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업 M&A 10년새 2배…“존속이냐 매각이냐” 시장서 따져야 [기업회생 20년-④ 회생기업의 마지막 희망, M&A]

박지영 2026. 8. 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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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것인가, 팔 것인가.

회생기업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인가 전 M&A(인수·합병)'가 기업회생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누구에게 M&A를 맡길 것인지, 투자자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가 회생기업의 마지막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도 연초이후 이달 14일까지 23건이 게시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회생기업이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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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기업 M&A 공고, 2015년 17건→2025년 39건
불확실한 채무·권리관계, 경직된 절차 등 걸림돌 여전
M&A 추진과정서 기존 경영자 관리인 ‘이해상충’ 우려
제3자·채권자협의회 견제 속 시장의 객관적 판단 필요
독립적 자문기관·매각주관사 통해 M&A 검증할 수도
① 재기가능 기업도 청산 내몰려
② ‘기울어진 운동장’ 만드는 담보신탁
③ 기업회생의 ‘단비’ DIP금융
④ 회생기업의 마지막 희망, M&A
⑤ 기업회생 20년, 나가야 할 길
회생기업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기업회생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기업회생 단계에서 M&A를 진행한 STX팬오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과 이스타항공, 티몬, 동성제약 본사. [연합·헤럴드 DB]

살릴 것인가, 팔 것인가. 문제는 그 선택을 누가 하느냐다.

회생기업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인가 전 M&A(인수·합병)’가 기업회생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기업을 살리고 채권자에게 돌아갈 몫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주인을 찾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충분한 정보 없이 인수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기존 경영자는 M&A가 성사되는 순간 경영권을 내려놔야 한다.

누구에게 M&A를 맡길 것인지, 투자자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가 회생기업의 마지막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새 2배 늘어난 M&A…기업 살릴 ‘마지막 희망’=19일 헤럴드경제가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생기업 M&A 공고를 분석한 결과, 2015년 17건이었던 회생기업 M&A 공고는 2024년 30건, 2025년 39건으로 10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도 연초이후 이달 14일까지 23건이 게시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회생기업이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회생기업 M&A가 늘어난 데는 법인회생 신청 증가와 함께 독자적인 정상화보다 새 주인을 찾아 필요자금을 충당하고 경영 정상화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회생기업 M&A는 대부분 ‘인가 전 M&A’로 진행된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전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인가 전 M&A는 회생 초기 새 주인과 자금을 확보해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인수대금을 채권 변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자체 영업만으로 충분한 변제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도는 기업에는 회생을 이어갈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깜깜이’ 인수전에 리스크 부담=이처럼 인가 전 M&A가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회생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거래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깜깜이 투자’ 위험에 더해 짧은 실사기간, 경직된 절차 등이 장애물로 꼽힌다.

투자자 입장에서 첫 번째 관문은 정보 부족이다. 최종 변제율과 채권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가격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생기업을 인수한 경험이 있는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채권관계와 공익채권, 소송·세무 이슈 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투자 결정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공익채권이나 우발채무가 뒤늦게 확인될 위험은 인수가격을 낮추고 거래 무산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채무 규모가 명확하지 않으면 인수 이후 추가 현금 유출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익채권과 체불임금·퇴직금, 조세채무, 소송, 담보·우발채무 등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표준화해 제공하고 향후 변동 가능성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직된 M&A 절차 또한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잠재 인수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은 뒤 공개입찰로 더 좋은 조건을 찾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이다. 최소 인수가격과 인수자를 확보하면서 추가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초 인수자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실사하고도 후발 원매자에게 회사를 넘겨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잠재 원매자 수와 매각 시급성 등을 고려해 스토킹호스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우선매수권 등 최초 인수자 보호장치도 거래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팔면 경영권 잃는다”…기존경영자 관리인의 딜레마=인가 전 M&A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문제는 기존경영자 관리인 제도다. 채무자회생법은 재정 파탄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존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에게 정상화를 맡기고,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회생 신청을 미루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실무상 중대한 부실경영 책임 등이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3자관리인이 선임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M&A 국면에서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M&A가 성사되면 기존 대주주와 경영자는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만큼, 회사와 채권자에게 M&A가 더 유리하더라도 기존 경영자가 적극적으로 새 주인을 찾을 유인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오히려 투자자의 관심을 받을 만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일수록 기존 경영자가 독자 회생을 선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회생절차에 정통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도 M&A가 회사와 채권자에게 더 유리한 기업이 있다”며 “기존 경영진에게 다시 기회를 줄지, 새로운 투자자를 받아 채권자에게 더 많이 변제할지를 따져봐야 하지만 현재는 두 방안을 충분히 비교하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경영자가 M&A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회생 M&A는 법원의 감독 아래 진행되고 매각 절차와 일정, 매각주관사 선정 등을 검토·지도한다. 채권자협의회 역시 관리인 선임 등에 의견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장치에도 회생 초기 M&A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존속형 회생과 M&A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시장에서 검증할 주체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존속이냐 M&A냐…“시장서 먼저 검증해야”=전문가들은 기존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없애기보다 기존 경영진이 M&A 여부를 독점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제3자 관리인 경험을 갖춘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회생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할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하다”며 “기존 경영자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권자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관리인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리인이 마련한 회생계획안에 찬반 의견을 내는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M&A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회생 초기부터 독립적인 자문기관이나 매각주관사를 통해 M&A 가능성을 시장에서 검증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잠재 투자자의 인수 의향과 예상 기업가치를 확인하고, M&A를 통한 채권 변제율과 기존 경영진이 제시한 존속형 회생계획의 변제율을 비교하자는 취지다. 이는 존속형 회생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잠재 원매자를 상대로 인수 수요를 확인해보고,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를 회생방식 결정의 판단 근거로 삼자는 것이다.

회생 절차의 목적은 기존 경영진을 지키는 데도, 무조건 기업을 매각하는 데도 있지 않다. 기업가치를 보존해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고 채권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살릴 것인가, 팔 것인가’의 답을 기존 경영진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시장에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기업회생 진입 전 사실상 ‘안전망’ 역할을 해온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올해 연말 일몰을 앞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촉법 상시화를 위한 개정안 발의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채권단이 소규모 기업의 회생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기촉법의 실효성에 의문 표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자금공급 측면에서 기촉법 이외에 별도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한 대안은 무엇일지, 회생 부담을 덜기 위해서 시장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필수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지영·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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