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나가 눈덩이처럼 커졌다…외톨이 고교생의 인생역전 사기극

최한종 2026. 8.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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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에반 핸슨에게 친구를 사귀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에반 핸슨의 깁스에 유일하게 낙서한 사람은 또 다른 외톨이 코너다. 코너는 둘 다 친구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에반의 깁스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 모습을 본 에반은 차마 사실을 바로잡지 못하고, 코너와 가까운 친구였다는 거짓말을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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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디어 에반 핸슨
외로움 이겨내는 청년 이야기
LED 패널 이용한 무대 인상적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에반 핸슨에게 친구를 사귀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팔에 깁스를 두른 터라 고민은 더 깊어졌다. 깁스에 친구들의 낙서 하나 없으면 외톨이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런 에반 핸슨의 깁스에 유일하게 낙서한 사람은 또 다른 외톨이 코너다. 사실 둘은 친구 사이가 아니다. 코너는 둘 다 친구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에반의 깁스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이달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사진)은 이 짧은 만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2024년 국내 초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작품이다. 별다른 인연도 없던 두 외톨이의 우연한 접촉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품은 외로움 속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과 거짓말이 낳은 관계의 의미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이야기를 전방위적으로 넓혀간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짓말이다. 코너는 편지를 가져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에반의 편지가 코너의 죽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코너 역시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한 채 고립돼 있었고, 집에서도 가족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개학 첫날부터 대마초를 피운 일로 아버지와 다투는 등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인물이다.

코너의 부모는 아들의 소지품에서 에반이 쓴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가 “디어(Dear) 에반 핸슨”으로 시작하는 탓에, 코너가 에반에게 남긴 유서라고 오해한다. 게다가 에반의 깁스에는 코너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외톨이인 줄만 알았던 아들에게도 속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있었다고 믿은 부모는 큰 위안을 얻는다. 그 모습을 본 에반은 차마 사실을 바로잡지 못하고, 코너와 가까운 친구였다는 거짓말을 하고 만다.

한번 시작된 거짓말에는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다. 에반은 코너와 함께 과수원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이야기하고, 서로 미래와 고민을 털어놓던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꾸며낸다. 두 사람이 몰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컴퓨터 시간을 조작해 가짜 편지까지 작성한다.

거짓말은 에반에게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선사한다. 코너와의 추억을 이야기한 연설 영상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며 폭발적 관심을 받는다.

고립된 소년의 변화는 압도적 무대 디자인과 결합해 극적으로 드러난다. 무대에는 크고 작은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이 겹겹이 설치돼 있다. 패널은 장면에 따라 휴대전화나 컴퓨터 모니터가 됐다가 창문과 공원 풍경 등으로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가장 강렬한 순간은 에반의 연설 영상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는 장면이다. 에반의 얼굴이 무대 곳곳의 수많은 화면에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그의 영상이 수없이 재생되고 공유되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 밖에 있던 에반이 순식간에 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결국 외로움은 혼자 견뎌야 할 고통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감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뮤지컬은 동명의 소설 <디어 에번 핸슨>으로도 출간됐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1월 1일까지.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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