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 치료 위해 발레 시작한 꼬마, '핀란드 국립발레단' 얼굴 되다

김소연 2026. 8. 2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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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국립발레단(FNB)은 내년 4월 처음 선보일 존 노이마이어 안무작 '카멜리아 레이디'의 홈페이지 예고에 한국인 발레리나 김서연(24)을 대표 이미지로 내세웠다. 2020년 입단해 2024년 퍼스트 솔리스트가 된 김서연은 이달 시작하는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새 시즌에도 여러 작품의 주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김서연이 발레를 시작한 계기는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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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김서연 인터뷰]
언어치료로 시작한 발레, 초등 5학년 때 홀로 독일 유학
"핀란드는 경쟁보다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곳"
"후배들에게 클래식 발레의 전통과 노하우 정직하게 전하고파"
핀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김서연. ⓒFinnish National Ballet / Roosa Oksaharju

핀란드국립발레단(FNB)은 내년 4월 처음 선보일 존 노이마이어 안무작 '카멜리아 레이디'의 홈페이지 예고에 한국인 발레리나 김서연(24)을 대표 이미지로 내세웠다. 2020년 입단해 2024년 퍼스트 솔리스트가 된 김서연은 이달 시작하는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새 시즌에도 여러 작품의 주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세계 유수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국 무용수들의 소식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지만 북유럽 핀란드에서도 한국인 무용수가 국립발레단의 얼굴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여름휴가를 보내려 일시 귀국한 김서연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내향적인 핀란드 관객들은 객석에서 크게 환호하지는 않아도 공연장 밖에서는 친근하게 아는 척하고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해 온다"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핀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김서연. ⓒFinnish National Ballet / Roosa Oksaharju
핀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김서연. ⓒFinnish National Ballet / Roosa Oksaharju

김서연은 해외 활동 무용수들의 정례 코스처럼 여겨지는 예술중·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치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유럽 국립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에 오른 그의 여정에는 어린 나이부터 이어진 끊임없는 도전과 스스로 길을 개척해 온 자립심이 자리하고 있다.

김서연이 발레를 시작한 계기는 특별했다. 말이 일찍 트여 수다스럽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입을 닫으면서 언어 치료를 위해 시작한 게 발레였다. 수영과 피아노, 태권도 등을 시도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집 앞 발레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석 달쯤 지나자 말더듬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렇게 발레는 김서연의 삶에 들어왔다. 이후 당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과 강효정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학비 부담이 크지 않은 존 크랑코 스쿨을 알게 됐고, 오디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무작정 독일로 떠났다. 그렇게 존 크랑코 스쿨에 입학한 게 초등학교 5학년 때다.

핀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김서연. ⓒFinnish National Ballet / Roosa Oksaharju

학창 시절을 독일에서 홀로 보낸 뒤 키가 168㎝에 머물면서 신체 조건의 한계를 느껴 방황하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엘리슨 스쿨에서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전 세계 발레단 오디션에 도전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섰다.

미국과 아시아 발레단도 합격했지만 핀란드국립발레단을 선택한 것은 경제적 자립과 예술적 성장이 모두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폭넓은 레퍼토리와 단원들의 개별적 특성을 존중하는 핀란드의 합리적 업무 환경은 그가 만개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그는 “핀란드는 리허설 등 업무 환경이 체계적이고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이 당연시되는 무용계에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동료들에게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핀란드 헬싱키의 핀란드국립오페라극장 외벽에 걸린 발레 '지젤' 포스터. 김서연이 주인공이다. 김소연 기자
지난해 '지젤'에서 열연 중인 핀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김서연. ⓒFinnish National Ballet / Roosa Oksaharju

2022년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로 주역 데뷔한 이후, 김서연은 클래식과 드라마 발레, 컨템퍼러리를 넘나들며 발레단의 주요 주역으로 입지를 다졌다. 지난 시즌에는 발레단이 올린 주요 레퍼토리 4개 작품에서 모두 주역을 맡았다. 수석무용수 승급까지 한 단계만 남았지만, 정작 김서연에게 직급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작품을 만나며 계속 성장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원 대상 안무 워크숍을 통해 짧은 파드되를 직접 안무하는 등 무용수 이후의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홀로 해외 무대를 헤쳐온 만큼 김서연이 바라보는 미래는 개인적인 명예나 타이틀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힘들게 발레를 배운 만큼 선생님들에게 배운 좋은 전통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누구나 쉽게 발레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싶다"며 "발레 학교 설립을 목표로 저축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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