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형 아트패스 프로젝트]➁‘도쿄의 심장’ 도쿄역…기차역 하나가 도시를 바꿨다

이은호 기자 2026. 8. 20. 00: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쿄역은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에게 도쿄역은 출발이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의 목적지이며,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시의 상징이다.

도쿄역은 광장과 직선 도로, 황궁을 하나의 시각적 축으로 묶었다.

도쿄마라톤의 결승선을 역 앞에 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14년 개통 이후 교통·관광·식문화·마라톤 잇는 복합 플랫폼
라멘스트리트·황궁·마루노우치 광장…‘환승역‘ 넘어 도시 경험 설계
시민 달리고 관광객 맛집에 줄서서 먹는다⋯역에서 시작된 도시 경험
키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쿄역 마루노우치 광장(東京駅丸の内広場)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역사와 그 뒤를 병풍처럼 둘러싼 현대적인 고층 빌딩 숲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흐린 날씨 속, 붉은 벽돌과 돔형 지붕이 어우러져 근대 건축의 고전미를 뽐내는 도쿄역 마루노우치(東京駅丸の内) 역사 앞을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바쁘게 지나치고 있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도쿄역은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켰다. 달라진 것은 역이 아니라, 역을 쓰는 방식이었다. 1914년 12월 문을 연 도쿄역은 일본 철도의 기점이자 수도의 관문이다. 하루 100만 명 이상이 오가는 거대 환승 거점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열차만이 아니다.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각 지역 인기 라멘 전문점들이 모인 지하 ‘도쿄 라멘 스트리트’, 황궁을 한 바퀴 도는 5㎞ 러닝 코스, 그리고 매년 3만 여명이 달리는 도쿄마라톤의 결승선까지. 역이 도시 경험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됐다. 

강원도 역시 철도 중심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도내 대부분의 역은 여전히 서울로 향하는 ‘환승역’에 머문다. 도쿄역이 이동의 공간에서 체류의 공간으로 넘어간 100년의 궤적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도쿄역 지하 통로의 신칸센 및 JR 일반선 안내 표지판 아래로 수많은 인파가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역·광장·도시축을 하나로 묶다… 도쿄역이 남긴 설계의 교훈

도쿄역은  ‘일본 근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쓰노 긴고 (辰野金吾) 의 설계로 1914년 준공된 일본 철도의 출발점이자 수도 도쿄의 관문이다. 1945년 도쿄대공습으로 남북 돔 지붕과 3층부가 소실돼 2층 건물로 복구된 채 60여년을 버텼다. 2003년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고, 2007년부터 5년간 보존·복원 공사를 거쳐 2012년 10월 건립 당시의 3층 모습을 되찾았다.

마루노우치 광장은 도쿄역에서 고쿄(황궁)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다.  출·퇴 근길 직장인과 여행객,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관광객, 러닝복 차림의 시민들과 마라토너들이 이 곳을 누비면서 공간을 폭넓게 이용하고 있었다. 

마루노우치 북쪽 돔 아래에서는 관광객들이 천장을 향해 휴대폰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너 2.1m의 독수리 부조 8개와 그 아래 십이지 조각 8개 팔각형 돔을 둘러싸고 있다. 역사 자체가 전시물이자 촬영 명소인 셈이다. 

역사 정면에서 황궁까지 곧게 뻗은 ‘고쿄도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축이다. 국빈방문과 국가 의례 때 마차 행렬이 지나는 길이며, 6,500㎡규모의 마루노우치 광장이 그 시작점에 놓여있다. 역과 광장 그리고 도시축이 하나의 설계로 묶인 구조다. 

울창한 수목과 건축물이 어우러진 고쿄(皇居)의 명물인 니주바시(二重橋) 아치형 돌다리가 수면 위에 거울처럼 비치고 있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역이 곧 목적지가 됐다… 도쿄역이 보여준 ‘머무는 역’의 조건

야에스 출구 쪽 지하상가 ‘도쿄역 이치반가이’의 ‘도쿄 라멘스트리트’는 점심과 저녁시간마다 대기 줄이 끊이지 않는다.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라멘 전문점이 한 층에 모여있고, 일부 점포는 도쿄역에만 입점해 있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여행객들은 캐리어를 세운 채 줄을 섰고, 식사를 마치자 그대로 신칸센 승강장으로 향했다. 같은 층에는 에키벤(역 도시락) 전문점과 디저트 거리, 캐릭터 거리가 이어진다.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식사와 소비로 전환되도록 동선이 설계돼 있다.

