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는 단 한 장”…현실과 AI 사이를 미끄러지다, 홍민기 개인전 ‘밈끌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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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 이미지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우리가 보고 있는 이미지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홍민기 작가가 오는 23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실험공간 UZ에서 개인전 '밈끌러트'를 열고 인공지능(AI) 시대 이미지와 인간, 기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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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한 장서 출발한 AI 생성 이미지로 인간·기술 관계 탐구

현실과 가상 이미지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우리가 보고 있는 이미지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홍민기 작가가 오는 23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실험공간 UZ에서 개인전 ‘밈끌러트’를 열고 인공지능(AI) 시대 이미지와 인간, 기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놀이기구인 ‘미끄럼틀’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내려가는 듯하지만 일단 경사면에 들어서면 정해진 구조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미끄럼틀의 특성을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이자 오늘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치로 삼았다.

영화와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홍 작가는 그동안 그로테스크 미학과 유희성의 관계, 현실을 기록하는 이미지와 허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창작을 이어왔다. 동국대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서 사진·영상 석사(MFA) 학위를 받은 뒤 고려대 영상문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영화와 영상,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AI 생성 이미지로 확장했다.
전시장에 등장하는 이미지 가운데 실제 카메라로 촬영된 것은 단 한 장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 한 장의 실사 이미지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했다. 하나의 현실 이미지가 AI를 통과하면서 변형되고 증식해 전혀 다른 장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사진이 지녀온 ‘현실의 기록’이라는 전통적인 믿음에도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가려내는 일에 주목하는 대신, 관객이 무엇을 근거로 이미지를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눈앞의 정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신뢰하는지를 살핀다. 이미지의 진위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의 감각과 판단 방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전시를 관통하는 ‘미끄러짐’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인간은 AI를 스스로 선택하고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기술이 설계한 환경과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다. 스스로 출발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경사면을 따라 움직이는 미끄럼틀의 속성과 맞닿는 지점이다.
‘밈끌러트’는 현실과 가상, 진짜와 가짜 사이를 오가며 AI 시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믿는지, 또 기술을 스스로 이용하는지 아니면 그 구조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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