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1편,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는 타당한가

안동현 2026. 8. 18. 17: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타파는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개표 과정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다시 번지기 시작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취재해 왔습니다.

투표지 부족 사태가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순한 실수나 부실이 아니라 권력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라는 것이다.

잠실 시위대는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의 정황으로 보고, 이를 시위의 명분으로 삼는다.

이런 점에서 6·3 지방선거의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개표 과정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다시 번지기 시작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취재해 왔습니다. 사전투표 조작설에서 시작된 의혹은 선관위 서버 해킹설, 개표기 조작설을 거쳐 국제기구 개입설, 외세 개입설로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돼도 곧이어 다른 의혹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식으로,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의혹들은 그저 온라인 여론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익명의 게시물 수준을 넘어 정치인의 공개 발언, 거리 시위, 국회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지며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뉴스타파는 이러한 주장들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것을 넘어 제기된 의혹 하나하나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사실관계를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8월 18일을 시작으로 총 4편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시리즈를 제작해 공개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뉴스타파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가 아닙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근거 있는 의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검증 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음모론인지를 가리는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는 사실에 기반할 때만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뉴스타파는 이번 보도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1편,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는 타당한가
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2편, ‘당일투표, 수개표’ 사전투표는 조작 가능한가
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3편, ‘몸통은 A-WEB’이라는 주장, 근거가 있나
ㆍ <부정선거 음모론을 파헤치다> 4편, ‘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 사실인가

잠실 시위대의 ‘부정선거, 재선거’ 주장, 사실일까

부정선거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으니, 이재명 대통령도 하야하라.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시위 현장에서 뉴스타파가 직접 확인한 시위대의 주장이다. 이 한 문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 투표지 부족 사태가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순한 실수나 부실이 아니라 권력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라는 것이다.

잠실 시위 현장에는 투표지 부족 사태를 1960년 3.15 부정선거와 같은 권력 기관의 조직적 부정행위로 바라보는 주장이 쉽게 발견된다.

잠실 시위대는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의 정황으로 보고, 이를 시위의 명분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사태는 정말 1960년 3·15 부정선거와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 조직적 부정선거일까. 그리고 시위대가 부정선거의 정당한 절차로 요구하는 재선거는 법적으로 타당할까. 뉴스타파는 음모론의 성지가 된 잠실 올림픽공원의 실태를 살펴보며, 시위대의 핵심 구호인 ‘부정선거, 재선거’ 주장을 팩트체크했다.

투표지 부족 사태, 어떻게 일어났나

지난 6월 3일 발생한 투표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예측 실패와 안일한 대응이 빚어낸 행정 실패였다. 그런데 그 시작은 역설적이게도 ‘부정선거론을 의식한 조치’였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남아돌 경우 오히려 부정선거론자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투표용지 인쇄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췄다. 사전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니 본투표에서는 전체 유권자 수의 50%만 준비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이 판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투표지 부족으로 마감 시간이 밤 10시까지 연장된 잠실 7동 제2투표소의 경우, 선거인수 3856명의 50%인 1928매가 아니라 1900매만 인쇄됐다. 투표지를 100매 단위로 맞추라는 내부 지침 때문에, 기준선인 50%에도 못 미치는 49.3%만 준비된 것이다. 

투표지 부족 사태로 26곳에서 실제로 투표가 중단됐고, 이 중 14곳이 송파구에 몰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족 사태를 확인하고도 선관위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쇄된 투표지 자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관할 선관위에 보관 중이던 투표지를 빠르게 투표소로 보냈다면 사태를 막을 수 있었지만, 선관위는 일련번호를 기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배급을 지연했다. 이 늑장 대응은 전국적인 사태로 번졌다.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받은 곳은 141곳, 이 중 실제로 추가분을 사용한 곳은 91곳이었다. 26곳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고, 이 중 14곳이 잠실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의 투표소였다. 시위가 다른 곳이 아닌 잠실에서 시작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부실선거는 맞지만, 부정선거는 아닌 이유

선관위의 무능과 실책으로 시민의 참정권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시위대의 주장처럼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데는 논리적 허점이 있다.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부정행위에 대한 의지와 계획, 행동과 실행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를 연구해 온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부정선거가 성립하기 위한 네 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① 부정선거를 일으키겠다는 권력 집단의 명확한 의지 ② 구체적인 계획 수립 ③ 이를 실행하는 조직적 움직임 ④ 실제 조작의 실행이다. 3·15 부정선거는 이 네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건이었다. 최인규 당시 내무부 장관은 1959년 취임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부정선거 의지를 드러냈고, 이는 내무부·경찰·자유당·정치깡패까지 동원된 조직적 움직임으로 이어져 실제 개표 조작으로 실행됐다.

6·3 지방선거의 투표지 부족 사태를 이 네 요건에 대입하면 어느 것 하나 들어맞지 않는다. ① 정부나 권력기관이 선거 결과를 조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정황이 없다. ② 사전에 조직적으로 수립된 계획의 흔적도 없다. ③ 오히려 확인되는 것은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부정선거 논란을 피하려던 방어적 조치가 부메랑이 돼 사태를 키웠다. ④ 실제로 벌어진 일은 표 조작이 아니라 예측 실패와 행정 지연이었다. 오제연 교수는 3·15 부정선거의 네 요건과 6·3 지방선거 사이에 합치되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두 사건을 연결하는 주장을 “어불성설”이라고 평가했다.

제도적 차이도 있다. 1960년 당시 선거를 관리한 선거위원회는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책임자가 대통령이었다. 반면 현재의 선거관리위원회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정부가 선관위에 개입해 선거를 조작할 수 있는 구조적 여지가 없다. 이런 점에서 6·3 지방선거의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재선거 구호, 법적 근거는

잠실 시위대는 부정선거 구호에 이어 재선거를 요구하지만 현행법상 이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 결과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선거 또는 당선 무효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임재성 변호사는 아번 투표지 부족사태는 현행법상 재선거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부족했던 투표지는 총 4208장이었다. 반면 당선자인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2위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득표 차는 6만 258표였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현행법은 재선거 요건을 매우 좁게 규정하고 있다”며, 지금의 표 차이는 “재선거를 판단할 여지조차 없는 격차”라고 지적했다.

구의원·시의원·비례대표처럼 표 차이가 크지 않은 선거는 어떨까. 투표지 부족으로 당일 투표를 못한 유권자는 9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 표가 모두 한쪽 후보에게 갔다고 가정해도 당락을 바꿀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재선거 구호는 이 경우에도 법적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현행법으로는 재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를 “현행 공직선거법으로는 안 되니 법을 새로 만들면 되지 않겠냐는 발상”이라며, 입법부가 사후적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로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선관위의 부실과 무능을 부정선거와 등치시키고, 현행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뉴스타파 안동현 ahndhpd@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