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국내 첫 420kV 친환경 고압차단기 개발
EU, 2032년부터 145kV 초과 고압기기 F-Gas 규제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 최초로 420kV(킬로볼트)급 친환경 고압차단기를 독자 개발하며 유럽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HD현대일렉트릭은 420kV급 'SF₆-Free 고압차단기'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420kV급 SF₆-Free 고압차단기 개발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전 세계에서는 세 번째다.
고압차단기는 송전망에서 고장이나 이상 전류가 발생했을 때 전류를 신속히 차단해 전력설비를 보호하는 핵심 장비다. 그간 높은 절연·차단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육불화황(SF₆)이 주로 사용됐지만, SF₆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대표적인 불소계 온실가스(F-Gas)로 꼽힌다.
이번 제품은 기존 SF₆ 대신 C₄F₇N(퍼플루오로이소부티로니트릴)을 활용한 혼합가스를 절연 매질로 사용한다. 새로운 절연가스의 특성에 맞춰 절연 및 차단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특히 420kV급은 국가 기간 송전망에 적용되는 초고압 제품인 만큼 극한 운전 조건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해야 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으로 평가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앞서 2021년 170kV급 SF₆-Free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23년 145kV급, 2024년 72.5kV급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다. 기존 SF₆ 대신 C₄F₇N과 이산화탄소(CO₂)를 혼합한 절연가스를 적용할 경우 기존 제품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9% 줄일 수 있다.
이번 420kV급 제품 확보는 유럽 시장 공략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 주요 송전계통운영자(TSO)가 운영하는 초고압 송전망에서는 400kV급이 핵심 전압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420kV급 차단기는 유럽 초고압 송전시장 진입에 필요한 주요 제품군으로 꼽힌다.
EU(유럽연합)의 규제 일정도 친환경 고압차단기 전환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EU가 2024년 마련한 'F-Gas Regulation(EU 2024/573)'에 따르면 불소계 온실가스를 사용하는 신규 전력 개폐장치는 전압별로 단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24kV 이하 제품은 올해 1월부터 규제가 시작됐으며 52~145kV급은 2028년부터 적용된다. 특히 420kV 제품이 포함되는 145kV 초과 고압 개폐장치는 2032년 1월부터 GWP가 1 이상인 불소계 온실가스를 사용하는 신규 설비의 가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따라 규제가 본격 적용되는 시점보다 앞서 초고압 SF₆-Free 제품의 신뢰성과 공급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유럽 TSO 발주 시장을 선점하는 데 중요해질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 적격심사(PQ)를 통과해 현지 공급 자격을 확보하고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유럽 SF₆-Free 고압차단기 시장이 2030년 약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420kV 제품을 기반으로 현지 TSO와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해 친환경 전력기기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내 300kV와 362kV급을 비롯한 SF₆-Free 고압차단기 개발을 추가로 완료해 글로벌 친환경 전력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