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인정 노리는 北… 중간선거 급한 트럼프 ‘나쁜 합의’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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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추진하는 건 6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며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이란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하고 대화 재개 분위기를 띄우는 것으로 중간선거에 내세울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향해 "북한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며 "우리에겐 제재가 있다.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엔 꽤 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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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 철회-한미일 안보협력 중단 요구
트럼프, 이란전 막히자 ‘김정은 카드’
내달 시진핑에 北설득 요청 가능성… 비핵화 빠진채 제재 완화만 할 수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날 심야 담화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소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도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두 지도자들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덧붙이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닫지 않으면서도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넘어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제재 완화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면 철회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이란戰 막히자 ‘김정은 카드’ 꺼낸 트럼프

그런 만큼, 올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북-미 정상외교를 재가동하기에 적합한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도 김 위원장과 ‘깜짝 회동’을 타진했지만 준비 시간이 부족해 불발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석 달 가까운 시간이 남은 데다 다음 달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가 예정돼 있는 만큼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6월 김 위원장과 만난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중간선거도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선전 APEC 정상회의는 11월 18∼19일로, 같은 달 3일인 미 중간선거 이후 열린다. 이란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하고 대화 재개 분위기를 띄우는 것으로 중간선거에 내세울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 WSJ는 “이란에서 승리가 요원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정책을 대표할 만한 최고의 성과를 간절히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제안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장은 심야 담화로 북-미 간 소통에 대해 부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관계를 추켜세웠다. 김 부장은 “두 지도자들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며 “이는 세상이 다 알고 있으며 별로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담화를 내면서 미국에 메시지를 발신한 것.
다만 김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며 “미국 측이 이번에 취한 자기들의 조치를 그 무슨 ‘선의의 조치’로 선전해 보려고 타산한다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부장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일본의 ‘비핵 3원칙’ 재검토를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변하지 않아 왔고, 미국과 그 추종 무리들의 대조선 군사 활동도 여전히 맹렬하다”고 했다. 한미 연합연습은 물론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한미·한미일 안보협력 전면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동맹국으로서의 의무에 항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으며 무한히 책임적”이라고 했다. 북-중-러 밀착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 등 ‘나쁜 합의’ 우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비핵화 진전 없이 제재 완화 등 양보만 하는 ‘나쁜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향해 “북한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며 “우리에겐 제재가 있다.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엔 꽤 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도 했다. 명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현 상황을 묵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가 의제에서 빠진 채 우호 관계를 확인하는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김 위원장에게는 승리”라며 “과거보다 회담의 문턱이 북한에 유리하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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