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담의 미래: 모두 ‘따로, 그러나 함께’
구불구불 '흑룡만리'라 일컬어지는 제주의 돌담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 자산일까. 제주도는 현재 '석공의 돌담 쌓는 지식과 기술'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해 제주도와 유사한 세계 속 현무암 섬들을 답사해 닮음과 다름을 찾아보고, 유네스코 등재 이후 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돌문화의 전승과 계승, 관광, 보전 체계와 미래가치를 모색한다. [편집자 글]
'제주의 돌문화' 연재 마지막 4회에서는 유럽의 관광 돌담, 기후 위기 시대 돌담의 생태적 가치, 제도 정비와 국제적 연대를 살펴본다. 국경을 넘어 같은 기술을 가진 나라들이 하나의 유산 아래 묶이면서, 자격 인증과 교육 프로그램도 국가 간에 표준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기술의 전승 - '돌담 쌓는 법'을 가르치는 유럽
돌담 쌓는 사람이 사라지면 돌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이 위기의식은 유럽에서 이미 제도화된 교육·자격 체계로 기술을 표준화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통로를 만들었다.
영국의 '건식 돌담 협회(Dry Stone Walling Association, DSWA)'는 1980년대부터 '장인 자격 인증 제도(Craftsman Certification Scheme)'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는 영국의 직업교육 인증기관 Lantra의 승인을 받았으며 Level 1, 2, 3 과정은 영국 정부의 자격관리기구 Ofqual의 공인을 받는다. 초심자를 위한 1단계부터 전문 석공을 위한 최고 등급인 '마스터 크래프츠맨(Master Craftsman)'까지 단계별로 나뉘며, 마스터 크래프츠맨 자격은 경사 30도 이상 비탈에 5㎡ 넓이의 돌담을 쌓는 시험을 포함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아일랜드의 사례는 더 시사적이다.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농촌 공동체 안에서 돌담 쌓기가 이웃과 친지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활동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기술은 정규 교육이 아니라 마을 행사, 워크숍, 도제 방식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이런 풀뿌리 전승 체계는 2024년 12월 유네스코가 이 요소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추가로 등재하는 근거가 됐다. 당시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메쌓기협회(Dry Stone Wall Association of Ireland)' 중심으로 정부와 함께 국가 차원의 등재 신청을 준비했다. 매년 가을 아란 제도의 이니시어(Inis Oírr) 섬에서 열리는 '돌의 축제(Féile na gCloch)'에는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 여러 나라의 돌담 기술 보유자들이 모여 워크숍과 교류 행사를 갖는다.

제주는 아직 이런 체계화된 전승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석공 기술은 개인의 경험과 구술에 의존해 왔고, 후계자를 기르는 공식 교육 과정이나 단계별 자격 인증 체계는 부재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확장 등재를 추진하는 지금이야말로, 유럽의 사례처럼 기술을 표준화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통로를 만들 시점이다.
# 걷는 유산 - 관광으로 살아나는 돌담
돌담을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사람들이 그 위를 걷게 만드는 것이다.

이 사례는 국경을 넘는 관광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중이다. '국제메쌓기학회(S.P.S.)'는 2018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건식 돌담 경관을 알리기 위해 유럽 전역을 잇는 문화 루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풍경 속을 직접 걷고 머무는 경험이야말로 돌담을 지키는 핵심 열쇠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2024년 마요르카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건식 돌담 기술과 지식의 전수를 주제로 유럽 차원의 문화 루트를 만드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는 유럽평의회가 1987년부터 운영해 온 '유럽 문화 루트' 프로그램과 연계될 전망이다.
제주 역시 걷는 관광과 돌담을 결합해 왔다. 2015년부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밭담축제'는 올해(2026.10.30.~11.01) 밭담 마을 8곳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계획되고 있다. 최근 축제에서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 걷는 밭담길 걷기 프로그램, 밭담 쌓기 체험, 어린이 밭담체험학교 등 현장 체험형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밭담 보전에 공을 세운 이들을 위한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이러한 제주 돌담 문화의 기반을 토대로 마요르카의 '걷는 유산' 사례를 참고해, 국제적 수준의 표지 체계를 갖춘 장거리 트레일의 조성과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숙박 인프라 구축 등 제주 돌담을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기후 위기 시대 - 재조명받는 돌담의 생태적 가치
돌담의 미래가치는 경관과 관광을 넘어 생태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유럽의 건식 돌담은 돌 틈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계화된 농업이 확산되며 이러한 돌담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그 손실이 경관과 환경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국제메쌓기학회(S.P.S.), 2025)
시멘트를 쓰지 않는 건식 쌓기 방식은 빗물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통과하도록 해, 산사태와 토양 침식을 막고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콘크리트 구조물이 대체할 수 없는 생태적 가치를 지닌다.

# 남은 과제 - 제도의 정비와 국제 연대
경제성이 무너지면 농민이 밭담을 유지할 이유도 사라지고, 세계적 농업유산의 경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행정이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밭담 보전을 염두에 둬야 실질적인 보전이 가능하다며, 밭담 지역이 공원지구 등에 포함되면서 오히려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기계 보급이 늘면서 밭담이 영농에 방해가 된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제기됐다.

제주의 돌담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진정한 보전과 전승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시작될 것이다. 흑룡만리로 불리는 2만2000㎞의 돌담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돌을 쌓는 손기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육 과정, 걷고 머물 수 있는 관광 인프라, 그리고 개발 앞에서 돌담을 지켜낼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제도 정비와 국제 연대를 모색할 적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