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애국… 오페라로 빚은 그리스 독립의 ‘간절한 열망’[박찬이의 올댓클래식]

2026. 8. 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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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부의 해안 도시 페사로. 지난 11일 개막한 제47회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1821년 시작된 그리스 독립전쟁이 한창이었고, 그해 봄에는 오스만군의 오랜 포위 끝에 그리스 서부 도시 메솔롱기가 함락됐다.

바이런과 들라크루아, 로시니가 그리스에 다가선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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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이의 올댓클래식 - 로시니 ‘코린트의 포위’
초연된지 올해로 200주년
아리아·장대한 합창 인상적
참전한 바이런은 시로 쓰고
들라크루아는 그림에 담아

이탈리아 중부의 해안 도시 페사로. 지난 11일 개막한 제47회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로시니가 태어난 이 도시는 매년 여름마다 로시니 애호가들로 북적이며, 축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작은 1826년 초연된 지 올해 200주년을 맞은 오페라 ‘코린트의 포위(Le Siege de Corinthe)’. 다비데 리베르모레가 새롭게 연출하고 카를로 리치가 지휘했다.

‘코린트의 포위’에는 꽤 복잡한 족보가 있다. 로시니가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을 위해 썼던 ‘메흐메트 2세(Maometto Ⅱ)’를 파리 무대에 맞게 대폭 수정한 것. 배경도 15세기 그리스 코린트로 바꾸고, 오스만 제국과 그리스인들의 충돌을 전면에 부각했다.

이는 코린트 총독의 딸 파미라가 애정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그녀는 한때 사랑했던 정복자 메흐메트 2세의 청혼을 거부하고 그리스인들과 운명을 함께한다. 마지막에는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군중들의 저항이 펼쳐지고, 파미라는 불타는 코린트에서 자결한다.

QR코드를 찍으면 ‘코린트의 포위’ 예고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826년 파리 관객에게 무대 위 그리스는 열띤 관심의 대상이었다. 1821년 시작된 그리스 독립전쟁이 한창이었고, 그해 봄에는 오스만군의 오랜 포위 끝에 그리스 서부 도시 메솔롱기가 함락됐다. 이 소식은 유럽 각지로 전해졌다.

당시 유럽은 ‘필헬레니즘(Philhellenism)’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말 그대로 ‘그리스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 열기의 중심에 시인 바이런이 있었다. 바이런은 직접 그리스로 향했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1824년 4월, 그는 메솔롱기에서 서른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화가 들라크루아의 캔버스에도 그리스가 나타난다. 1822년 히오스섬에서 벌어진 참상을 그린 ‘히오스섬의 학살’(오른쪽 사진)은 1824년 파리 살롱에 출품됐다. 1826년에 들라크루아는 다시 붓을 들었다. ‘메솔롱기의 폐허 위에 선 그리스’에서 그리스는 흰옷을 입은 여성으로 의인화되었다.

이런 정서는 로시니 작품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코린트의 포위’를 보고 있으면 필헬레니즘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는지 조금 짐작할 수 있다. 무대의 시간은 15세기였지만, 1826년 파리 청중이라면 불과 몇 달 전 함락된 메솔롱기와 신문에서 읽었던 그리스 전쟁을 겹쳐 보았을 법하다. 개인의 사랑과 갈등을 다루는 아리아와 민족, 공동체의 운명이 장대한 합창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인지 ‘코린트의 포위’를 듣다 보면 예술이 다른 나라의 전쟁과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바이런과 들라크루아, 로시니가 그리스에 다가선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바이런은 그곳에 직접 갔고, 들라크루아는 전쟁의 참상을 그렸으며, 로시니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시와 회화, 음악이 동시대 그리스에 대한 동경을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담아냈다. 그로부터 200년, ‘코린트의 포위’는 로시니의 고향 페사로에서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음악과 이미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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