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타이레놀, 나눠서 결제할까요?"… '1회 1개' 뚫린 편의점 상비약

박경담 2026. 8. 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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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세종시의 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매대에는 '같은 제품은 1개만 구매하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실제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상비약 1회 1개 구매, 12세 미만 판매 제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이에 복지부는 전국 보건소를 통해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 제한 규정 준수 여부 등 실태 점검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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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편의점 상비약 1개 판매 점검
2개 동시 결제 불가, 분할 구매 권유
상비약 확대 앞두고 약사 설득 목적
기자가 17일 세종시의 편의점 다섯 곳에서 각각 2개씩 구매한 타이레놀 제품. 편의점 직원 모두 안전상비약을 1회 1개만 판매 가능하나 나눠 결제하면 살 수 있다고 안내했다.

17일 오전 세종시의 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 매대에는 '같은 제품은 1개만 구매하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타이레놀정 500㎎ 제품 2개를 들었다. 편의점 직원이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자 '삐' 소리가 났고 "의약품 하나만 살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곧이어 그는 "두 번 나눠 결제하면 되는데 그렇게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편의점 다섯 곳에선 타이레놀 제품 2개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현행 규정상 상비약은 한 번에 1개씩만 판매해야 한다. 해당 편의점 직원들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2개 구매를 제지하는 대신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현재 11개인 편의점 상비약 품목의 확대를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1회 1개 판매 규정 등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다. 편의점이 상비약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약사들의 지적을 감안해서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약국이 없는 지역이나 문 닫는 심야 시간대에 필수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2012년 11월 도입됐다. 단 판매 품목과 점포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약사법 고시상 20종까지 판매 가능하나 시행 초기 13종으로 시작해 현재는 해열·진통제 3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1종만 지정된 상태다. 또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만 상비약을 취급할 수 있다.

17일 세종시 의 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매대에 '같은 제품은 1개만 구매하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아울러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1회 1개 판매 제한 규정을 뒀다. 편의점 상비약은 급히 필요할 때 찾는 약인 만큼 하루 복용할 정도만 팔라는 취지다. 12세 미만 아동도 살 수 없다. 실제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상비약 1회 1개 구매, 12세 미만 판매 제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상비약을 결제할 때 계산대에 1인당 1개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가 뜨는 등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상비약을 나눠 판매하면 두 개 이상도 살 수 있는 허점이 있다. 한 약사는 "의약품 소비자에게 편의점은 약국에 가기 어려울 때 약을 사는 다리 역할인데 지금은 대체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복약 지도 없이 상비약을 다량 구매한다면 약물 남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복지부는 전국 보건소를 통해 편의점의 상비약 판매 제한 규정 준수 여부 등 실태 점검에 나선다. 상비약 안전관리 판매체계 강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상비약 과다 복용 시 위험성을 포장지에 지금보다 크게 표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복지부가 실태 점검에 착수한 이유는 상비약 판매 품목·점포 확대를 반대하는 약사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현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선행돼야 약사 쪽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2012년부터 묶여 있는 상비약 품목을 최대 20종까지 늘리는 고시 개정을 검토 중이다. 지사제, 위장 진정제, 인공눈물 등이 신규 상비약 후보로 제시된다. 약국이나 24시간 연중무휴 점포가 없는 무약촌에서 일반 편의점도 상비약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상비약 판매관리체계의 안전성을 확보한 이후 국민 수요 분석, 전문가 검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품목 확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세종= 글·사진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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