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60] 백살 넘은 천연기념물 무궁화

무궁화가 활짝 피었다. 아침에 피어난 무궁화 꽃송이는 저녁에 송이째 지지만, 이튿날이면 다른 꽃이 화사한 얼굴을 내민다. 한 그루에 천 송이 넘는 꽃이 핀다는데, 여름 내내 피고 진다. 그래서인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애국가 가사가 광복절이 있는 8월에 잘 어울린다.
무궁화는 기념식수로 자주 심어졌다. 여기저기에 무궁화동산도 많다. 하지만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궁화는 딱 한 그루다. ‘강릉 방동리 무궁화’다. 2011년 강릉과 백령도의 무궁화가 한 그루씩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아쉽게도 백령도 무궁화는 태풍으로 고사했다.

천연기념물 나무라면 으레 아름드리 노거수(老巨樹)를 떠올린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무궁화는 아담하다. 대신 나라꽃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보통 무궁화의 수명은 길어야 50년이지만, 천연기념물 무궁화는 100년 넘게 사는 보기 드문 재래품종으로 알려졌다. 나무의 크기만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품고 있다. 백령도에 있던 무궁화는 작은 교회 곁에 있었고, 방동리 무궁화는 강릉 박씨 종중 재실 안에 자리한다.
유일하게 남은 천연기념물 무궁화는 세심한 돌봄을 받고 있다. 종중에서는 재실 대문을 열어 천연기념물을 찾는 이들을 배려한다.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게 담장을 낮췄고, 얽힌 가지를 부지런히 솎아낸다. 병해충을 살피고, 줄기에 붙은 이끼도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있다.
한 그루뿐인 천연기념물 무궁화를 바라보며 ‘무궁(無窮)’이란 단어를 곱씹어 본다. 우리 땅 어딘가에는 주목받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품은 무궁화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을지 모른다. 그 가치를 찾아 이어가는 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또 하나의 ‘무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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