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 게임·OTT·숏폼의 막강한 도전자로… ‘어텐션 경제’ 판도 흔든다
게임은 32시간에 그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포맷의 새로운 강자로 AI(인공지능)가 떠오르고 있다. AI 버추얼 스트리머와 관계형 AI가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이용자들의 AI 체류 시간이 게임·OTT·숏폼 등 기존 콘텐츠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이른바 ‘어텐션 경제(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텐션 경제는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인간의 주의력을 희소한 재화로 규정하는 개념이다.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주의력의 총량은 24시간으로 누구나 동일하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게임·OTT·숏폼 등 각 포맷이 이용자의 주의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뜻이다.
◇콘텐츠 경쟁 심화에 게임 이용률 ‘뚝’
콘텐츠 경쟁이 심화하며 게임을 찾는 이용자가 점차 줄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인스타그램 등 각종 숏폼 콘텐츠와 OTT, 소셜미디어가 이용자들의 여가 시간을 사로잡는 강력한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에서 지난해 50.2%로 크게 하락했다. 사람들이 게임에 쏟는 절대적인 시간이 그만큼 줄고 있다는 의미다.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시장 성장 둔화와 제작비 폭등, 낮아진 흥행 성공 확률 등 구조적 변화까지 겹치면서 어텐션 경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계형 AI,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이런 가운데 AI가 어텐션 경제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콘텐츠 포맷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용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AI 컴패니언(동반자)’ 등 관계형 AI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스캐터랩의 ‘제타’와 뤼튼테크놀로지스의 ‘크랙’이, 해외에서는 ‘캐릭터AI(Character.AI)’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AI가 이용자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스토리 전개에 참여하는 구조로 높은 몰임감을 보여주면서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가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에 쏟은 시간은 최근 1년(2025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새 25억4000만 시간에서 26억4000만 시간으로 3.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게임에 사용한 시간은 6.3% 감소했다. 게임에서 이탈한 이용자는 고스란히 크랙이나 제타 등 AI 컴패니언 서비스로 넘어갔다. 크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년 만에 22만명에서 53만명으로 134% 증가했고, 제타 이용자 층의 상위 3개 그룹이 게임 관련이었다. 제타의 이용자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이 38.6시간인데 반해 게임은 32시간에 그쳤다.
◇관계형 AI 시장 성장에 투자도 몰려
최근 AI 컴패니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AI 컴패니언 앱의 인앱구매 수익은 1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23년 1분기 대비 1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용자 수보다 수익이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AI와 나누는 정서적 교감이 실제 유료 결제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최근 블로그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에 쓰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채널로 향했다”며 “게임과 OTT, 숏폼, 라이브 방송이 모두 결국 같은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임을 비롯한 여러 포맷이 이용자들의 한정된 주의력(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고, 여기에 관계형 AI가 새 도전자로 등장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AI는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도 관계형 AI처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어텐션 경제의 구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AI 콘텐츠가 성장성을 인정받으면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는 2023년 캐릭터닷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고, 지난 2월에는 일본 AI 버추얼 스트리머 스타트업 ‘시주크 AI’의 시드 투자를 이끌었다. 이 밖에도 AI 컴패니언 스타트업인 딥그로브는 최근 카카오벤처스의 15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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