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백마 탄 기사' 수컷 흰발농게 [트레일러너 아빠의 산중 편지]

염주호 2026. 8. 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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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들! 산과 들, 계곡을 달린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아빠가 이번달 산에서 달리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들려줄게.

이 작은 백마 탄 기사들이 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됐는지 아니? 흰발농게는 갯벌과 습지 중간 정도 위치에서 집을 짓고 사는데, 사람들이 습지를 메워서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집을 지을 공간이 없어졌어.

이로 인해 흰발농게의 멋진 춤을 볼 수 있는 날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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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아빠 이야기 듣고 아들은 그림을 그렸다.

안녕? 아들! 산과 들, 계곡을 달린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마치 해적들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과 같지. 자연을 달리며 그 속에서 마주하는 생명들은 나에게 보물과 같은 존재들이야. 그 생명들은 나와 자연을 하나로 이어주는 존재들이지. 아빠가 이번달 산에서 달리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들려줄게.

짙은 여름 초록이 빛나는 계절이 오면, 검은 갯벌 위에선 '백마의 기사'를 발견할 수 있어. 무슨 이야기냐고? 아빠가 본 여름의 '백마 탄 기사' 이야기야. 잘 들어봐.

처음 그 친구를 알게 된 건 '수라'라는 영화를 통해서였어.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영화인데, 간척 사업으로 인해 동네 주민들의 삶과 갯벌의 생명들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지.

간척 사업을 하면 많은 생명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는 걸 그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어. 영화에서는 흰발농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지.

그런데, 스크린으로 마주한 당시에는, 그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어. 그래서 아빠는 그 친구를 직접 만나러 갯벌로 갔어. 바닷가를 달리다가 만난 흰발농게는 작지만 누구보다 멋진 춤을 추는 친구였어.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곧 주변에 수십 마리의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검은 갯벌 위에 작은 흰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

흰발농게는 수컷만이 큰 집게발, 하나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자기가 만든 집 앞에 서서 그 큰 집게발을 좌우로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지. "여기 보세요. 여기로 오세요"라면서. 이윽고 암컷이 집 앞으로 오면, 수컷은 암컷을 자기의 집 안으로 초대해. 암컷은 집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지. 침실이 제대로 있는지, 팬트리가 큰지, 화장실은 2개인지 말이야. 마음에 들면 그곳에서 수컷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 하지만 수컷은 이미 들어온 암컷의 탈출을 두고 보지 않아. 큰 집게발로 암컷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버티는 거야! 몇몇 암컷은 그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힘껏 수컷을 밀어. 하지만 혼자선 역부족이지.

이때 바로 옆집의 다른 수컷이 백마 탄 기사처럼 나타나 암컷을 구하러 달려와. 그리고 집 앞을 막고 있던 수컷을 물리치고 암컷을 구해 자기 집으로 데려오지. 아빠랑 같이 들었던 '담배가게 아가씨' 노래 기억해? 그 노래처럼 '아자자자자 아자자 아자자자자'하면서 암컷을 구해 내는 거야. 그걸 눈앞에서 봤어!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광경이었는지 몰라. 그 모습을 보고 나서, 마침내 그 작은 게가 아빠의 가슴속에 깊이 들어왔어.

이 작은 백마 탄 기사들이 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됐는지 아니? 흰발농게는 갯벌과 습지 중간 정도 위치에서 집을 짓고 사는데, 사람들이 습지를 메워서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집을 지을 공간이 없어졌어. 이러한 사실을 갯벌에 가서야 알게 됐지. 그전까지 아빠에게 습지는 냄새나고 불편한 공간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지.

뿐만 아니라 이번 모험을 통해 다양한 생명들과 만났어. 다양한 새들과 해안에서만 살고 있는 식물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했고, 그 모습은 각자의 먹이활동과도 연관되어 있었지. 부리의 모양, 다리의 길이,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이유가 있고 연결되어 있었어. 자연에서 실제로 그 친구들을 마주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 무언가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려면, 직접 마주하고, 함께 시간을 쌓아가야 한다는 걸 비로소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지.

언젠가는 너도 자연 속을 달리며 수많은 생명을 마주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 직접 모험을 떠나지 않으면 보물은 절대 찾을 수 없거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야만 만날 수 있어. 내가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너도 너만의 보물을 찾으러 모험을 떠나길 바라.

*흰발농게는 1cm 정도의 작은 몸집을 가졌다. 현재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주요 서식지가 갯벌과 습지가 만나는 곳이다. 최근 개발이 많이 진행되는 곳들이다. 이로 인해 흰발농게의 멋진 춤을 볼 수 있는 날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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