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천만원씩 10년간 2억? 평범한 청년에겐 '그림의 떡' [ISA 맹점②]

김정덕 기자 2026. 8.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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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속기획 넘버링+ '아무도 말하지 않는 ISA 맹점' 1편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의 개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신설하겠다는 '생산적금융 ISA'와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의 밑단에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를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는 취지"에서 신설했습니다.

만약 청년들이 생산적금융 ISA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연간 2000만원씩 10년간 2억원까지 납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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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아무도 말하지 않는 ISA 맹점②
숱한 청년은 저연봉 비정규직
생산적금융 ISA 혜택 못 받아
고연봉 대기업 정규직이거나 
부유층 자녀들 위한 제도인가

우리는 연속기획 넘버링+ '아무도 말하지 않는 ISA 맹점' 1편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의 개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신설하겠다는 '생산적금융 ISA'와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의 밑단에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청년의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ISA 맹점' 2편에선 그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려 합니다.

[※참고: 정부는 현재 ISA 개선안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토를 다시 하고 새 대안을 내놓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정부가 청년세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입니다. 더스쿠프가 ISA 개선안과 별개로 이 기사를 준비한 이유입니다.]

☞ 넘버링+_청년형 생산적금융 ISA 맹점
1편 李 정부가 생각하는 청년의 정의
2편 평범한 청년에겐 '그림의 떡'

월평균 소득이 266만원에 불과한 대부분의 청년들은 생산적금융 ISA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재명 정부는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를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는 취지"에서 신설했습니다. 당연히 평범한 청년층을 염두에 뒀겠죠. 문제는 평범한 청년들이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의 혜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정부가 당초 밝힌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기본 구상을 복기해보겠습니다. ISA의 연장 횟수는 5년으로 제한하고,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납입 한도는 2억원, 납입 한도 이월은 폐지합니다. '생산적금융 ISA'엔 이자와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줍니다. 총급여가 7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6300만원 이하)인 청년들을 위해 납입금의 10%를 소득공제 해줍니다.

만약 청년들이 생산적금융 ISA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연간 2000만원씩 10년간 2억원까지 납입해야 합니다. 투자로 손해가 날 수도 있는 여윳돈을 매년 2000만원씩 10년간 꾸준히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소한 연봉이 6000만~7000만원은 돼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청년이어야 하죠.

그래야만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 시스템을 100%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자산이 넉넉하고 소득이 높은 청년층일수록 혜택을 많이 본다는 거죠. 벌써부터 평범한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취지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 다른 조건들은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0년이라는 최대 연장 기간은 어떨까요? 연간 2000만원씩 10년간 납입하려면 '안정적인 정규직'이라는 전제가 필수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청년이겠죠. 많이 버는 해에는 더 많이 돈을 넣을 수 있는 '납입 한도 이월'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자·배당소득 비과세 혜택' 역시 이런 청년들을 위한 장치입니다. 수익을 많이 낼수록 혜택도 높은 구조인데, 투자금 규모와 수익 규모는 정비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문제는 '납입금의 10% 소득공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소득공제란 '납입금의 10%를 당사자의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하고, 이렇게 빼준 금액에 당사자에게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적용한 만큼 소득세를 줄여준다'는 뜻인데요.

예를 들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이 '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세율 15%)' 구간에 있는 청년이 '생산적금융 ISA'에 500만원을 납입한다고 해보죠. 그럼 납입금의 10%인 50만원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한 후, 여기에 15%의 세율을 적용해 7만5000원의 소득세를 덜 내게 됩니다. 지방소득세 세율(10%)까지 적용하면 절세액은 8만2500원이 되죠.

그런데 2000만원을 납입할 경우 똑같이 계산하면 소득공제액이 200만원으로 올라가면서 33만원을 덜 냅니다. 절세에서 4배의 차이가 발생하죠. 당연히 납입액에 따라 이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정규직 청년, 혹은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청년일수록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구조입니다. 평범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청년층의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 저축도 쉽지 않은 청년들 = 그렇다면 평범한 청년의 현실은 어떨까요?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만 19~34세를 포함한 1만5098가구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취업자 비율은 67.7%였습니다. 10명 중 3~4명은 취업조차 못 한 겁니다. 대부분은 전일제(80.4%)였지만, 10명 중 2명(19.6%)는 시간제 취업자였습니다.

취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266만원(세전)에 불과했습니다. 월급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는 뜻입니다. 평균 근속기간은 2년 11개월로 3년이 채 안 됐습니다. 첫 직장이 계약직일 확률은 37.5%였죠. 전체의 37.0%가 본인을 '중하층'에 속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참고: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20~39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31.7%로, 2004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15~29세로 줄여 보면 더욱 참담합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층 첫 일자리와 일자리 미스매치 분석'에 따르면 첫 임금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68.0%였고, '200만원 이상'은 32.0%에 그쳤습니다(2024년 기준). 또한 일자리 10곳 중 4곳(37.5%)이 계약·임시직 일자리였죠(2025년 기준).

[사진|뉴시스]
결국 평범한 청년들이 매년 2000만원씩 10년간 2억원을 투자에 쏟아붓는다는 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게임에 들어가라고 정부가 등을 떠미는 건 투자가 아닌 도박에 청춘을 바치라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이쯤 되면 '청년의 자산 형성 지원'이라는 정부의 정책 취지와 완전히 어긋난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물론 정부는 '한도 이월 불가'나 '만기 연장 제한' 등과 같은 내용들을 재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청년형 생산적금융 ISA'의 경우 방향성을 잘못 설계한 상황에서 재검토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 중에 "정책이 국민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야지, 거꾸로 국민의 삶을 기성 제도에 억지로 꿰맞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 대통령은 '청년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걸까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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