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거세지는 2000억달러 대미투자…1호 사업 방향도 '막판 변수'

이정현 기자 2026. 8.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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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막판 조율을 위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접촉하는 등 미국 통상 당국과 협의에 나섰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면담을 조율하면서 이달 말 발표를 목표로 한 투자 프로젝트의 사업과 조건을 놓고 한미 간 막판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했고, 미국 언론이 그 배경 중 하나로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거론하면서 대미 투자 문제를 둘러싼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19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미국에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등 2000억 달러 규모 1호 프로젝트의 막판 조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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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러트닉·그리어 연쇄 접촉…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막판 조율
에너지 vs 반도체? 1호 사업 방향 놓고 한미 시각차 가능성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0 ⓒ 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막판 조율을 위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접촉하는 등 미국 통상 당국과 협의에 나섰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면담을 조율하면서 이달 말 발표를 목표로 한 투자 프로젝트의 사업과 조건을 놓고 한미 간 막판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촉하는 가운데 한미 간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했고, 미국 언론이 그 배경 중 하나로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거론하면서 대미 투자 문제를 둘러싼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1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도 막판 변수다.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고려해 에너지 분야 투자를 우선 검토해 온 반면, 미국 내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 필요성이 거론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투자 시점뿐 아니라 어떤 산업에 얼마를 투자할지를 놓고도 한미 간 우선순위가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관, 러트닉·그리어 연쇄 접촉…301조도 협의

19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미국에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등 2000억 달러 규모 1호 프로젝트의 막판 조율에 나섰다. 지난달 22~25일 대미투자와 조선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지 약 3주 만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제시한 투자 사업과 미국 측의 추가 요구를 놓고 막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장관은 이와 함께 그리어 USTR 대표와도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미국의 핵심 통상 당국자들을 잇따라 만나 통상 현안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측의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약속 이행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불만이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조선업 협력에 배정된 1500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2000억 달러는 구체적인 투자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한 미국 측 소식통은 한국을 두고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축소 이유로 훈련 비용과 북한에 대한 신호 등을 언급했다.

그리어 대표와의 협의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무역법 301조 과잉공급 조사 결과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공급과잉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의 산업을 겨냥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대미 투자와 301조 조사라는 통상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갈라 디너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9 ⓒ 뉴스1

한국은 가스발전, 미국은 메모리 팹…엇갈린 투자 카드?

현재 한·미 협상의 핵심 쟁점은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양국의 시각 차이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 내 에너지 분야 투자를 우선 사업으로 검토해 왔다. 국내에서는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립 사업이 유력한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거론돼 왔다.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발전 분야 투자는 미국에도 실익이 있고,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측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요구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러트닉 장관의 공개 발언 등을 고려하면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러트닉 장관은 지난달 초 마이크론의 미국 내 생산시설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짓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 타운 팹(반도체 생산공장) 콘크리트 타설식에 참석한 러트닉 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부 사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마이크론이 선두에 서 있고 이제 다른 회사들은 질투할 것이다.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의 시점도 공교롭다. 한국 정부가 6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대규모 투자 계획을 포함한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직후였다.

정부가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시키는 상황에서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재원 배분 문제를 다시 따져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막대한 생산시설 투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미국에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추가로 건설할 경우 국내 투자 속도와 규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는 파운드리나 후공정과 달리 생산능력 자체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산업이다. 미국이 자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의 생산 확대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미국 공급망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면 단순한 개별 기업의 투자 유치를 넘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결국 김 장관이 말한 ‘막판의 구체적인 쟁점’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이 사업성과 국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해 에너지 분야를 대미투자 1호로 제시한 반면, 미국이 반도체를 우선순위로 요구하는 구도가 사실이라면 양국이 생각하는 '대미투자 1호'의 방향 자체가 다른 셈이다.

김 장관이 "어떻게 해서든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견을 조율해 최종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 측 요구가 추가될수록 국내 전략산업 투자와의 충돌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단순히 발표 시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어떤 사업을 어느 규모로 미국에 투자할지에 대한 양국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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