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하·이의리·김도영, 승리 투수 양현종이 언급한 이름들…통산 194승 투수와 함께 뛴다는 것

[스포츠경향 김은진 기자] 양현종(38·KIA)은 지난 15일 광주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시즌 8승째를 기록하며 통산 194승째를 거뒀다. 그날 양현종의 인터뷰는 거의 다른 선수들 이야기로 채워졌다.
양현종은 등판 간격에 예민한 투수다. 던진 뒤 나흘 동안 매일 달리 하는 운동 루틴이 있는데 그 이상으로 휴식이 길어지면 준비 과정이 꼬인다. 너무 오래 쉬면 오히려 투구 밸런스가 깨지는 유형이다. KIA의 경기가 8월 들어 폭염으로 8경기 연속 취소되면서 KIA 선발 투수들은 아주 오랫동안 강제 휴식해야 했다. 지난 7월31일 창원 NC전에 등판했던 양현종은 꼬박 2주를 쉬었다.
너무 오랜 휴식에 등판 준비가 힘들지 않았는지 묻자 양현종은 “그래도 나는 폭염 중단 전 팀의 가장 마지막 경기를 던져서 괜찮았다. 연차도 되고 어떻게든 던질 수 있다”면서 후배 황동하를 언급했다. 황동하는 하루 전인 14일 두산전에 나가 3이닝 6피안타 3사사구 6실점으로 부진했다. 황동하의 그 전 등판은 7월26일 키움전이 마지막이었다. 18일이나 쉬다가 등판했다.
양현종은 “동하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오래 쉬었으니까 당연히 힘이 더 있다 생각하면서 던지는데, 내가 봤을 때는 너무 많이 쉬었다. 동하는 선발을 얼마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느껴졌다”라며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얘기를 했다. 오래 쉬는 건 야수도 힘들지만 선발 투수는 1년 루틴을 갖고 있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것도 이겨내야 더 좋은 투수로 올라가겠지만, 동하는 현재 경험하는 입장이라 자기가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공부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양현종을 이을 타이거즈의 차기 에이스로 불렸지만 긴 부진 끝에 최근 불펜에서 부활한 이의리 얘기에도 양현종은 진심을 담았다. 부진할 때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힘들어하는 후배 투수들 여럿도 떠올렸다. 양현종은 “모든 선수들이 다 노력을 하겠지만, 바로 옆에서 본 선배 입장으로서 의리는 정말 잘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결과가 뜻대로 안 나올 때는 많이 힘들어 하기도 한다. 우리 팀에 워낙 어린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걸 잘 이겨내면 좋겠다. 앞으로 10년 이상 야구해야 되고 우리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지금의 일들이 나중에는 자기 재산이 될 거다. 너무 위축되지 말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잘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양현종의 가장 큰 위기는 3-1로 앞선 4회초 1사 2·3루였다. 3루수 김도영의 송구 실책이 주자를 한 베이스씩 더 보냈다. 양현종은 잘 막아냈고 4회말 김도영이 솔로홈런으로 4-1을 만들었다. 그 뒤 양현종이 불러서 뭔가 얘기하자 김도영이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현종은 “도영이가 실책 후에 ‘죄송합니다, 선배님’ 했다. 그렇게까지 미안해 하는 모습에 신경이 쓰였다. 도영이가 올해 정말 수비에 집중을 많이 한다는 걸 우리는 느낀다. 타격이야 이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지만 수비에서는 공부도 많이 하고 정말 더 집중한다고 생각하는데, 도영이가 그러길래 괜히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보란듯이 홈런을 치길래 나도 장난 식으로 ‘우리 퉁 친 거다’라고 말해줬다”고 웃었다.

KIA는 2연패를 하다 양현종이 호투한 이날 승리했다. KIA의 연패를 양현종이 나가 끊은 것만 4번째다. 후반기 애덤 올러가 갑자기 부진해 휘청거릴 때도 양현종이 제임스 네일과 함께 마운드를 지탱해 KIA가 버틸 수 있었다. 양현종의 미래를 위해 5이닝씩만 던지게 관리하는 이범호 KIA 감독도 “팀이 어려울 때 양현종이 끊어주는 경기가 많다”라고 짚었다. 4월14일 키움전(6이닝 2실점) 이후 넉 달 만에 6이닝을 던질 기회를 받았고 잘 소화해 승리한 이날, 양현종이 한 ‘자기 자랑’은 딱 한 가지였다.
양현종은 “나는 별의 별 경기를 다 나가봤기 때문에 사실 연패 중에도 마운드 올라갈 때는 별 부담 안 느낀다. 어릴 때였다면 ‘내 힘으로 끊어야지’ 하고 힘이 많이 들어갔을텐데, 그냥 내 역할 하고 내려가자 생각한다. 이제는 뒤에 더 좋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뿌듯하다. 구위나 로케이션 모두 예전과 다른 투수가 됐지만 그래도 내가 나가 연패를 끊을 수 있을 만큼은 죽지 않았구나, 지금도 더 열심히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늘 경기 마치고 집에 가면 든다”라고 말했다.
KIA 선수들은 통산 200승을 향해가는 투수와 함께 야구하고 있다. 힘과 구위가 전 같지 않은 20년 차에도 결국 국내 1선발 활약을 하고,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진심 담아 말해줄 수 있는 선수 인생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 늘 바로 옆에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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