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에 부품사 가세…자동차업계 생산라인 멈추나

손유지 2026. 8. 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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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사·비정규직 20일 파업…원하청 교섭 요구
현대차 21일 전면파업…10년 만에 생산라인 멈춰
기아 노조도 동참 검토…자동차업계 파업 확산
생산 차질·공급망 불안…노사정 해법 마련 시급
[지데일리]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완성차 공장을 넘어 부품사와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얽힌 연쇄 파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금속노조가 부품사와 함께 공동파업에 나서며 자동차 공급망과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을 추진하면서 이틀 연속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품 공급과 완성차 조립이 긴밀하게 연결된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파업 범위가 넓어질수록 생산 현장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오는 20일과 21일 자동차 업종 공동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일에는 자동차 부품사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교대근무조별로 4시간 이상 파업에 참여하고, 21일에는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사업장 노동자들이 교대근무조별 6시간 이상 파업에 나서는 방식이다. 

부품사와 완성차 노동자가 날짜를 달리해 파업하는 교차 방식으로 생산 과정의 연쇄적인 영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8일 울산공장에서 41일 만에 임금협상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19일과 20일, 24일과 25일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21일에는 8시간 전면파업을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현대차 노사 갈등의 쟁점은 임금뿐 아니라 성과급과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으로 확대됐다. 노조는 조합원의 임금 및 고용조건 개선과 함께 그룹 차원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경영 여건과 생산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섭이 장기간 중단됐다가 재개된 상황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사 간 불신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금속노조가 부품사 노동자까지 공동파업 전선에 포함한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의 원·하청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금속노조는 부품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과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의 교섭 구조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부품업체가 완성차 업체의 생산계획과 납품단가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에서 노동조건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역시 자동차 산업의 원·하청 구조와 고용 책임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공동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현대차와 기아 조합원, 부품사 노동자 등을 합쳐 8만~9만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아 노조는 20일 쟁의대회를 열고 공동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까지 동참할 경우 국내 완성차 산업의 주요 생산 거점과 부품 공급망 곳곳에서 작업 차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7월 파업으로 이미 4만2천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19일 기준 올해 누적 생산 차질 규모는 약 6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는 아반떼 등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시점인 만큼 생산 일정과 출고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파업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생산 방식에 있다. 완성차 공장은 수많은 부품을 정해진 시간에 공급받아 조립하는 구조여서 핵심 부품 한 곳에서 공급이 중단돼도 생산라인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품사의 작업 중단과 완성차 노조의 파업이 연이어 발생하면 생산계획 조정과 재고 관리에도 부담이 커지고, 납품 일정이 늦어지면서 협력업체의 경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번 공동파업이 자동차 산업에 존재하는 원·하청 간 격차를 개선하고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원청과 하청의 교섭 구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품사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를 개선하려면 산업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공동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노동계가 제기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보다 생산 차질과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기업 측에서도 공급망 안정과 고용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완성차 업체의 비용 절감 압박이 부품사로 전달될 경우 협력업체의 수익성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납품단가와 고용 안정성을 둘러싼 합리적인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반대로 노조 역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협력업체와 소비자,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 갈등이 개별 사업장의 임금교섭에 머물지 않고 자동차 산업 공급망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교섭 상황뿐 아니라 부품사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원청의 책임 범위,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등 여러 쟁점이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이 각각의 요구를 힘겨루기로 해결하려 한다면 파업과 생산 차질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제조업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노사 갈등의 장기화는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생산 안정성과 노동시장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20~21일 공동파업은 현대차 임단협의 향방뿐 아니라 자동차 원·하청 관계와 산업별 교섭 체계를 둘러싼 논의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파업을 통해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관철될지와 함께 노사정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면서 부품사와 노동자의 고용 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