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세계에서 삶의 목적을 찾기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아이들이 "왜 공부해야 해요?", "왜 학교에 가야 해요?"라고 묻는 순간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관심 있는 것도 없다며 방황하는 아이를 보면 답답해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어른인 우리 역시 평생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아간다.
"나는 왜 사는가?", "삶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가?"
언젠가 휴가지에서 문득 비현실적인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도 있었지만, 늘 보던 풍경과 전혀 다른 공간에 서자 며칠 동안 일을 하지 않는 상태가 몸에 잘 맞지 않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왜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나'라는 존재의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를 물었다.
랠프 루이스의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캐나다 토론토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종양학자인 그는 말기 암 환자들을 오랫동안 만나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지켜봤다. 이 책은 신의 존재를 둘러싼 종교적 교리 논쟁이나 철학적 논쟁보다,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인간은 어떻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지를 탐구하는 책에 가깝다.
저자는 종교가 약속해 온 목적과 의미를 과학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 진화생물학과 신경과학은 인간이 우주의 특별한 존재라기보다 우연한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목적도 없는 우주에서 인간은 왜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것일까.
저자의 답은 인간의 뇌와 진화 과정에 있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진화한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살아남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삶의 목적을 만들어 간다.
랠프 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은 하늘이나 산, 허리케인이나 해일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문장은 차갑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도달하는 결론은 오히려 따뜻하다. 우주가 우리에게 목적을 부여하지 않을지라도 인간은 서로를 돌보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류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언제나 연약했다. 추위를 피해 동굴에 모여 살던 호모 사피엔스에게 희망은 초월적 존재보다 곁에 있던 동료였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삶이 무너질 만큼 큰 슬픔을 만났을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거창한 진리가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키는 한 사람의 존재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는 어떤 초월적 존재에 기대고 싶은 나약한 우리들을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자로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행복해 보였던 이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선의를 베푸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설이나 추석이면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쌀과 라면을 보내오는 이부터,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서슴없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이까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선의를 베푼 이들은 부자나 명망가가 아니었다. 매일 땀 흘리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그들은 왜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며 행복해하고 삶의 기쁨을 찾았을까?
이 책의 9장 '도덕성의 떠오름'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죄책감을 느끼고 도덕성을 발전시키고 내가 속한 집단의 개념을 확장해서 협력하는 인간으로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는 인간으로 발전했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삶의 목적은 거대한 사명이나 운명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삶의 의미는 어디엔가 이미 존재하는 답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든 질문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우리는 다시 우주를 향해 "왜?"라고 묻게 된다. 그 질문 앞에서는 랠프 루이스의 답도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영국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이자 회고록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어 보려 한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5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죽음의 터널을 통과한 그가 삶의 의미를 어떻게 붙잡았는지 그의 문장에서 확인하고 싶다.

김대휘
김대휘는 기자생활을 30년 정도했다. 제주도기자협회장을 역임하고 제주CBS 보도국장에 이어 제주CBS 대표로 퇴직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함께 읽는 것을 좋아한다. 제주시 한경면에서 책방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