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부터 에코플랜트까지… SK '쪼개기 DNA'가 부른 4중 상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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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솔리다임의 나스닥행으로 불거진 '4중 중복상장' 논란은 SK그룹에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 따로 상장시키는 물적분할과 계열사 몰아주기가 몇 년째 되풀이됐고, 그때마다 모회사 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대가를 치렀다.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의 동시 상장을 원칙적으로 막겠다고 선언한 지금, 솔리다임은 그 반복된 관행이 규제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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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쪼개기 상장'의 잔혹사
SK의 쪼개기 이력은 길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물적분할해 증시에 올렸고, 같은 해 SK케미칼은 백신 사업을 떼어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시켰다. 핵심 성장 사업이 별도 법인으로 갈라져 나오자,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릴 것으로 믿었던 모회사 주주들의 주식은 상장을 전후로 크게 출렁였다.
같은 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마저 SK온으로 물적분할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개인주주들의 반발 속에 주가가 미끄러졌다. ㈜SK의 생명과학 부문에서 분할돼 나온 SK바이오팜까지, 성장 사업을 떼어 따로 상장시키는 방식은 그룹의 익숙한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중복상장' 구조의 뿌리도 이 무렵 만들어졌다. 2021년 SK텔레콤은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를 인적분할로 떼어냈고, 그 결과 지금의 SK㈜→SK스퀘어→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3중 중복상장 골격이 완성됐다. 문제는 중간에 낀 SK스퀘어의 실체다.
이 회사는 순자산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 지분 가치일 뿐 독자적인 사업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사실상의 순수 중간지주사에 가깝다. 상장사 사이에 이렇다 할 실체 없는 지주사를 한 겹 더 끼워 넣는 구조는 해외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솔리다임까지 상장되면 그 위로 한 겹이 더 얹혀 사상 초유의 다단계 구조가 된다.
국내선 잇따라 제동… '해외 우회로'로 눈 돌리나
이 관행은 최근 규제의 벽에 잇따라 부딪혔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을 밀어붙였지만, 한국거래소가 모회사와의 사업 중복성을 문제 삼아 주주 보호안을 요구하자 이를 내놓지 못하고 상장을 접었다. 결국 지분을 되거둬 SK온과 합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SK㈜가 지분 63%가량을 쥔 SK에코플랜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2022년 프리IPO로 1조 원을 유치하며 '2026년 상장'을 약정했지만, 회계처리 위반 과징금 제재에 중복상장 규제까지 겹치며 예비심사 청구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상 상장을 포기하고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조 단위 현금으로 되사는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번번이 막힌 SK가 이번엔 해외 자회사 솔리다임을 앞세워 나스닥이라는 우회로로 상장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규제가 손대기 까다로운 해외 증시를 택했다는 것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룹이 계열사의 알짜 자산과 매출을 특정 회사에 몰아준다는 이해상충 논란도 꼬리를 문다. 대표적인 게 '펭귄솔루션스' 거래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가 2024년 말 나스닥 상장사 펭귄솔루션스의 주식(전환우선주)을 2억 달러에 사들였는데, 약 1년 7개월 뒤인 지난 7월 SK하이닉스의 자회사가 이를 3억8000만 달러에 되사기로 했다. 처음 산 값보다 90% 넘게 비싸게 넘겨받는 셈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아 이익이 총수 쪽으로 더 많이 돌아가는 SK텔레콤이 자산을 팔아 차익을 챙기고, 지배구조상 총수와 더 멀어 일반주주 비중이 큰 SK하이닉스가 그 자산을 비싸게 떠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이닉스 소액주주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단순한 보통주가 아니라 해마다 6%의 배당이 쌓이고 나중에 보통주로 바꿀 권리까지 붙은 '전환우선주'였던 만큼 그 웃돈이 반영된 가격이며, 값을 매긴 기준일도 주가가 떨어진 뒤 유리하게 끼워 맞춘 게 아니라 7월 초·중순에 양측이 미리 합의해 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슷한 의심은 SK에코플랜트에도 향한다. 원래 환경·건설 회사였던 이곳은 최근 반도체·AI 인프라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했는데, 지난해 매출의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 등 같은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을 앞두고 그룹 내부 일감으로 몸집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제 공모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안팎에서 커지는 경고음… '원칙 금지' 첫 시험대
취약한 SK 지배구조가 주주가치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은 해외에서도 꾸준했다. 로이터는 지난 2월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낮게 평가되는 주된 원인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꼽았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기업집단 할인(conglomerate discount)'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사상 최대인 42조 9479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배당성향이 4.9%에 그친 저배당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번 분기배당 375원을 두고도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런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을 의미 있게 확대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3분기 안에 확정해 이사회 결의로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의 동시 상장을 원칙적으로 막겠다고 선언한 이상, 솔리다임의 나스닥행은 그 원칙이 해외 우회로 앞에서도 유효한지를 가늠하는 첫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LS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자회사 상장을 접은 사이, SK의 4중 중복상장은 실현될 수 있을까. 미장에서 국장으로 돌아온 투자자와, 국장을 지켜온 투자자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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