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웅에서 추락했던 모더나... 암 백신 성공에 주가 177% 폭등

코로나 팬데믹 당시 세계 최초 수준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내놓으며 ‘백신 영웅’으로 떠올랐다가 코로나 종식 이후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머크와 공동 개발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후기 임상시험에서 성공하면서다. 19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176.97% 폭등한 17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몸값이 거의 세 배가 된 것이다.
모더나와 머크는 이날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맞춤형 mRNA 암 백신 ‘인티스메란’의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던 mRNA 기술이 감염병을 넘어 암 치료에서도 대규모 3상 임상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투자은행 TD코웬은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내 암 돌연변이 찾아 ‘나만의 백신’ 만든다
이번 치료법의 핵심은 환자마다 다른 암의 특징을 읽어 각 환자에게 맞는 백신을 따로 만든다는 것이다. 환자의 종양 조직과 혈액을 분석해 암세포에 나타난 고유한 돌연변이를 찾아낸 뒤, 이를 공격하도록 면역 체계를 훈련하는 mRNA 백신을 제작한다. 독감이나 코로나 백신처럼 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맞는 예방 백신이 아니라,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 백신’이다.
모더나와 머크는 흑색종 제거 수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티스메란과 머크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환자와 키트루다만 투여한 환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암이 재발하기까지의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었고,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을 낮추는 목표도 달성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환자 개인의 암에 담긴 정보를 이용해 특정 치료법을 설계하고 면역 체계가 암과 싸우도록 훈련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임상시험 책임자인 조지나 롱 멜라노마 인스티튜트 오스트레일리아 의료 책임자는 “흑색종 보조 치료의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모더나는 이 기술을 다른 암종과 암 진행 단계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미국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 177% 폭등… 코로나 이후 최대 반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모더나 주가는 이날 176.97% 폭등한 174.38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62.96달러였던 주가가 하루 만에 2.8배 가까이 뛴 것이다. 장중에는 176.66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S&P500 종목 가운데 상승률도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공동 개발사인 머크도 12.60% 오른 152.20달러에 마감했고, 또 다른 mRNA 강자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21.96% 급등한 113.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모더나로서는 코로나 이후 이어진 긴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을 앞세워 2021년 주가가 정점을 찍었지만 팬데믹이 끝나고 백신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과 주가가 함께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S&P500에서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이 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날 기록적인 폭등에도 주가는 2021년 고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동안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차세대 먹거리로 암 백신에 승부를 걸어왔다. 이번 임상 성공으로 세계 항암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크에도 호재다.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키트루다에 환자별 맞춤 백신을 결합하면 치료 효과와 활용 범위를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환자의 종양을 분석해 개인별 백신을 만드는 데 현재 약 6주가 걸리는 만큼, 업계에서는 상용화를 위해 생산 기간을 단축하고 대규모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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