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연세 드신 당신께 안해도 될 볼멘소리… 이제서야 후회만[그립습니다]

2026. 8. 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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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은 참으로 이상하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원치 않는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갈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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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나의 어머니 최흥점 마르티나 (1937∼2024)
필자가 지난 2024년 5월 어머니를 시골집에 모시고 가서 매실을 수확하고 마당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3개월 전으로, 아들과 함께 찍은 마지막 컷이다.

사람의 일은 참으로 이상하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함부로 단정하고 판단해 수많은 과오를 저지른다.

어머니 선종하신 지 어느새 2주기, 요즘 들어 뼈저리게 반성하는 일이 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그 일이, 나이를 먹고 내가 직접 그 중심에 서고 보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고 이해가 된다. 그리고 결국 내가 많이 잘못했구나 싶어, 뒤늦은 후회와 반성을 한다.

무엇보다 마음 아프고 송구한 것은 생전의 어머니를 뵐 때마다 자식으로서 당연히 관심 갖고 외모를 꼼꼼히 살폈다는 사실이다. 얼굴에 청결하지 않은 분비물이나 이물질이라도 보이면, 내 잣대로 싫은 소리를 했다. “거울 좀 자주 보고 챙기시지….”

누가 있건 없건, 당신 손으로 키워주신 자식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마치 나 혼자만 잘난 듯 불손하기 짝이 없는 볼멘소리를 해댔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시며 “나이 먹으니까 그래….” 그렇게 뒷말을 흐린 채 허둥지둥 서둘러 뒤처리를 하시기 바빴다. 그 모습이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그런데 요즘, 잘난 척하던 내가 어머니와 똑같은 상황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몸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그런 사실을 맞닥뜨리고 깨닫는 순간 마음은 바닥까지 내려앉는다.

아직 운 좋게 현역으로 내 아이들 또래 젊은이들과 함께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보니 나름대로 외모에 신경을 쓰며 꼼꼼히 살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분비물과 이물질이 얼굴에 묻어 있고, 붙어 있고, 연신 흘리고, 매달려 있었다.

어머니께서 4년전 시골집 오셨다가 필자와 당진 신리성지에 함께 가서 찍은 사진.

얼굴이 불에 덴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 자신도 놀란 나머지 누가 볼세라 어머니처럼 허둥거리며 그것들을 제거하기에 바빴다. 그 순간 비로소 어머니께서 독백처럼 하시던 그 한마디가 가슴 깊숙이 폐부를 찔렀다. “나이 먹으니까 그래….”

이제서야 알았다. 그것은 어머니의 의지가 아니었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조심한다고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누구나 비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변화였다는 것을.

그런 아픔과 서글픔을 헤아려드리지는 못할망정 채근하고 책망했던 나의 불손한 태도에 어머니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민망하셨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모질고 무심하고 못된 아들이었을까. 이제 와서야 알게 된 사실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뒤늦게라도 잘못에 대한 속죄일까. 아직 손톱만큼 남아 있는 양심의 가책일까. 이런 일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자존심 강하셨던 어머니께서 민망해하지 않으시도록 조금 더 다정하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다가가 살며시 닦아드렸을 것이다. 조금 더 살펴드리고, 조금 더 기다려드리고 챙겨드렸을 것이다.

“어머니,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해요.” 제가 나이를 먹고 보니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원치 않는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갈 수도 있다는 것을요.

누구도 세월을 비껴갈 수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을요.

어머니, 예전엔 손톱만큼도 미처 몰랐습니다.

아들 이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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