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까지 가겠다는 트럼프…‘침묵’ 北은 몸값 껑충

유주희 기자 2026. 8. 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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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크게 강화된 데다 러시아라는 새로운 뒷배까지 확보하면서 북미 간 협상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한다면 제재 완화의 범위와 함께 북한의 핵무력을 어떤 지위로 다룰지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

북한 역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를 단번에 얻어내기 어렵다면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 자체를 성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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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평양 정상회담까지 검토…北 나흘째 침묵
제재 완화·핵보유국 인정 등 요구 가능성
제재·평화체제 논의서 韓 역할 확보도 관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과 만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크게 강화된 데다 러시아라는 새로운 뒷배까지 확보하면서 북미 간 협상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리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한국으로서는 북미 간 직접 협상 중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19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재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나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에서 회담을 열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북미 관계 개선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북한은 일단 관망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잇달아 강조했지만 북한은 나흘째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오히려 1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비판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등 고위급 인사가 직접 담화를 발표하는 대신 언론 논평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대미 비난 수위를 관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까지 지시했지만 북한은 곧바로 대화 신호를 보내지는 않고 있다.

북한이 협상에 나선다면 관건은 대화의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느냐다.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외 환경은 하노이 회담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버틸 여력이 커진 데다 핵탄두와 미사일 능력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대화의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에도 북한과 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화한다면 제재 완화의 범위와 함께 북한의 핵무력을 어떤 지위로 다룰지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미국이 유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더구나 북한의 핵 능력은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의 핵무기가 현재 100개를 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 능력이 커진 만큼 향후 폐기·동결·검증의 대상과 방식도 이전보다 복잡해진 셈이다.

이에 북미가 처음부터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보다는 정상 간 관계 복원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핵 문제에 대한 결론을 미룬 채 관계 정상화와 체제 안전 보장 등 상대적으로 합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식이다. 북한 역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를 단번에 얻어내기 어렵다면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 자체를 성과로 활용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김 위원장에게는 승리”라고 분석했다.

북미 간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예정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역할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촉진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될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최근 움직임을 “새로운 국면의 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이 원하면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가 남북 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밝혔다.

문제는 북미가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을 빠르게 진행할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현안에서도 거래 중심의 접근법을 보이는 상황에서 북미 간 직접 협상이 한미 간 충분한 조율 없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제재 문제에서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북미 대화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한국의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평화 체제와 제재 완화 등의 이행은 한국의 참여 없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북미 대화에서 한국 패싱이 예상되는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프로세스 등을 미국이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보다 김 위원장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의 밀착과 핵무력 고도화로 2019년보다 협상력을 높인 북한이 요구하는 대가와 미국이 감수할 수 있는 양보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첫 번째 관문이다. 여기에 북미가 직접 담판에 나설 경우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향후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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