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 ICC 수장 제재했는데..' 다카이치, 말 아낀 이유

서혜진 2026. 8. 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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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일본인 최초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장인 아카네 도모코 소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두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외무성도 이날 담화를 내고 "일본은 ICC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며 미국의 제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ICC 관계자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때도 미국을 규탄한 79개 국가·지역의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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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철회 요구 안 해
법치주의와 미일동맹 사이 딜레마
日 의원들 "침묵하는 동맹은 가치 잃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일본인 최초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장인 아카네 도모코 소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두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을 직접 비판하거나 제재 철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ICC 최대 분담국이자 법치주의를 외교 원칙으로 내세워온 일본이 국제 법질서 수호와 미일동맹 관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치 강조했던 다카이치, 이번엔 언급 피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외무성 사무차관과 국제법국장, 북미국장 등을 잇달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관계국과 의사소통을 지속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외무성도 이날 담화를 내고 "일본은 ICC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며 미국의 제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에 항의하거나 제재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고 아카네 소장의 금융거래와 출입국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월 아카네 소장과 면담한 뒤 "ICC는 법치주의의 핵심을 담당한다"며 ICC와 아카네 소장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에서는 법치주의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매우 유감이라는 표현은 고심 끝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 주변에서는 "이번 제재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ICC라는 조직을 겨냥한 것"이라며 선을 긋는 발언도 나왔다.

이는 러시아에 보였던 태도와도 대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북방영토인 에토로후섬을 방문했을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강력히 항의한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일동맹 의식..'이중잣대' 논란

일본 정부가 이처럼 대응 수위를 낮춘 것은 미일동맹을 자국 안보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적 연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 동아시아 억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이라고 비판해왔다. 법치주의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해온 일본이 미국의 ICC 압박에는 말을 아끼면서 외교적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일본은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ICC 관계자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을 때도 미국을 규탄한 79개 국가·지역의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카네 소장은 이후 출간한 저서에서 일본의 불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웠다"며 "일본 정부는 '일본이 ICC를 지킨다'고 세계에 강력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이 ICC 해체 방침을 밝혔을 때도 일본 정부는 "우려를 갖고 주시한다"고만 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초당적으로 인권외교를 생각하는 의원연맹'은 이날 미국의 제재를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미국에 제재 철회를 요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아카네 소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출입국과 금융거래를 지원할 것도 요구했다.

의원연맹은 성명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에 침묵하는 동맹은 결국 그 토대가 되는 가치를 잃는다"고 비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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