날짜 안에 포개 놓은 기록이다.
이번 상권에는 전쟁 중 사라진 것으로 여겼던 공책에서 확인된 1945년 8월 16일자부터 11월 29일자 중간까지의 일기가 실렸다. 새 공책의 앞부분이 비어 있던 까닭에 존재가 짐작됐던 기록은 김성칠의 형 김기목이 어머니 유품에서 찾아냈다.
새로 확인된 기록은 해방 다음 날의 거리 풍경부터 11월의 물가와 생계 문제까지를 잇는다. 김성칠의 일기는 봉양면 주민들의 기쁨과 불안, 개인의 생활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함께 담아 해방 직후의 시간을 전한다.
해방의 환희가 불안으로 번진 날들
김성칠의 기존 저작 '역사 앞에서'가 한국전쟁기를 기록했다면, 새로 공개된 일기는 해방 직후를 향한다. 해방 다음 날부터 적힌 문장은 거대한 사건이 지방의 생활과 감정에 남긴 흔적을 좇고, 해방의 기쁨을 전하면서도 곧바로 그 이면의 불안과 생계 문제를 비춘다.
8월 16일 김성칠은 무더운 날 거리에 나선 이들이 서로 기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적었다. 평소에는 인사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웃으며 인사하는 풍경 속에서 그는 당황스러움과 기쁨을 함께 느꼈다.
병중이던 아내는 해방의 기쁨에 떡과 술을 마련하느라 밤늦도록 애썼다. 김성칠은 그 모습을 고마워하면서도 불안해했고,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고 썼다. 해방의 감정은 거리뿐 아니라 한 가정의 일상에도 깊게 스며든다.
11월의 기록은 환희가 물가 폭등과 맞닿는 장면으로 옮겨간다. 쌀 한 말이 90원이던 때, 일곱 식구를 둔 직원은 한 달 쌀값만 900원이 필요했지만 수당을 합친 급료는 150원을 넘지 못했다.
김성칠은 이 격차를 두고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모순에 놓였다고 적었다. 정치의 무능을 비판하면서도 그 조건 아래에서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의 생활을 기록했다. 일기는 해방 공간의 경제적 압박을 숫자와 생활 장면으로 남긴다.

개인의 일상에서 포착한 해방 직후사
상권은 한 역사학자의 사적인 기록을 통해 해방 직후 지방사회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해방은 추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봉양면 주민들의 생활, 기대, 불안 속에서 경험된 현실로 나타난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해제에서 한국전쟁기 일기가 서울대 사학과 교수이자 가장의 전쟁 체험과 시대 비평을 담았다면, 해방 직후 일기는 충북 제천군 봉양면이라는라는 면 단위 지역사회의 해방 직후사를 보여 준다고 짚는다.
11월 26일자 일기에서 김성칠은 해방 뒤의 과제가 외부의 변화에만 있지 않다고 봤다. 그는 스스로를 알고 잃어버린 자기를 되찾기 위한 공부와 준비를 강조하며, 들뜬 분위기와 허영을 경계했다.
책은 1945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기록과 1946년 1월부터 4월까지의 기록을 차례로 수록했다. 정병준의 해제와 주, 김성칠 연보, 저작 목록도 함께 실어 일기의 맥락을 살폈다.
잃어버린 공책이 메운 해방기의 공백
새로 확인된 공책은 기존 기록의 시간적 공백을 앞쪽으로 넓혔다. 1945년 11월 29일자 중간에서 시작하던 일기보다 앞선 시기를 담아, 해방 직후 수개월의 흐름을 이어 준다.
김성칠은 '조선역사', '국사통론', '동양사 개설' 등을 남겼고, 펄벅의 '대지'와 박지원의 '열하일기', '용비어천가' 등을 옮겼다. 역사가의 훈련과 해방 직후 생활인의 시선이 이 일기에서 교차한다.
이번 책에는 2018년 양장보급판 책머리와 2026년판 책머리도 실렸다. 새 공책의 발견 경위와 기존 일기의 연결 지점은 책머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역사 앞에서 : 상/ 김성칠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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