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 없고 의사 눈치 안 봐요"... 장애인 전문 치과 필요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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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차분한 목소리에 지적장애가 있는 A(25)씨가 선뜻 입을 벌렸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장애인 구강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치과 진료를 받은 장애인은 48.5%로, 비장애인(85.7%)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영창 시 시민건강국장은 "장애인은 이동의 어려움과 진료 환경의 제약 등으로 치과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장애인이 안전하고 질 높은 구강 진료를 가까운 곳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기반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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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장벽 없애 장애인 구강 건강 책임져
"돌발 상황 가능성에 동네 병원이 기피"
환자 1명에 의료진 4명씩 붙어 진료해
동네마다 장애 동행 치과도 69곳 지정

"아~ 해보세요. 더 크게!"
의료진의 차분한 목소리에 지적장애가 있는 A(25)씨가 선뜻 입을 벌렸다. 하지만 뾰족한 침이 박힌 도구가 눈에 보이자 금세 몸을 움츠렸다. 의료진은 무서워하는 A씨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천장 모니터에는 A씨가 좋아하는 만화를 틀었다. 의사와 간호사, 활동보조사 등 4명이 A씨의 진료를 위해 동원됐다. 치료가 무사히 끝나자 A씨의 보호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주년 맞은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연 45억 지원
14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서울시가 2005년 9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으로 서울대치과병원이 2008년부터 수탁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인 병원의 지난해 이용자 수는 2만6,317명. 올해 7월 기준 1만7,533명을 넘었다.

이 치과는 일반 치과에서 거부를 당하거나 치료를 받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설립됐다. 다른 곳에 없는 페디렙(환자 몸을 고정하기 위한 벨트형 억제대)실과 전신마취실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거주 장애인이면 비급여 치료 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50%, 건강보험대상자 30%의 진료비를 시에서 지원한다. 지원 예산은 연간 약 45억 원이다.
정부도 비장애인보다 까다로운 장애인 구강 진료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해 병원비를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해 장애인의 구강 진료에 대한 소정점수 가산율을 100%에서 300%로 늘렸다.
"과잉 진료 없고 편하게 진료받아"

이날 만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강북구에서 장애인 남동생과 함께 병원을 찾은 보호자 신모(48)씨는 "동생이 얌전한 편인데도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동네 병원은 치료하기를 꺼려한다"면서 "이곳은 과잉 진료가 없고 의사 선생님이 맞춤형 진료를 해줘 동생도 편안하게 진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장애인 박찬기(56)씨는 "돈벌이를 못해 가족한테 손내밀기가 어려웠는데 장애인치과병원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편하게 음식도 씹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의료진들은 장애에 대한 이해가 깊다. 손원준 장애인치과병원장은 "눈에 보이는 상처를 갖고 오시는 분들"이라며 "정성을 들여 환자분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화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장애인 구강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치과 진료를 받은 장애인은 48.5%로, 비장애인(85.7%)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5명 중 1명(20.6%)은 치과 치료가 필요했지만 실제로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46.7%), 진료에 대한 무서움(15.8%), 치료기관 찾기 어려움(9.0%) 순이었다.
서울시, 장애인전문치과 늘린다... 장애동행 69곳 지정

장애인 전문 치과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는 등록장애인 38만6,000명의 치과 진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3월 강서구에 서부장애인치과병원을 추가로 개원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서대문구 연세대 치과병원에 '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운영 중이며, 장애인이 거주지 근처에서 보다 쉽게 구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 동행 치과 69곳을 지정했다. 황지영 장애인치과병원 진료처장은 "지역마다 의료 인프라가 다르고 거주하는 장애인 구조도 달라서 각 지자체가 상황에 맞는 권역별 치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동행 치과에 참여한 김성남 더 시카고 어린세상치과(동대문구) 원장은 "구강 건강은 예방 중심의 진료가 중요하다"며 "많은 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치과 진료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영창 시 시민건강국장은 "장애인은 이동의 어려움과 진료 환경의 제약 등으로 치과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장애인이 안전하고 질 높은 구강 진료를 가까운 곳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기반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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