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고통에 ‘인생 선배’가 필요한 이유…경험의 공감과 위로를 주다

2026. 8. 18. 17: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혹은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사정, 그리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는 것은 회복과 치유에 매우 중요하다. ‘고통’에도 인생 선배가 필요하다.
앞선 이의 발자국을 따라 가 봐요
(일러스트 프리픽 Designed by Freepik)
가능하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그러니까 기왕이면 자신이 겪는 고통의 ‘이슈’를 먼저 겪어봤음 직한 선배를 찾는 게 좋다. 물론, 경험치만 담보되면 나이는 상관없다. 뭐든 똑같이 경험해야만 꼭 좋은 공감과 위로를 제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경험을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공감과 위로의 깊이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지인 A는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축하 인사를 보내려 하니, 그는 SNS에 학위 취득 후기가 가득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몇 년간 고생한 걸 지켜봤고, 필자 역시 그 과정을 겪어 알만 한 기쁨인 터라 충분히 공감 가는 행동이었다. 동시에 ‘귀엽다’는 생각도 들어 ‘피식’ 웃음이 났는데, 그 이유는 불과 얼마 전 A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A에게 ‘학위를 취득하면 한동안은 그걸 그렇게 생색내고 싶더라’라며, ‘심지어 서재에 ‘학위기’를 펼쳐서 올려 두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당시 A는 “상담실이나 사무실도 아니고 집에서, 그것도 쌤만 주로 들어가는 서재에 그렇게 펼쳐놨다니 쌤답지 않네요~”라며 살짝 놀리는 분위기였다. 이에 필자는 “안 그래도 얼마 후 그게 허세로 느껴지고, 민망해 치우게 됐어요. 근데 나중에 학위 따 봐요, 아마 쌤도 되게 자랑하고 싶어질 걸?!”이라고 답했다. 그때 A의 반응은 당연히 본인은 안 그러리란 호언장담이었다. 하지만 작금에 와서는 어떤가? 필자의 예상보다 더 과한 자랑 중이니, 귀엽게 여겨질 만하지 않았겠는가. 결국 어떤 일은 자신도 통과해야만 아는, 즉 ‘경험’으로만 알게 되는 일도 있는 셈이다.

좋은 일도 슬픈 일도 인생 선배가 필요해
좋은 일도 이런데, 하물며 어렵고 힘겨운 일에서 ‘경험’의 힘은 오죽할까. 최근 반려동물을 안락사로 떠나 보낸 B씨는 죄책감이 컸다. 울적한 기분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기피하던 중, 어쩌다 동창 모임을 가게 됐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상당한 위로를 얻게 됐다. 비슷하게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친구들이 몇 있었고, 모두 반려동물과의 이별 과정에서 B씨보다 더 극심한 딜레마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의 경험을 듣다 보니, 자신도 ‘최선을 다한 거였다’고 안심하게 됐다는 B씨. 그간 이성적으로 아무리 되뇌어도 소용없던 것이,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들의 인정과 수용으로 너그러이 통합될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 좋은 일뿐만 아니라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일수록 더 힘을 내어 인생 선배를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먼저 그 길을 가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이의 발자국을 한 발짝씩 따라가 보는 거다. 그렇게 얼마간 가다가 뒤돌아보자. 그럼 어느새 고통에서 이만큼 헤쳐 나온, 나만의 발자국도 제법 길게 나있을 것이다.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43호(26.08.18) 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