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 기아의 진격… 올해 첫 내수 1위 노린다

조재현 기자 2026. 8. 19. 00: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격차 1만여 대까지 좁혀

‘만년 2위’ 기아가 올해 현대차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연간 내수 판매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7월 9만대에 육박했던 두 회사의 내수 판매 격차는 올해 같은 기간 1만4000여 대까지 좁혀졌다. 기아는 지난 4월 역대 처음으로 현대차 월간 판매량을 넘어선 데 이어 7월에도 현대차를 6000여 대 앞섰다. 흐름도 기아의 우세다. 현대차의 1~7월 국내 판매량은 36만48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줄어든 반면, 기아는 35만383대를 팔아 9% 성장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기아가 연간 기준으로도 현대차를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의 희비가 갈린 데는 단기적 생산 차질과 근본적인 포트폴리오 전략 차이가 맞물렸다. 단기적으로는 노조의 부분 파업과 주요 협력사 화재에 따른 제네시스·하이브리드 부품 수급난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기아는 파업 없이 조업을 이어갔고 화재 여파도 일부 차종에 그쳤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시적 악재보다 라인업 구성과 가격 경쟁력의 차이가 판세를 흔든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차가 여전히 세단과 오래된 모델에 묶여 있는 사이, 기아는 레저용 차량(RV)과 대중형 전기차·목적기반모빌리티(PBV)로 라인업을 발 빠르게 재편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엇갈린 전략은 올 1~7월 판매 상위 차종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차 판매 상위 1~3위는 그랜저(4만6922대), 쏘나타(3만4923대), 아반떼(3만1292대)로 모두 세단이다. 국내 소비자의 SUV 선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지만, 현대차는 세단 3총사가 전체 내수를 떠받치는 구조다. 올 1~7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세단 판매는 2.5% 줄어든 반면 SUV 판매는 2.1% 증가했다.

◇세단에 기댄 현대차

기아는 판매 1~3위가 쏘렌토(6만1579대), 카니발(3만7119대), 스포티지(3만6644대) 등 모두 인기 RV다. 수요가 둔화된 K3·K9 등 세단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RV 중심으로 체질을 바꾼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현대차의 대표 SUV인 싼타페, 팰리세이드, 투싼 등은 신차 및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둔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가 겹치며 판매가 주춤한 상태다. 지난달 현대차의 RV 판매량은 1만67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9% 감소했으며, 현대차 전체 내수 감소분의 80%가 RV 부문에서 발생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두 회사의 구색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6 등 기존 중형 라인업의 신차 효과가 줄어든 데다, 플래그십 전기 SUV인 GV90의 출시가 미뤄지며 신차 공백기를 겪고 있다. 반면 기아는 중저가 보급형부터 맞춤형 비즈니스 차량까지 촘촘한 전기차 풀 라인업으로 수요 둔화를 이겨냈다.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와 준중형 EV5는 지난달 각각 3400여 대 팔렸다. 첫 PBV인 PV5도 출시 초기 24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현대차 가격 정책도 고민거리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안방 1위 수성을 위해선 신차 사이클 회복과 함께 가격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일부 신차는 첨단 옵션 탑재와 함께 하이브리드 풀옵션 가격이 4000만원대 안팎까지 치솟았다. 반면 상하이 공장에서 나온 테슬라를 비롯한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 속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극대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하반기 투싼과 제네시스 주요 라인업의 신차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겠지만, 소형·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확장 등 보다 촘촘하고 대중적인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지 않으면 기아의 내수 1위 질주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