취재진을 태운 택시기사는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유명 음식점도 자연스럽게 들어왔다”며 “도쿄역은 교통의 중심이면서 먹거리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관광객은 “기념품과 특산물을 고르는 것 자체가 여행”이라며 “종류가 너무 많아 한 번에 다 둘러 볼 수 없다”고 했다.

도쿄역 지하 통로에 위치한 한 라멘식당 앞에서 여행객과 퇴근하는 시민들이 식사를 위해 대기 줄을 서 있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도쿄역 지하 대형 상점가인 '도쿄역 일번가(First Avenue Tokyo Station)' 내에 자리 잡은 '도쿄 캐릭터 스트리트(Tokyo Character Street)' 입구 전경.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굿즈 매장이 밀집해 있어, 여행용 캐리어를 끈 관광객들과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출발지이자 목적지이자 상징… 도쿄역이 담는 세 개의 시간

지난 6월29일 오전 마루노우치 광장. 출근길 직장인보다 러닝복 차림의 시민들이 먼저 광장을 가로질렀다. 황궁을 한 바퀴 도는 약 5km코스를 달리기 위해서다. 신호가 거의 없고 노면이 고르다는 점 때문에 도쿄에서 가장 인기있는 러닝 코스로 꼽힌다.

50대 러너 사나다씨는 이날도 전철로 1시간 30분 걸려 이 곳을 찾았다. 월요일 연차를 냈다고 했다. 그는 “언덕이 적당히 있어 훈련하기 좋고, 많은 러너들이 함께 뛰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된다”며 “이 주변은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리 풍경이 있다”고 말했다.

사나다 씨는 도쿄마라톤에 10년 째 응모했지만 한 번도 선정되지 못했다. 당첨(?) 확률이 10% 안팎인 탓이다. 그럼에도 그는 매달 이 코스를 찾는다. 달리기를 마치면 유라쿠초의 단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운동과 식사, 귀가가 역을 축으로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도쿄마라톤은 신주쿠 도쿄도청 앞에서 출발해 이다바시·아사쿠사·긴자를 거쳐 도쿄역 앞 고쿄도리에서 끝난다. 세계 7대 마라톤 중 하나로 꼽힌다. 러너들이 42.195km 끝에 마주하는 마지막 풍경이 붉은 벽돌 역사인 셈이다. 철도역과 도시브랜드, 스포츠 이벤트가 하나의 콘텐츠로 묶인다.

20대 여성 러너 안나씨와 나혼씨는 ‘스트라바’ 앱을 통해 러닝에 입문했다. 이들은 평소에는 에비스나 롯폰기, 오모테산도 등을 주로 찾고, 도쿄역은 “신칸센이나 야간버스를 이용할 때 들르는 곳” 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쿄역은 20~30대 젊은 친구들이 오래 머무는 만남의 장소는 아니지만 일본의 중심이라는 느낌이 드는 특별한 장소“라면서 “역사적인 건축물로 도쿄역은 상징성이 깃든 곳이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도쿄역은 출발이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의 목적지이며,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시의 상징이다. 같은 역이 이용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고쿄(皇居) 숲을 사이에 두고시민들이 조깅을 하는 모습. 이곳은 매년 수많은 러너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왕의 길 코스를 달린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20대 여성 러너 안나씨와 나혼씨는 료쿄길에서 ‘스트라바’ 앱을 통해 러닝에 입문한 이유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도쿄=김태훈기자

  ■강원도는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도쿄역의 100년이 주는 시사점은 역을 중심으로 무엇을 배치할지에 대한 설계다.

첫째, 역이 도시축의 기점이 됐다는 점이다. 도쿄역은 광장과 직선 도로, 황궁을 하나의 시각적 축으로 묶었다. 강원도 역들이 역세권 개발을 논할 때 필요한 것은 상업시설의 총량이 아니라 ‘역에서 시작해 어디로 이어지는가’라는 축의 설정이다.

둘째, 지역성을 역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라멘 스트리트는 도쿄의 음식이 아니라 전국의 음식을 모았다. 강원도의 역이라면 도내 18개 시·군의 콘텐츠가 역에서 먼저 만나는 구조를 검토할 만하다.

셋째, 스포츠와 문화 이벤트를 역에 결속시켰다는 점이다. 도쿄마라톤의 결승선을 역 앞에 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원형 아트패스 역시 ‘역에서 시작해 역으로 돌아오는’ 회귀 구조를 가질 때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Copyright © 강원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