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숙 화업 50년…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영원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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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 선 나체의 여성이 두 팔을 몸 뒤로 뻗은 채 공중으로 몸을 날리고 있다. 이 인물은 1초 뒤 아래로 추락할 것 같지만 두려워 보이지 않는다.
김원숙의 개인전 '영원한 봄'이 오는 22일부터 서울 원서동 예화랑에서 열린다.
아버지는 작가에게 '장춘'(長春), 영원한 봄이라는 말을 건넸고, 김원숙은 이를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이해와 희망이 담긴 말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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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예화랑서 개인전…회화·조각 등 80여점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절벽 끝에 선 나체의 여성이 두 팔을 몸 뒤로 뻗은 채 공중으로 몸을 날리고 있다. 이 인물은 1초 뒤 아래로 추락할 것 같지만 두려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두 팔이 날개가 돼 어둠을 뚫고 날아오를 것만 같다.
김원숙(73)의 그림 '플라이트 오브 호프'(Flight of Hope)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벼랑 끝에 있을 때 떨어지는 것만이 옵션은 아니다"라며 "희망을 갖고 날아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원숙의 개인전 '영원한 봄'이 오는 22일부터 서울 원서동 예화랑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1976년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지 50년을 기념해 열린다. 회화와 조각 등 작가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삶을 소재로 한 작품 약 80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현재 99세인 작가의 아버지가 건넨 말에서 비롯됐다. 아버지는 작가에게 '장춘'(長春), 영원한 봄이라는 말을 건넸고, 김원숙은 이를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이해와 희망이 담긴 말로 받아들였다. 해마다 다시 찾아오는 봄의 생명력과 희망, 젊음, 아름다움에 대한 염원이 전시 전체를 관통한다.

새로운 연작 '영원한 봄'에는 작가와 아버지의 기억이 담겼다.
예술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김원숙의 작품에서 종종 피아노를 치는 남자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번 연작 역시 보름달이 뜬 밤 아버지가 남매를 모아놓고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던 기억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아버지와의 각별했던 순간이 영원히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화폭에 옮겼다.

'집' 연작은 1980년대부터 이어온 작업이다. 작가는 전통 가옥 모양의 나무 패널을 만들어 그 안에 이야기를 그려 넣는다. 집은 작가에게 개인의 삶과 기억이 담기는 소우주이자 안정과 보호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집은 나만의 우주,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세계"라며 "감정이라는 것은 담을 수 없지만 집 안에서 흐르는 것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김원숙 1983년 작 '겨울 밤' [예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0/yonhap/20260820084108874pkxn.jpg)
1980∼1990년대 제작한 '겨울밤' 연작도 선보인다. 검푸른 하늘과 흰 눈으로 얼어붙은 대지, 그사이에 놓인 그림자는 적막한 겨울의 공기를 드러낸다.
인물과 서사를 과감히 덜어내고 최소화한 색과 형태로 내면의 감정을 압축했다. 화면 속 씨앗처럼 단단히 뭉친 나무와 검은 줄기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빛이 적막한 겨울 풍경에 온기를 더한다.
작가는 "특별한 것은 없고, 살면서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을 그리고 있다"며 "평생을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그리고 싶은 게 아직도 너무 많다"며 웃음 지었다.

김원숙은 1971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일리노이주립대(ISU)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약 50년간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1978년 세계 여성의 해에 '미국 여성 작가'로 뽑혔고, 1995년에는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이 그해의 유엔 후원 미술인으로 선정했다.
2019년에는 남편과 ISU에 거액을 기부해 학교가 예술대학 이름을 '김원숙 예술대학'으로 바꾸기도 했다.
전시는 9월 23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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