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단청 장인 김정현, 도쿄서 개인전…'빛을 기다리는 선'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6. 8. 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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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을 지우자 선과 점이 남았다.

30년 가까이 궁궐과 사찰 등 국가유산 현장에서 단청과 불교회화를 복원·제작해온 김정현 작가가 단청의 제작 과정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청색과 적색, 황색 등 화려한 색채로 익숙한 단청 대신 색이 입혀지기 이전의 '선'과 '점'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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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경회루 선의 기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화려한 색을 지우자 선과 점이 남았다.

30년 가까이 궁궐과 사찰 등 국가유산 현장에서 단청과 불교회화를 복원·제작해온 김정현 작가가 단청의 제작 과정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김정현 개인전 '빛을 기다리는 선'이 일본 도쿄 시부야구 갤러리 이리툼 도쿄(Gallery IRRITUM Tokyo)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청색과 적색, 황색 등 화려한 색채로 익숙한 단청 대신 색이 입혀지기 이전의 '선'과 '점'에 주목한다.

핵심은 전통 단청 기법인 천초(穿草)와 백묘(白描)다.

천초는 초본에 그린 문양의 선을 따라 작은 구멍을 뚫고 이를 건축물에 옮겨 문양의 위치를 잡는 작업이다. 백묘는 먹선으로 형태를 그려내는 기법이다.

문화유산 복원 현장에서는 완성된 단청을 위한 과정이지만 김정현은 이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끌어냈다. 수없이 반복해 뚫은 점과 장인의 손으로 그어진 먹선 자체를 화면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완성된 단청을 재현하기보다 '단청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보여주는 셈이다.

작가에게 점과 선은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니다. 한 점에서 다음 점으로 이어지는 사이에는 손의 움직임과 시간이 쌓인다. 한 줄의 먹선에는 수십 년간 반복해온 장인의 호흡과 속도가 담긴다.

별을 품은 경복궁 교태전 *재판매 및 DB 금지

재일교포 미술 컬렉터인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단청의 시작은 한 줄의 선이며 그 위에 더해지는 색은 '빛'으로 표현된다는 전통기법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전통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이어지고 변화하며 미래로 나아간다"며 "문화유산 장인으로서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작가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평가했다.

김정현은 향후 일본 야마나시현 호쿠토시에 있는 아사카와 형제 현창비 '노산각'의 단청 작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아사카와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공예와 문화를 연구하고 일본에 알린 인물들이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빛의 선-관경변상도(190X120)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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