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시엔 야구 전통마저 두 손 든 폭염

응원복 바꾸거나 응원 방식 변경
모교 수비 때 응원단 ‘그늘 휴식’
한낮 피해 오전·오후 2부제 경기
‘지진’ 구마모토현 고교 돌풍 화제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이 폐막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오랜 전통의 응원문화도 바꾸고 있다. 매년 이어온 응원법을 아예 포기하는가 하면, 시원한 소재의 응원복을 새롭게 도입하는 사례도 나왔다.
18일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3년 만에 대회에 출전한 오사카의 리세이샤고교 응원단은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던 ‘글자 응원’을 올해 하지 않기로 했다. 글자 응원이란 학생들이 교복 위에 색색의 티셔츠를 겹쳐 입고 학교 이니셜의 첫 글자인 알파벳 ‘R’을 만드는 방식이다.
학교 관계자는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게 너무 더워서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3년 전 대회 때는 일부 이닝에 한해 글자 응원을 했지만 그마저도 포기했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아예 응원복을 바꾼 학교도 있다. 오카야마현 오카야마가쿠게이칸고교의 치어리딩부는 올해부터 통기성이 좋은 메시 소재 유니폼을 입기 시작했다. 사이타마현에서 온 한 학교는 취주악부(관악기 연주단)가 사용하는 수건을 피부에 닿으면 시원해지는 소재로 바꿨다.
매년 8월 치러지는 고시엔은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대회는 한낮을 피해 경기 일정을 오전과 오후 2부제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일 개회식도 오후 4시에 열렸으며, 열사병 예방을 위한 수분 보충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대회 본부는 또 외야 응원석 뒤편에 냉방시설이 설치된 임시 휴식 공간도 마련했다. 일부 학교는 순번을 정해 수비 때마다 응원단 일부가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됐음에도 낮 최고기온이 35~40도에 이르는 가혹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는 속출하고 있다. 대회 본부에 따르면 대회 첫날부터 10일간 열사병 등 온열질환 의심 건수는 총 82건에 달한다. 그나마 지난 대회 같은 시점보다 4건 줄어든 수치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막바지를 향해가는 이번 대회에서는 구마모토현 대표인 아리아케고가 돌풍을 일으켰다. 야구부 창단 30년 만에 처음 밟은 고시엔 무대에서 8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거둔 데다 지난달 28일 구마모토현을 덮친 강진으로 출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리아케고는 지진으로 고속철도인 신칸센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자 급히 버스와 열차로 갈아타고 고시엔이 열리는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 구장으로 이동했다. 대회가 시작된 후에는 매 경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지진 피해로 고통받은 지역 주민들에게 위안이 됐다.
올해로 108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4000여개 고교 야구팀 가운데 지역 예선을 통과한 49개교가 출전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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