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삶에 대답하는 법

기호일보 2026. 8. 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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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말을 할까. 그 가운데 가장 간단하면서도 삶을 크게 바꾸는 말이 있다면 'YES'와 'NO'가 아닐까. 그렇게 살다 보니 삶에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예스맨'은 단순히 '부정보다 긍정이 좋다'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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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동국대 강사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말을 할까. 그중에는 쉽게 꺼내는 말도 있고, 망설이다 겨우 내놓는 말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간단하면서도 삶을 크게 바꾸는 말이 있다면 'YES'와 'NO'가 아닐까. 영화 '예스맨'(Yes Man, 2008)의 주인공 칼은 오랫동안 세상에 NO라고 외치며 살아온 사람이다. 친구의 초대도, 새로운 만남도, 사소한 부탁도 거절한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삶에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칼의 삶은 안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루했다.

그런 칼에게 우연히 'YES'라는 선언이 들어온다. 모든 일에 YES라고 대답해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YES는 점차 그의 삶을 움직인다. 평소라면 가지 않았을 곳에 가고, 만나지 않았을 사람을 만나고, 해보지 않았을 일을 한다. 그러면서 칼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진다. 특히 앨리슨과의 만남은 그가 YES라고 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새로운 인연이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긍정의 힘은 거창하지 않다. YES라고 말한다고 해서 갑자기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닫혀 있던 문 하나를 열어놓으면 그 틈으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운 일이 생기고,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이 찾아온다. 긍정은 삶을 바꾸는 마법이라기보다 삶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작은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에 YES라고 말하던 칼은 결국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YES를 남발하다 보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요구에 끌려다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NO만 하던 것이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YES만 하는 태도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예스맨'은 단순히 '부정보다 긍정이 좋다'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긍정에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삶에 마음을 여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맹목적인 YES는 긍정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수동성일 수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결국 칼이 배운 것은 YES를 잘하는 법이 아닌, 자신의 삶에 스스로 답하는 법이다. 처음에 칼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삶에는 새로운 것도 찾아오지 않는다. YES는 그 닫힌 삶을 열어주는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나온 칼은 이제 모든 것에 YES라고 말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익숙한 것을 선택하고, 실패할 것 같은 일은 미리 포기하고, 상처받을 것 같으면 마음을 닫는다. 그렇게 살다 보면 삶은 안전해지지만, 어느 순간 단조로워지고 지나치게 조용해진다. '예스맨'이 말하는 긍정은 억지로 모든 일을 좋게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삶을 거절하지 말라는 조언에 가깝다. 때로는 한 번의 YES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새로운 길을 걷게 하고,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YES냐 NO냐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에 주체적으로 답하려는 자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어제와 다른 오늘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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