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오만 앞바다서 원유 판매 제안…‘깜깜이 운항’으로 호르무즈 건넜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 밖인 오만 연안에서 원유 판매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르시아만에서 주로 생산되는 사우디 중·중질유가 오만 앞바다까지 나온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우디가 위치추적 신호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른바 '깜깜이 운항'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에 오만 연안에서 판매하려는 원유가 실제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일부 중국 정유사를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밖인 오만만에서 사우디 원유를 넘기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페르시아만 밖으로 계속 실어 나르면서 공급 차질 우려도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홍해로 원유를 내보낼 수 있는 별도 송유관까지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 선언으로 이 수송로도 위협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오만만 소하르를 비롯한 해상에서 원유를 선박 대 선박(STS) 방식으로 판매하겠다고 일부 중국 정유사에 제안했다. STS는 항구에 접안하지 않고 해상에서 선박끼리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아람코는 관련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판매 대상은 ‘아랍 미디엄’과 ‘아랍 헤비’다. 두 유종은 사우디의 페르시아만 쪽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이 높은 중·중질유다. 이 원유가 오만만까지 나왔다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현재 판매 제안은 일부 중국 정유사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유업체 상당수는 무겁고 황 함량이 비교적 높은 아람코 원유를 선호한다. 이런 유종을 처리하기에 적합한 복합 정제설비를 갖추고 있어서다.
● 오만 앞바다까지 어떻게 왔나…‘깜깜이 운항’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길목이다. 사우디의 페르시아만 쪽에서 선적한 원유를 배로 소하르 인근까지 옮기려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매 제안이 사우디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더 많은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람코의 트레이딩 부문도 지난 5월 일부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운송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오만 연안에서 판매하려는 원유가 실제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깜깜이 운항’ 가능성은 원유의 종류와 판매 장소 등을 토대로 나온 관측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대량의 원유를 페르시아만 밖으로 옮기고 있다. 원유 수송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도 일부 누그러졌다. 블룸버그는 이런 움직임이 원유 공급 차질과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호르무즈 피할 길 있던 사우디…홍해 수송도 위협
사우디는 다른 페르시아만 산유국에 비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동서 횡단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의 얀부항으로 보낸 뒤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해 쪽 수송도 불안해졌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얀부를 통해 우회하는 원유 수출까지 위협받고 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얀부로 향하는 송유관이 주로 ‘아랍 라이트’와 ‘엑스트라 라이트’를 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사우디의 해상 유전은 대부분 페르시아만에 있으며 중·중질유가 주로 생산된다. 이번에 오만 연안에서 판매 대상으로 나온 아랍 미디엄과 아랍 헤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 라스 타누라 선적 늘고 오만만 밖에는 유조선 집결
사우디의 페르시아만 쪽에서도 최근 원유 선적이 늘어난 정황이 포착됐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사우디의 대형 원유 수출기지인 라스 타누라와 그 인근에서 수송능력을 합쳐 최소 900만 배럴에 이르는 선박들이 원유를 선적했다. 사우디는 페르시아만 바로 밖에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대거 집결시켜 놓은 상태다.
아랍 미디엄과 아랍 헤비가 오만 연안에서 판매 대상으로 등장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맞물린다. 실제 어떤 선박이 어떤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람코의 이번 제안이 실제 거래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일부 중국 정유사를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밖인 오만만에서 사우디 원유를 넘기는 방식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