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명 대통령님, 사관학교 통폐합을 멈춰 주십시오!”…老兵의 상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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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호국의 소임에 매진해 온 한 노병이 국가안보와 군의 장래가 걱정돼 감히 이 글을 올립니다.
더구나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면 학맥이 없어집니까? 오히려 육·해·공군 핵심 장교들이 모두 하나의 학교를 나온다면 더 광범위한 단일 학맥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덟째, 쿠데타는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과 헌법교육, 문민통제와 내부통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강화해 막아 주십시오.
먼저 미래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을 대비해야 하는지, 육·해·공군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어떤 장교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설계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관학교의 미래를 결정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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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님!
평생 호국의 소임에 매진해 온 한 노병이 국가안보와 군의 장래가 걱정돼 감히 이 글을 올립니다.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여러 차례 달라지고 확대돼 왔습니다.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 강화에서 시작해 교육 효율성과 인구절벽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순혈주의와 카르텔 해소, 쿠데타 재발 방지까지 등장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한데 모아 대통령께 직접 아뢰고자 합니다.
대통령님!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닙니다. 육군의 지상전, 해군의 해양전, 공군의 항공·우주전을 책임질 장교를 길러내는 군사교육기관입니다. 한번 장교 양성체계를 바꾸면 그 영향은 앞으로 30년, 50년 동안 우리 군의 지휘체계와 전투력에 미칩니다.
그러므로 사관학교 개편만큼은 정치적 판단이나 단기적 행정효율이 아니라 오직 국가안보와 전투력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최근 전쟁은 드론·AI(인공지능)·우주·사이버·전자전·정밀타격·C5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사이버 보안·정보·감시·정찰)이 결합된 복합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전이라 하여 지상·해양·공중이라는 전장의 영역과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우주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오히려 무기체계가 복잡해질수록 각 군 장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미래전의 핵심은 육·해·공군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전문화된 각 군의 전투력을 하나의 지휘통제체계로 연결해 싸우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관학교부터 합칠 것이 아니라 각 군에 특화된 드론·AI·우주·사이버·전자전 교육을 강화하고, 감시·정찰·지휘통제·정밀타격체계를 C5ISR로 연결하며 합동훈련을 실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순서입니다.

합동작전은 육·해·공군이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과 전투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것입니다. 각 군의 전문성이 약하면 결합할 전투력 자체가 약해집니다.
생도들에게 다른 군의 특성과 무기체계를 이해시키고 합동작전과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가르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세 사관학교를 통합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 학교를 유지하면서 공통교과목·교환교육·공동연구·합동훈련을 확대하면 됩니다.
사관학교에서는 군별 전문성과 합동성의 기초를 배우고, 위관장교 때는 병과 전문성과 협동작전 능력을 발전시키며, 영관장교 이후에는 합동작전 능력을 심화하고, 고급장교가 돼 한미연합작전을 지휘할 능력을 갖추면 됩니다. 즉, ‘전문성 → 협동성 → 합동성 → 연합성‘의 순으로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입니다.
합동성을 강화하자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합동성을 강화한다면서 사관학교부터 없애고 합쳐야 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약 2900명의 사관생도를 교육하기 위해 약 3000명의 지원인력이 투입되므로 시설과 교수진, 지원인력을 공동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논리입니다.
그러나 통폐합을 위한 시설 건설과 기존 교육기관의 이전·재편 등에 3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방부 정책실장도 밝혔습니다.
더구나 1·2학년은 함께 교육하고 3·4학년은 다시 육·해·공군 3개 학부로 나눈다면 통합 후에도 군별 전문교육체계를 따로 운영해야 합니다. 해·공군 생도들은 전문훈련을 위해 바다와 비행장을 오가야 합니다.
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학교를 합치고, 다시 군별 전문교육을 따로 하는 것이 과연 효율입니까?
인구절벽이 심각하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한다고 장교와 사관생도 수도 당연히 같은 비율로 줄어야 합니까?
국방부는 미래에도 국방인력 50만 명 수준을 유지하면서 간부 비율을 40%에서 63%로 높이고 선택적 모병제와 첨단과학기술군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미래 한국군의 규모와 군별 장교 소요를 산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 사관학교의 적정 정원을 결정해야 합니다. 첨단무기와 무인체계가 늘어날수록 이를 지휘하고 운용할 전문간부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원자가 줄어든다면 학교를 없앨 것이 아니라 왜 젊은이들이 장교가 되려 하지 않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초급장교의 보수·주거·복지와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군복을 입고 국가에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인구절벽의 해법은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가 사관학교로 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쿠데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다시는 군인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 책임은 쿠데타를 계획하고 실행한 사람에게 물어야 합니다.
과거 일부 졸업생의 잘못을 호국에 헌신한 대다수 육사 출신과 수십 년 뒤 후배 생도들에게까지 물어 학교 자체를 없애는 것이 과연 책임의 원칙에 맞습니까?
