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들어온다는데”…세입자 덮친 ‘실거주 대전환’ 공포[집슐랭]

김경미 기자 2026. 8. 19. 07: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겨냥해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금과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민간임대사업자로서는 굳이 임대사업을 계속할 유인이 없다"며 "아파트 임대사업자는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팔거나 직접 들어갈 수밖에 없고, 다가구·다세대 임대사업자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니 전월세를 올리거나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거주 전환 정책 후폭풍
세제·대출 규제로 비거주 주택 압박
집주인 실입주 및 매도 움직임
임차인 ‘퇴거 도미노’ 우려 커져
서울 아파트 전세 2년 새 24% 감소

정부가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겨냥해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금과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2년 새 24% 감소한 상황에서 실거주 전환이 본격화할 경우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 사이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으로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송파구 A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임대차 만기가 돌아와도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상당수가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B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 만기가 곧 돌아오는 세입자는 물론 아직 계약기간이 남고 갱신계약권도 쓰지 않아 안심하고 있던 세입자들이 ‘집주인들이 들어오면 비워줘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2년 전만 해도 소형아파트는 5억~6억 원대 전세 물량이 풍부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2억 원씩 올랐고 그마저 물량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거주 주택에 세금 불이익을 주고 대출을 조이기로 결정한 정부 정책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개인 소유 주택 273만 6773호 가운데 소유자가 다른 자치구나 시·도에 사는 ‘비거주 추정’ 주택은 83만 928호로 30.4%를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민간임대사업자가 먼저 압박을 받았다. 정부는 등록민간임대사업자에 제공하던 양도소득세 혜택 등을 폐지하고, 내년 말 혹은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 1년 안에 매도할 경우에만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50% 인정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등록임대 아파트는 올해 2만 4267가구, 2027~2028년 2만 1446가구 등 3년간 4만 5000여 가구가 의무임대기간을 마친다.

3주택 이상 임대인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가 9억 원에서 최소 4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보유세 부담도 커졌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민간임대사업자로서는 굳이 임대사업을 계속할 유인이 없다”며 “아파트 임대사업자는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팔거나 직접 들어갈 수밖에 없고, 다가구·다세대 임대사업자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니 전월세를 올리거나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책으로 내놓은 ‘전월세 안심신탁’도 임대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맡기면 집주인에게 연 4~5% 수익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심신탁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활용하지 못하게 묶어두는 구조라 전세를 놓을 경제적 유인을 꺾는다”며 “등록임대사업자들은 복잡한 신탁 대신 아예 전세를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높아 양질의 아파트 전세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거주 1주택자’를 겨눈 규제도 실거주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1주택자도 실거주하지 않으면 종부세 기본공제를 14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축소하고, 양도세 장특공제의 비거주 보유기간 공제율은 0%로 낮췄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실거주 이력이 없는 1주택자가 다른 지역에 전세를 살 경우 내년 1월부터 신규 전세대출과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 같은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차주는 약 6만 가구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중장기적 집값 안정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서울 임대차 물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단기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과 국토부 실거래가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339건으로 2년 전(2만 6775건)보다 24% 줄었고,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사용해 올해 계약을 새로 진행해야 하는 세입자는 1만여 가구가 넘는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올해 6월 기준 6억 2227만 원으로 2년 전(5억 4424만 원)보다 7800만 원가량 올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2027년부터 입주물량이 더욱 줄어들어 전월세 대란이 예고되는 상황인데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대책을 보면 빌라 등 비아파트 건설 공급을 늘릴 테니 비아파트를 사거나 빌려서 거주하라는 정도”라며 “아파트·비아파트 임대 수요층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