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벗고 신분증까지?”…아파트 배달 ‘편의 vs 보안’ 기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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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배달 과정에서 라이더의 업무 편의와 입주민의 보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라이더들은 헬멧 탈착과 신분증·개인정보 확인 등 과도한 출입 절차를 문제 삼는 반면, 입주민들은 외부인 출입 증가에 따른 보안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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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배달 과정에서 라이더의 업무 편의와 입주민의 보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라이더들은 헬멧 탈착과 신분증·개인정보 확인 등 과도한 출입 절차를 문제 삼는 반면, 입주민들은 외부인 출입 증가에 따른 보안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2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일부 아파트에선 배달 라이더에게 헬멧을 벗고 인적 사항을 적도록 하거나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주민과 다른 동선을 이용하게 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배달 기사에게 과도한 출입 절차를 요구하는 일부 아파트를 ‘천룡인 아파트’라 부르며 관련 경험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특권 계급을 빗댄 표현이다.
일부 라이더들은 업무 특성상 짧은 시간에 여러 건의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과도한 출입 절차가 배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라이더는 “배달을 할 때마다 이름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신분증까지 확인받는 것은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배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인 위험인물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 불쾌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헬멧을 벗고 얼굴을 확인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절차에 대해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입주민 입장에선 외부인의 출입을 일정 수준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적잖다. 배달원뿐 아니라 택배기사와 방문 수리기사, 각종 서비스 기사 등 공동주택을 드나드는 외부인이 크게 늘면서 출입 관리가 느슨해질 경우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 입주민은 “배달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 절차를 모두 없애는 것은 입주민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누가 우리 집과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더의 업무 편의와 입주민의 보안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달 플랫폼 역시 이 같은 현장 갈등을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11~14일 ‘배민커넥트’를 통해 자사 소속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배달 과정에서 겪는 불편 사항을 접수했다.
설문에는 배달 과정에서 불편하거나 과도하다고 느낀 사항뿐 아니라 해당 문제가 발생한 지역과 아파트명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별 출입 절차와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 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다.
배달업계에선 이번 설문에 라이더들의 제보와 반응이 상당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인 경우 법률·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산재보험을 안내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우아한청년들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라이더 노조의 의견 등을 토대로 배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호연 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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