사관학교 출신이 군 고위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이를 곧바로 ‘순혈주의’나 ‘카르텔’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사관학교는 각 군의 장기복무 핵심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4년간 집중 교육합니다. 반면 학군·학사 등에는 중·단기 복무 후 전역하는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장기간 군에 남아 진급경쟁을 거치는 사관학교 출신이 주요 지휘직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력운영 구조상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과거 사법시험 출신이 법조계 고위직에, 행정고시 출신이 정부 고위직에, 경찰대 출신이 경찰 고위직에 상대적으로 많이 진출했다고 그 사실만으로 모두 ‘카르텔’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특정 출신끼리 서로 밀어주고 주요 보직을 부당하게 독점한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해결할 문제이지 학교를 없애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면 학맥이 없어집니까? 오히려 육·해·공군 핵심 장교들이 모두 하나의 학교를 나온다면 더 광범위한 단일 학맥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군사강국들은 군별 전문성을 반영한 별도의 장교 양성기관을 운영합니다. 태국은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경찰 후보생까지 함께 교육해 왔지만 이후에도 쿠데타가 반복됐습니다.
함께 교육한다고 학맥이 없어지고 쿠데타가 방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관학교를 통폐합하면 오히려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첫째, 군별 전문교육의 기반이 약해집니다. 해군장교에게 바다와 함정은 교과서이고, 공군장교에게 비행장과 항공작전 환경은 또 하나의 교실입니다. 서로 다른 작전환경을 한곳에 모은다고 군사교육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각 군의 정체성과 전통이 훼손됩니다. 교훈·교가·제복·의식·명예제도와 선후배 문화는 장교의 군인정신과 소속감, 명예심을 형성해 온 군사문화입니다. 이를 허무는 것은 단순히 학교의 전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떠받쳐 온 정신적 뿌리까지 흔드는 일입니다.
셋째,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비효율과 교육혼란이 초래됩니다. 이미 갖춰진 세 학교를 두고 통합학교를 건설한 뒤 다시 군별 전문교육을 해야 한다면 과연 효율적인 개혁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더욱이 장기간의 통폐합 과정에서 교육체계와 장교 양성에 혼란이 발생하고, 그것이 전투력 저하나 안보 공백으로 이어진다면 그 역사적 책임을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넷째, 우리 군의 구조와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 군은 육·해·공군을 하나로 합친 통합군이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합동군 체제입니다. 이에 따라 인사·군수·교육도 기본적으로 각 군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고, 초·고군반과 각 군 대학 등 장교교육 역시 군별 전문성을 토대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장교 양성의 출발점인 사관학교만 하나로 통합한다면 군별 전문성을 기초로 운영되는 이후의 인사·교육체계와 오히려 엇박자를 낼 수 있습니다. 과거 각 군 대학을 통합 운영했다가 이런 문제가 발생해 다시 군별 체제로 조정한 경험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한번 무너뜨린 장교 양성체계는 쉽게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정책의 오류가 확인됐을 때는 이미 여러 기수의 장교가 새로운 체제에서 배출된 뒤일 것입니다. 장교 양성의 시행착오는 교육정책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뒤 군의 지휘능력과 전투력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입니다. 그러나 오늘 입교하는 생도가 군을 떠날 때까지는 30년이 넘게 걸릴 수 있습니다. 사관학교는 한 정권의 정책사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백년대계입니다.

대통령님, 대안으로 다음을 건의드립니다.
답은 학교를 통폐합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학교의 전문성은 살리되 교육과 장교 양성체계를 미래전에 맞게 혁신해 주십시오.
첫째,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독립성과 군별 전문교육을 유지하되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과정은 과감히 개편해 주십시오.
둘째, 드론·AI·로봇·우주·사이버·전자전·미사일방어·C5ISR 교육을 확대하고 전투실험·워게임·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실전형 미래전 교육을 강화해 주십시오.
셋째, 세 사관학교의 교환교육·공동교과목·합동훈련·전투실험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생도 때부터 다른 군의 사고방식과 무기체계를 이해하도록 해 주십시오.
넷째, 전문성 → 협동성 → 합동성 → 연합성으로 이어지도록 사관학교에서 장군에 이르는 장교교육 전체를 하나의 체계로 설계해 주십시오.
다섯째, 공통교과목과 일부 연구·교육기능, 교수·교육콘텐츠를 공유해 학교의 물리적 통합이 아닌 교육기능의 통합으로 효율성을 높여 주십시오.
여섯째, 미래 한국군의 병력구조와 군별 장교 소요를 먼저 산출하고 사관학교·학군·학사 등 장교 양성과정별 적정 규모와 역할을 재설계해 주십시오.
일곱째, 초급장교의 보수·주거·복지와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행정부담을 줄여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으로 오도록 ‘명예로운 장교의 길’을 다시 세워 주십시오.
여덟째, 쿠데타는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과 헌법교육, 문민통제와 내부통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강화해 막아 주십시오.
학교를 없애고 통합하는 것은 문제가 많으니 위와 같이 학교를 더 강하게 만드는 개혁을 선택해 주십시오.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을 일단 멈추고 원점에서 다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미래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을 대비해야 하는지, 육·해·공군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어떤 장교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설계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관학교의 미래를 결정해 주십시오.
미래전 대비, 합동성 강화, 교육 효율화, 인구절벽 대응, 순혈주의와 카르텔 해소, 쿠데타 방지. 모두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의 해답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는 어느 대통령의 학교도, 어느 정권의 학교도 아닙니다. 대한민국 육·해·공군을 지휘할 장교를 길러온 국가안보의 자산입니다.
대통령님!
멀쩡한 사관학교를 없애 미래군을 만들려 하지 마십시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살려 두고 더 강하게 혁신해 주십시오.
대통령님은 전군을 아우르는 국군통수권자이십니다. 모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울분과 한숨, 눈물로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사관학교 출신 장교와 생도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사관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부디 사관학교의 미래를 한 정권의 시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의 100년을 내다보며 결정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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