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가스중독 사망사고와 관련해 81억7660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한 뒤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3월 25일 "업무상 중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했다"며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포스코에 과징금 81억7660만원을 부과했다. 포스코는 4월 27일 과징금을 납부한 뒤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1시 30분경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에서 일어났다. 슬러지(찌꺼기)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유해가스에 노출돼 50대 용역업체 직원 2명과 40대 포항제철소 직원 1명이 쓰러졌고, 구조에 나선 포항제철소 소방대 방재팀원 3명도 가스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50대 용역업체 직원 1명은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12월 15일 끝내 숨졌다.
사고 엿새 뒤인 11월 26일 열린 합동감식에는 경북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포항지청과 함께 대구지방환경청이 참여했다. 경북경찰청과 고용노동부는 피해자가 숨진 12월 15일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 용역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12월 9일 화학사고 발생 후 즉시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해, 또 같은 날 '업무상 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데 대해 각각 경고 처분을 내렸다. 같은 달 17일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미준수로, 올 3월 18일에는 화학사고예방계획서에 따른 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다시 경고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3월 25일 81억7660만원의 과징금이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들 다섯 건 모두 이행 현황란에 '행정소송 제기'라고 썼다. 재발 방지 대책란에는 "소송과는 별개로 업무 프로세스 보완"이라고 썼다. 보고서에 실린 포스코의 행정처분은 2024년 이후 40건이 넘지만, 이행 현황란에 소송을 냈다고 적힌 것은 이번 화학물질관리법 관련 5건뿐이다. 대기·수질·산업안전 관련 과태료는 모두 '납부'와 '업무 프로세스 보완'으로 마무리됐다. 화학물질관리법 처분에서만 대응이 달라진 셈이다.
화학물질관리법은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를 영업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영업정지를 갈음해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과징금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법은 2년 이내에 영업정지 명령을 세 번 받으면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허가가 취소되면 해당 사업장에서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할 수 없다.
포항제철소에서는 이 사고 보름 전(11월 5일)에도 사망사고가 있었다.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설비 대수리 사전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배관을 밟고 이동하던 중 배관이 파손되면서 질산과 불산이 새어 나왔고, 포스코DX 하청업체 소속 54세 근로자가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숨졌다. 함께 작업하던 20~30대 3명도 다쳤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올 5월 21일 두 사고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포항제철소에 산업안전법위반 등으로 과태료 5억7176만원을 부과했고, 포스코는 6월 10일 이를 납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행정소송에 대해)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받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