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처럼 기억하고 처리한다… 휘어지는 AI 반도체 개발 [언박싱 연구실]

김만기 2026. 8. 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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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박동욱·김윤 교수팀이 잘 휘어지는 유기물과 안정적인 무기물을 결합해, 뇌의 신경세포 연결부(시냅스)처럼 신호를 기억하고 변화시키는 인공지능(AI)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를 이용해 손가락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근육의 전기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실제 생체신호 데이터를 활용한 가상 실험(시뮬레이션)에서 손동작을 최대 87.4%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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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서울시립대 박동욱·김윤 교수팀
유기 반도체·무기물 결합한 인공 시냅스 개발
근육 신호 처리해 손동작 구분… 웨어러블 AI 기술로 발전 기대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서울시립대 연구팀이 유기물과 무기물을 결합해 개발한 유연한 인공 시냅스 소자가 사람의 근육 신호를 로봇 팔에 전달해 섬세한 동작을 구현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배터리 소모를 줄이면서 실시간으로 신호를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웨어러블 인공지능(AI) 하드웨어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파이낸셜뉴스]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박동욱·김윤 교수팀이 잘 휘어지는 유기물과 안정적인 무기물을 결합해, 뇌의 신경세포 연결부(시냅스)처럼 신호를 기억하고 변화시키는 인공지능(AI)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를 이용해 손가락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근육의 전기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실제 생체신호 데이터를 활용한 가상 실험(시뮬레이션)에서 손동작을 최대 87.4%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플렉서블 일렉트로닉스(npj Flexible Electronics)'에 실렸다.
■뇌처럼 기억하고 처리하는 휘어지는 소자

이번 연구 성과는 몸에서 나오는 근육 신호처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정보를 기기 안에서 실시간으로 바로 처리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AI 하드웨어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널리 쓰이는 컴퓨터 구조는 계산을 담당하는 두뇌(프로세서)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창고(메모리)가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방대한 신호를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밀려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전력 소모도 커진다.

반면 사람 뇌의 신경세포 연결 고리인 시냅스는 정보를 저장하는 동시에 처리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유연한 소자는 외부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을 줄이고, 작은 기기 안에서 신호를 바로 처리하는 지능형 센서 시스템의 기반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유기물과 무기물 결합해 '인공 시냅스' 개발

연구팀은 유연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성질이 다른 두 소재를 하나로 결합했다. 부드럽게 잘 휘어지는 유기 반도체 고분자(DPP-DTT)와 전하(전기를 띤 입자)를 안정적으로 잡아두는 무기물 산화하프늄을 얇은 유연 기판 위에 직접 쌓아 올린 것이다.

소자의 작동 원리는 사람 뇌의 시냅스와 닮았다. 전기 자극이 들어오면 두 물질이 맞닿은 부분에 전하가 잠시 붙잡혔다가(트랩), 자극이 사라지면 서서히 빠져나온다(디트랩). 실제로 같은 자극을 1초 간격으로 반복했을 때 소자의 전기적 상태가 이전 자극의 영향을 잠시 기억한 뒤 약 1초에 걸쳐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뇌 시냅스가 자극을 받으면 잠시 기억했다가 서서히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단기 가소성)' 현상을 소자로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단일 소자 검증에 그치지 않고 가로·세로 10개씩 총 100개의 소자를 바둑판처럼 배열한 구조(10×10 Array)를 제작해 배열 수준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소자 10개 연결해 손동작 신호 분석

이어 연구팀은 소자 자체의 특성을 계산에 활용해 복잡한 계산 과정을 줄이는 '물리적 리저버 컴퓨팅(PRC)' 시스템을 구축했다. 손동작 인식에는 10개의 소자를 나란히(병렬로) 연결해 근육 신호의 시간 변화를 다양한 형태의 신호로 변환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그 결과를 읽어 손동작을 판별하도록 했다.

실제 사람의 손가락 움직임에서 얻은 피부 표면 근육 전기 신호(표면 근전도·sEMG) 데이터를 입력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새끼손가락 구부리기는 87.4%, 약지(넷째 손가락) 구부리기는 87.0%의 높은 정확도로 인식했다. 아울러 중지(가운데 손가락) 펴기는 82.4%, 검지(집게 손가락) 펴기는 74.5%를 기록하며 4가지 손동작을 구분했다.

■소자 성능 차이에도 안정적 인식률 유지

특히 제조 공정상 소자마다 성능에 편차가 생기는 상황을 가정한 시험에서도 인식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소자 간 편차를 약 35%로 높였을 때도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는 동작에 대한 인식률은 각각 85.2%를 유지했고, 편차를 71%까지 높인 조건에서도 약지 구부리기 인식률은 78.6%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0부터 9까지의 손으로 쓴 숫자 이미지(MNIST) 분류 시험에서도 학습을 거듭할수록 숫자를 정확하게 가려내는 성능을 보여, 이 소자를 활용한 차세대 뇌 모방형(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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