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베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주 서곡 낙우송 갈림길

김동철 2026. 8. 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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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느냐, 살리느냐의 이분법을 넘어섭니다."

18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곡지구 낙우송 가로수길.

토론회에서 전주시의회 경현철 복지환경위원장은 서곡 낙우송 문제를 풀기 위한 5가지 핵심 제언을 발표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조지훈 전주시장도 인사말을 통해 "나무의 생육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주민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벌목을 최소화하면서 생활환경을 지킬 방법을 찾겠다"며 "이번 서곡지구 사례를 계기로 30년 이상 지난 계획도시 가로수의 지속 가능한 관리 방향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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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불편 주는 절반 우선 제거…무조건적 벌목 지양하고 단계적 정비
전주 서곡 낙우송 [촬영 : 김동철]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베느냐, 살리느냐의 이분법을 넘어섭니다."

18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곡지구 낙우송 가로수길.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 전주시청 공무원, 수목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낙우송의 생육 상태를 훑어봤다.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한 낙우송은 보통 높이 20∼30m, 줄기 지름 40∼100㎝인 교목으로 뿌리 주변에 독특한 '기근(氣根)'이 솟아나 간혹 보행이나 생활 시설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30년간 이곳에서 가로수로 사랑받은 낙우송의 존폐 여론이 불거졌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생명의숲,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주시는 이날 시청에서 '도시를 숨 쉬게 만드는 소중한 생명, 가로수에 길을 묻다'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면 벌목 대신 '단계적 정비'라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토론회에 앞선 이날 오전 서곡 3·4길 현장 라운딩이 진행돼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직접 가로수길을 걸으며 보도 들림과 오수관 침투 등 주민들이 겪어온 불편 사항과 30년 동안 축적된 가로수의 생태적 가치를 함께 살폈다.

지표를 뚫고 나온 낙우송 뿌리 [촬영 : 김동철]

이번 라운딩과 토론회의 화두는 서곡 3·4길에 식재된 30년 된 낙우송 145그루의 '거취'였다.

그간 낙우송은 공기뿌리(기근)가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보도블록을 밀어 올리고, 개인 오수관을 파손하는 등 주민들의 생활·재산 피해와 보행 안전 우려를 낳았다.

당초 전면 수종 교체가 검토됐으나 주민 설문조사와 방문 조사, 전문가 자문을 거쳐 무조건적인 벌목을 지양하고 피해가 심각한 나무를 선별해 정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주시 정비계획에 따르면 전체 145주 중 보도 들림, 오수관 피해, 시설물 이격거리 등을 고려한 우선 정비 대상 74주(51%)가 먼저 정비 대상에 올랐다.

나머지 71주는 상태와 안전성을 재점검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잔존 수목은 가지치기 등을 통해 보완 관리된다.

시는 제거되는 낙우송 원목을 유아숲체험원 놀이시설물과 동물원 행동 풍부화 놀이목, 지역 목공예 작가 지원 등에 재활용하여 자원순환 가치를 높일 방침이다.

토론회에서 전주시의회 경현철 복지환경위원장은 서곡 낙우송 문제를 풀기 위한 5가지 핵심 제언을 발표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경 위원장은 나무를 무조건 존치하거나 제거하는 단순한 방식을 넘어 ▲ 실제 피해 수목 우선 정비 ▲ 잠재 위험 수목 정밀진단 ▲ 공간 개선을 통한 적극적 존치 등 관리기준을 세분화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나무를 베지 않는 소극적 존치에 머물지 말고, 여건이 적합한 일부 구간에 '가로수 공존형 띠 녹지 시범 구간'을 조성해 보도 들림을 줄이고 생육 공간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인근 카페까지 파고든 낙우송 뿌리 [카페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제 발표에 나선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가로수는 단순한 인프라 시설물이 아니라 도시의 얼굴이자 이웃"이라며 "전면·일괄 방식에서 단계·부분 정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재헌 나무의사도 나무의 생리와 생육 특성을 고려한 올바른 수목 관리 기준과 단계별 접근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조지훈 전주시장도 인사말을 통해 "나무의 생육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주민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벌목을 최소화하면서 생활환경을 지킬 방법을 찾겠다"며 "이번 서곡지구 사례를 계기로 30년 이상 지난 계획도시 가로수의 지속 가능한 관리 방향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30년 된 계획도시 가로수를 둘러싼 주민의 생활 불편과 생태적 보전 요구 사이의 갈등을 넘어, 민·관·학의 협력과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전주시는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된 다양한 의견과 전문가 제언을 바탕으로 서곡지구 정비 계획을 확정하고, 향후 '전주형 가로수 시민 돌봄 모델'과 관련 조례·지침 제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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