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번쩍 들어 발레파킹... 아파트 주차 지옥 사라질까

의왕/조재현 기자 2026. 8. 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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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지하 5층까지 1분 38초 만에 주차
주차면 최대 50% 늘릴 수 있어
고객 설명회에 건설사·조합 800여 명 몰려

19일 오후 찾은 현대위아 의왕연구소. 주차장 차단기 앞에 선 흰색 GV80에서 운전자가 내리자, 가로 1.2m, 세로 2.1m, 두께 110㎜ 로봇 두 대가 차량 앞뒤 바퀴 아래로 하나씩 파고들었다. 약 60㎝ 길이 로봇 팔 4개가 차를 10㎝쯤 들어 올리더니, 전후좌우로 최대 시속 4.3㎞로 움직이며 빈 공간에 차를 주차하듯 내려놓았다. 사람이 지나갈 때는 로봇이 멈춰 섰다. 이중 주차 상황에선 다른 로봇 두 대가 차량들을 재배치해 출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지난 19일 경기 의왕시 현대위아 의왕연구소에서 흰색 GV80 차량을 주차로봇이 실어나르고 있는 모습. /조재현 기자

현대위아가 이날 공개한 이 주차 로봇은 최대 3.4t 차량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약 3t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룰베이스’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차장 안을 움직이지만, 미래에는 AI와 완전 자율 주행 기능까지 탑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초 규제와 법에 가로막혀 공동주택에서는 안전상 이유로 주차 로봇을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지난달 말 규제가 풀리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도 주차 로봇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뒤 키오스크나 스마트폰으로 명령하면 주차부터 출차까지 대신하는 ‘로봇 발레파킹’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고급 아파트의 차별화 경쟁은 조경·커뮤니티 시설과 인테리어 자재 등을 넘어 인공지능(AI)·로봇 등 IT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주차 로봇이 좁은 지하 공간에 사람 대신 차를 대신 세우고, 배달 로봇은 공동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세대 현관까지 음식을 나른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재건축·리모델링 수주전에서도 이런 첨단 기술이 경쟁력을 가르는 ‘필수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위아가 19~20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진행한 ‘주차솔루션 고객 초청 행사’. 검은색 GV80 차량이 주차로봇 위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현대위아

◇주차로봇, 압구정 3구역에도 도입 추진

현대위아가 19~20일 개최한 ‘주차 솔루션 고객 초청 행사’에서는 현대건설·롯데건설·서희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건축사, 주차 설비 업체, 재건축·리모델링 조합 관계자 등 847명이 참석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과 서울 암사동 선사현대·밤섬현대 리모델링조합, 6000세대 규모 토월성원아파트 관계자 등도 현장을 찾았다. 압구정 2·3·5구역에도 이 로봇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건설사와 조합들이 주차 로봇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주차 면적을 20~50%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테트리스’ 하듯 차량을 넣고 빼는 게 가능해져서다. 운전자가 없는 상태로 차를 옮기기 때문에 차량 사이 간격을 바짝 좁힐 수 있고, 이중·삼중으로 차를 빽빽하게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위아는 같은 면적에서 주차 대수를 20~50% 늘릴 수 있다고 본다.

현대위아가 19~20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진행한 ‘주차솔루션 고객 초청 행사’. 흰색 GV80 차량이 주차로봇 위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현대위아

입주민이 주차에 쓰는 시간도 줄어든다. 이날 공개된 아파트 시뮬레이션에서 운전자가 직접 지하 5층까지 내려가 주차하는 데는 3분 33초가 걸렸다. 주차 로봇을 이용하면 운전자는 단 51초 만에 지하 1층 입·출차 구역에 차를 맡기고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그 후 로봇이 차량용 엘리베이터와 연동해 지하 5층까지 내려가 차를 대는 데도 1분 38초면 충분했다.

현대위아는 다음 달부터 이 로봇과 함께 경기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국내 첫 공동주택 실증을 진행한다. 지하 1층 53면 규모 공간에서 월패드·앱을 이용한 사전 출차 예약과 차량 재배치, 전기차 화재 대응 등 57개 시나리오를 검증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주차장’ 기술까지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예컨대 주차장 안에서 로봇이 직접 차량을 옮기는 것은 물론, 충전·세차·점검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쟁사인 HL로보틱스도 자율주행 주차 로봇 ‘파키’를 개발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래미안 리더스원에 도입된 음식배달 로봇. /삼성물산

◇배달로봇, AI홈 플랫폼까지 확장하는 아파트

아파트 경쟁력을 높이는 IT 기술은 비단 주차로봇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배달 로봇을 상용화해 지난해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실증을 마쳤다. 입주민이 음식을 주문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단지 공동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세대 현관 앞까지 배달한다.

GS건설은 지난달 LG전자와 손잡고 ‘자이’ 아파트 전용 AI홈 개발에 들어갔다. LG전자의 AI홈 허브 ‘씽큐 온’을 자이의 세대·단지 인프라와 연결해 세대 내 가전제품 제어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호출, 주차 위치 확인, 커뮤니티 시설 예약 등을 시스템 하나로 처리한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2·3·5구역에 주차 로봇뿐 아니라 소형 이동 수단, 현대차그룹의 모바일 로봇 ‘모베드’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첨단 기술로 재건축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자동차·가전·로봇 업체는 새 아파트 주민이라는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주민이 매일 체감할 수 있는 주차·배송·이동 서비스가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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